[탐정 손수호] "내 자신을 몽땅 잃어버린 시간..탈영"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2. 3. 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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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가지고 오신 사건 어떻게 보면 어제 인터뷰의 연속인 것 같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탈영 사건인데요. 그들은 왜 탈영했는가.

◇ 김현정> 어제 뉴스쇼에서 현역 해병대원 A씨 인터뷰가 굉장히 화제였습니다. 휴가 중에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면서 무단 출국을 한 그 탈영병 이야기였는데 보셨어요?

◆ 손수호> 네. 들었습니다. 탈영의 정의부터 알아보죠.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보면요. '군인이 자기가 속한 병영에서 무단으로 빠져나와 도망함' 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법률 용어는 따로 있어요. '군무이탈' 입니다.

◇ 김현정> 탈영이라는 건 법률용어는 아니에요?

◆ 손수호> 네, 일단 군형법 제6장이 '군무 이탈의 죄'이고요. 30조에 '군무 이탈'죄가 있습니다.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부대 또는 직무를 이탈한 사람을 처벌하는 건데요. 이어지는 31조에 '특수 군무 이탈' 이 있고요. 33조에는 '적진으로의 도주' 죄도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해병대 A씨도 군 형법상의 군무이탈죄를 저지른 거네요.

◆ 손수호> 그렇죠. 3월 21일까지 휴가였는데요. 휴가 마지막 날 복귀하지 않고 출국한 거잖아요. 특히 현역 군인이 해외에 나가려면 국방부 훈령에 의해서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적국외여행에 관한 훈령인데요. 그런데 A씨는 그러한 허가도 없이 출국을 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처벌 대상인 거죠?

◆ 손수호> 일단은 처벌 대상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법정형은 상황마다 달라요. 적전, 그러니까 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군무이탈을 하면 사형, 무기, 10년 이상의 징역이고 전시, 사변 또는 계엄 지역의 경우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밖에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데 A씨는 그밖의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마는 사실 이 처벌이라고 하는 건 수사기관,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되는 거거든요. 구체적인 상황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 신병을 확보해서 재판을 거쳐야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계속 도망다니면, 안 잡히면 처벌도 못 하는 거네요.

◆ 손수호> 그렇죠. 특히 해외로 나가면서 행선지를 만약에 밝히지 않았다면 추적하기 어려울 수도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러한 탈영병 검거율을 매우 높아요. 통계를 하나 보죠. 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인데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1년 8월까지 군무이탈자, 그러니까 탈영병이 총 521명인데요. 조사 기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그렇죠? 다행인데 병사도 있고 간부도 있습니다. 검거율을 보죠. 검거율. 거의 100%입니다. 521명 중에 1명 뺀 520명 체포했습니다. 게다가 그중에 90% 이상은 일주일 만에 체포되고요. 또 8.5%는 3개월 안에 체포돼요. 대부분 3개월 안에 잡는다는 거죠.


◇ 김현정> OTT드라마 'DP'라는 게 있었잖아요. DP도 군무이탈을 체포하는 조의 이름인데 그렇게 드라마처럼 치밀하게 노력을 해서 이렇게 검거율이 높은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경우입니까?

◆ 손수호> 역시 통계가 있는데요. 작년 9월 기준으로 5년 이상 장기탈영병이 9명이나 됩니다. 심지어 2003년에 탈영해서 18년째 도망다니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요.

◇ 김현정> 18년째?

◆ 손수호> 네, 현재 도망 중.

◇ 김현정> 신기록입니까? 우리나라.

◆ 손수호> 신기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공식집계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언론보도를 쭉 살펴봤거든요. 그랬더니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33년 동안 군무이탈 상태로 있다가 체포된 사람.

◇ 김현정> 아니, 33년. 그러면 20대에 입대했다 치면 체포됐을 때 50대라는 얘기예요?

◆ 손수호> 그렇죠. 중앙일보 95년 3월 31일자 내용인데요. 전북 정읍이 고향인 김 모씨였습니다. 23살이던 62년도에 입대했어요. 춘천에 있는 모 통신사단에서 통신 가설병으로 근무했는데, 통신 가설병인데도 고압 전류 흐르는 전봇대에 올라가는 게 무서운 거예요. 그리고 또 외박 후에 복귀가 늦어서 고참들한테 맞을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탈영을 했는데요. 그 후에 33년이 지난 95년에 55세의 나이로 체포됐어요.

◇ 김현정> 전봇대에 올라가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한테 통신가설병이라는 이런 임무를 맡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저는 우선은 그 생각이 들고. 그러면 군대에서 이 임무를 줬는데 이걸 내가 추호도 못하는 상황이면 지금 같으면 얘기해서 바꿀 수 있었을 텐데 그때만 해도 그냥 탈영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까요?

◆ 손수호> 사실 많이 좋아진 지금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군대라는 조직이 일반 사회와는 조금 다른 측면들이 존재하는데요. 잡힐까봐 고향도 못 가고요. 서울 등지에서 숨어 살면서 야간업소 기타연주자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딸도 두 명이나 뒀어요.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또 가능했나 싶고 또 어떻게 하다 잡혔나 싶고 그러네요.

◆ 손수호> 33년 지났으니까 공소시효 다 완성됐겠지라고 생각하고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걸 털어놓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알려져서 집앞에서 잡힌거죠.

◇ 김현정> 세상에. 그러면 33년이면 공소시효 끝난 거 아니에요? 무거운 살인죄도 지금은 공소시효가 없지만 예전에 15년이었잖아요.

◆ 손수호> 군사기밀 보호법에 따르면 일반 군무이탈자 공소시효가 10년이에요. 따라서 10년 지날 동안 안 잡히면 처벌 면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33년 동안 이 사람은 피해다니다 잡혔는데 어떻게 처벌이 됐습니까? 왜 체포가 된 겁니까?

◆ 손수호> 군무이탈죄 말고요. 다른 죄가 하나 더 있습니다.

◇ 김현정> 뭡니까?

◆ 손수호> 군형법 47조에 있는 명령위반죄입니다. 이건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이고요. 일반적으로 명령불복종죄 이렇게도 부르기도 하죠.

◇ 김현정> 탈영 중인데 무슨 명령을 위반했다는 거예요?

지난 1월 2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안에서 해병대 신병들이 소형고무보트(IBS) 훈련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연합뉴스]

◆ 손수호> 군이 탈영병을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요. 정기적으로 육해공 각군 참모총장이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을 내립니다. 그래서 복귀하지 않으면 이 명령위반죄를 계속 범하게 되는 거예요. 이거는 군무이탈죄와 별개의 범죄인거죠.

◇ 김현정> 그러면 명령위반죄는 공소시효가 따로 없어요?

◆ 손수호> 그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복귀명령을 정기적으로 내려요.

◇ 김현정> 공소시효 끝날 때쯤이면 또 내리고 또 내리고.

◆ 손수호> 네, 지금 화면에 육군이 여러 기관에 보내는 협조 공문이 있고요. 저 공문에 첨부돼 있는 게 복귀명령인데요. 명령위반죄 공소시효 기간이 5년입니다. 길지는 않죠. 그래서 5년마다 반복해서 저런 복귀명령을 내리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33년이 아니라 50년을 숨어지냈어도 이 사람은 잡히면 처벌받는 거네요.

◆ 손수호> 복귀대상을 보시면 63년부터 현재까지 군무이탈중인 자 대상으로 하고 있거든요. 피하기가 어려워요. 심지어 예전에는 공소시효 기간이 3년이었거든요. 그때는 3년마다 이걸 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손수호> 그러니까 공소시효가 완성되더라도 새로운 명령위반죄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예전부터 논란이 있었는데요. 논란이 있었는데요. 현행법상 피할 수는 없는 거죠.

◇ 김현정> 탈영병은 공소시효 없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네요.

◆ 손수호> 그런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니죠.

◇ 김현정> 틀린 말이 아니죠. 33년 숨어지낸 이 사람처럼 좀 이런 탈영의 역대급 사례들이 있습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87년에 탈영해서 19년 동안 숨어살다가 2006년에 자수한 이 모씨 사건이 있습니다. 상병까지 복무하다가 여자친구 문제로 탈영했는데요.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결혼도 못 하고 직장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일만 하고 살다가 2006년에 그것도 일하던 핸드백 공장 사장의 권유로 자수했습니다.

◇ 김현정> 이때도 처벌 받았습니까?

◆ 손수호> 자수를 참작해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거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33년 숨어지낸 김 씨는 나이가 많고 또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서 아예 재판으로도 보내지 않고 기소유예로 풀어줬어요.

◇ 김현정> 아이고, 그렇게 될 걸 알았으면 그러면 좀 더 일찍 자수하고, 자수하고 편하게 살 걸 그랬다, 이런 생각도 드네요.

◆ 손수호> 그리고 이 19년 숨어 산 이 씨는 19년 전에 근무했던 그 부대, 원래 계급인 상병으로 복귀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복귀를 해서 그러면 남은 군생활을 다 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나이가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린 병사랑 따로 지내도록 특별조치 해 줬고요. 한 달 복무한 후에 조기전역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일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겁니까?

◆ 손수호> 21살이던 94년에 탈영해서 16년 넘게 도망다니다가 2010년에 자수한 또 다른 이 모씨가 있거든요. 37살에 일병으로 복무하게 됐어요. 돌아와서. 그런데 특급전사로 선발됐습니다.

◇ 김현정> 탈영을 했다가 37살에 복귀했는데 특급전사가 됐다고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이게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1.5km 구보에다가 소총사격까지 다 잘해야 되는데 기준이 꽤 높거든요. 37살에 이걸 다 해낸거죠.

◇ 김현정> 그럼 이분은 굉장히 뭔가 적응이 안 돼서 탈영했거나 그거는 아니었나 봐요.

◆ 손수호> 네, 그런데도 이런 사람도 20살에는 탈영을 했던 거죠.

◇ 김현정> 참 웃프다고 해야 될지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데 지금 여기까지는 우리가 웃픈 웃음으로 웃을 수 있지만 탈영 이후에 심각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더러 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무장탈영. 위험하잖아요. 87년에 추풍령휴게소 인질극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에 해병대 서 모 중사와 박 모 하사가 무장 탈영해서 버스를 탈취했고 서울로 가던 중에 추풍령 휴게소에서 승객 23명 잡고 인질극 벌였는데요. 당시 M16 소총 1정, 실탄 무려 330발, 수류탄 3발까지 가진 상태였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박 하사가 자수했지만 서 중사는 가출한 아내를 찾아달라면서 인질극을 이어갔고요. 결국은 사상당했습니다.

◇ 김현정> 무장탈영은 무기를 가지고 탈영하는 건 시민들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오늘 사실 최초 질문이 뭔지 기억하시나요? "그들은 왜 탈영하는가." 혹시 떠오르는 탈영 사유 있습니까?

◇ 김현정> 영화, 드라마 이런 데 보면 여자친구가 그만만나자 해서 탈영하는 경우, 이런 거 많이.

◆ 손수호> 연애의 변심. 이런 것들 이성문제. 이것도 국방부 자료를 볼 텐데요. 절반 넘는 50.7%가 복무부적응입니다. 이어서 경제 문제, 처벌 우려, 신변비관, 이성문제, 가정환경 등등이 이어지는데 이성문제는 5.4%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사실 동시에 여러 개의 사유가 해당될 수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 손수호> 어제 인터뷰 한 해병대 탈영병 A씨, 직접 밝힌 탈영사유 한번 잠깐 들어보고 가겠습니다.

[탈영병 A씨 (3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 저는 처음에 마음의 편지를 썼었고 간부들이 그걸 덮더라고요. 너무 힘들고 그러니까 선임이 날 좀 힘들게 한다 그런데 이제 다른 선임들이 와서 욕도 먹고 쌍욕도 먹어보고 그다음에 저 기수열외 시킨 선임이 너는 사람새끼도 아니다 너는 내 맞선임을 신고한 새끼다, 그런 식으로 온갖 욕을 먹고 제가 숨 쉬는 자체가 욕을 먹을 이유였고요. (숨만 쉬어도 욕이에요?) 제가 뭘 하든. 계속 뭐라해요. 그래서 이거는 답이 없다라고생각을 해서.]

◆ 손수호> 직접 병영부조리를 호소했잖아요.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되겠지만 A씨 주장에 따르더라도 탈영사유는 복합적이에요. 선임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복무부적응, 또는 신변비관이고요. 기수열외 당했다, 숨만 쉬어도 욕먹었다. 사적 제재죠. 그래서 복무 부적응이라고 단순화하는 게 적합한지가 의문입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찾고 거기에 따라서 개선책을 찾아야 되는데 이게 복무부적응이라고 해 버리면 개인의 적응 실패로 몰아가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좀 들어요.

◇ 김현정> 중요한 지적이네요. 오늘 해병대 A씨 사례에서 출발해서 탈영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짚어봤는데 마지막 손 탐정의 한 마디는?

◆ 손수호> 내 자신을 몽땅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 김현정> 그거는 무슨 말씀이세요?

◆ 손수호> 아까 말씀드린 19년 만에 자수한 이 씨가 한 말인데요. 법망을 피해서 살았지만 19년 동안 한 순간도 편하지 않았다는 거죠. 무조건 참으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탈영은 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거잖아요. 그 이후 끝없는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우크라이나로 간 탈영병 A씨. 일단 무사 귀환을 빕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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