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듯 처연한 몸부림..인간 닮아 더 애틋한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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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처연한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을 닮은 저 소나무는 인간의 짐까지 다 짊어지기로 한 모양이다.
그만큼 작가의 소나무는 인간에 닿아 있다.
인간사는 일이 그렇듯, 인간 닮은 작가의 소나무에서도 허투루 나오는 동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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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없는 금속서 생명 꺼내 놓는 작업
"인간적이란" 구리로 천년 소나무 빚어
살아남겠단 애절한 속사정까지 꿰뚫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처럼 처연한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무용수의 애잔한 감정을 실어낸 춤사위라 해도 될 거다. 휘어진 몸체며 절규하듯 감아낸 가지, 무엇이 저토록 힘든 몸부림을 이어가게 했나. 인간을 닮은 저 소나무는 인간의 짐까지 다 짊어지기로 한 모양이다.
작가 이길래(61)의 소나무가 다시 세상에 섰다. 작가는 생명이 없는 금속에서 생명을 꺼내놓는 작업을 한다. 그 연결지점에 소나무가 있다. 재료는 구리다. 구리여야 하는 건 구리가 아닐 이유가 하나도 없어서다. “스테인리스스틸보다 따뜻해서, 마음 가는 대로 변형할 수 있어서”라는데 한마디로 “훨씬 인간적이어서”란다. 그만큼 작가의 소나무는 인간에 닿아 있다.
하루이틀에 완성을 볼 형체가 아닌 건 소나무나 작가의 작업이나 다르지 않다. 세포처럼 여긴다는 동파이프 단면을 오리고 이어 고리로 만들고, 끊고 잘라 선을 만든 뒤 용접한다. 2∼3m는 훌쩍 넘는 키를 세우곤 나무의 거친 피부인 양 색을 입힌단다.
천 년을 견뎌온 ‘밀레니엄-핀트리’ 연작(Millennium- Pin Tree 2021-11·2021 등)은 그렇게 태어났다. 외형만 좇는 게 아니다. 살아남겠다는 애절한 속사정까지 꿰뚫는다. 인간사는 일이 그렇듯, 인간 닮은 작가의 소나무에서도 허투루 나오는 동작은 없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갤러리BK서 여는 개인전 ‘다시, 생명’(Re, Vitality)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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