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달콤한 전략가 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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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산 중턱 아래 그늘진 곳을 찾아보면 연보랏빛 고운 자태로 자신을 뽐내고 있는 깽깽이풀을 만날 수 있다.
이는 깽깽이풀과 함께 대표적 봄꽃인 '얼레지', '복수초', '현호색' 등과 같이 짧은 시간 동안 꽃이 피었다가 지는 '춘계단명식물(spring ephemeral)'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먹이를 찾는 성실한 일개미 덕분에 깽깽이풀 종자는 개체 간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발아에 적합한 장소에 도달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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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지 못하고 서둘러 열매를 맺는 것은 경쟁에서 밀리기 전 부지런히 번식하려는 나름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깽깽이풀은 영리하게도 효율적인 종자 산포를 위해 개미를 조력자로 선택했다. 종자 가장자리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부착되어 있는데, 단당류 및 단백질, 지방산이 풍부하여 개미 유충에게 중요한 영양원이 된다. 개미는 엘라이오솜을 떼어서 먹고, 남은 종자는 개미집 내부나 활동반경 내에 버린다. 달콤한 먹이를 찾는 성실한 일개미 덕분에 깽깽이풀 종자는 개체 간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발아에 적합한 장소에 도달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조력자에게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상리공생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알려진 바로는 개미에 의해 최대 180m 정도까지 종자 산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개미가 지난 자리마다 종자가 듬성듬성 놓이다 보니 깽깽이 뜀을 한 것처럼 모여 자라나 깽깽이풀로 불리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깽깽이풀은 계획한 번식의 목표를 달성하면 가을에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 휴식기를 갖는다. 이 기간 동안 미성숙한 종자가 이듬해 봄에 발아하여 성공적인 번식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우연히 깽깽이풀을 만난다면 몸을 낮춰 주변을 잘 살펴보자. 깽깽이풀과 개미의 상리공생 관계를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보윤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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