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죽음으로 드러난 '진실'..속리산 모텔의 '현대판 노비'

정진규 2022. 3. 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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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보은의 한 모텔에 장기 투숙하던 50대 지적장애인 송 모 씨의 실종 사건이 접수됐습니다.

경찰은 속리산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실종 20일이 지난 뒤 송 씨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하지만 송 씨가 머물던 모텔에서 수상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복원된 두 달 분량의 CCTV 영상에는 실종 전 모텔 업주가 송 씨를 밀치거나 때리는 등 폭행한 사실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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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지난해 7월, 보은의 한 모텔에 장기 투숙하던 50대 지적장애인 송 모 씨의 실종 사건이 접수됐습니다.

경찰은 속리산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실종 20일이 지난 뒤 송 씨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당시 경찰은 송 씨가 속리산 정상 부근에서 발을 잘 못 디뎌 숨진 것으로 추정하면서 억울한 죽음이 그대로 묻히는 듯 했습니다.

당시 KBS에서는 경찰의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송 씨가 머물던 모텔의 CCTV가 모두 지워진 것과 생전 모텔 업주에게 폭행당하고, 장애인 연금까지 뺏긴 의혹을 단독 보도했는데요.

이후 100여 일이 지난 오늘, 법원에서는 숨진 장애인이 머물던 모텔 업주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오늘 '무슨 일 이슈'에서는 속리산 기슭에서 있었던 '현대판 노예, 장애인 학대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정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주택가를 배회하는 한 남성.

잠시 뒤, 수풀이 우거진 도로에서 사라집니다.

보은의 속리산 인근 모텔에서 20년 넘게 살아오던 50살 송 모 씨의 실종 전 마지막 모습입니다.

지적 장애 2급인 송 씨는 20여 일 만에 속리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이 추정한 사망 원인은 단순 가출에 이은 실족사.

하지만 송 씨가 머물던 모텔에서 수상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모텔 내 CCTV가 모두 삭제된 겁니다.

경찰이 삭제된 이 CCTV를 복구하면서 억울한 죽음의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복원된 두 달 분량의 CCTV 영상에는 실종 전 모텔 업주가 송 씨를 밀치거나 때리는 등 폭행한 사실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송 씨의 통장에서 수상한 점이 또 발견됐습니다.

송 씨의 은행 통장에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계급여 수천만 원이 들어왔는데, 모든 돈이 모텔 업주에게 넘어간 겁니다.

또, 모텔 업주는 송 씨에게 각종 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주지 않은 사실까지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송 씨를 가족처럼 보살폈단 모텔 업주의 범행이 송 씨의 사망 석 달 만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수급자 신청할 때도 그분(업주)이 도와 주셔서…. 장애인 등록하는 것도 그분이 막 병원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어요)."]

이 같은 내용을 KBS가 단독 보도한 이후 장애인 학대 의혹과 관련한 각종 후속 보도가 이어졌고, 사회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애인을 상대로 한 신체적·경제적 학대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충청북도에 장애인 인권 실태 재점검을 촉구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자치단체는 복지 수당을 받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경제적 착취 피해 실태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속리산 기슭에서 있었던 ‘현대판 노예,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한 KBS 보도 100여 일이 지난 오늘.

법원이 장애인 복지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모텔 업주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모텔 업주는 송 씨에게 병원 진료를 받게 하는 등 가족처럼 생활 전반을 챙겼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오히려, "5년여에 걸쳐 장애인 보조금 5천만 원을 횡령하고, 임금 6,6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송 씨가 모텔 업주에게 생활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송 씨의 건강상태가 입원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았음에도 퇴원시켜 일을 시키고 폭행하는 등 비인격적인 일이 일상화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특히, 업주가 송 씨의 휴대전화를 해지해 실종 당시 위치추적을 할 수 없는 등 사망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봤습니다.

죽음 뒤에야 드러난 장애인 학대의 실체가 장애인 인권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김장헌·김성은/그래픽:정슬기

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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