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고교 연합학력평가, 코로나19 재택 응시 폭증 '서버 먹통'
[경향신문]
24일 전국에서 동시 실시된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 재택 응시 시스템이 시험 시작과 동시에 접속량이 폭증하면서 재택 응시생들이 시험지를 제 때 내려받지 못하는 등 2시간 가량 차질을 빚었다. 이번 연합학력평가는 오는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앞서 수능 적응을 위해 올해 첫 실시되는 전국 단위 시험이다. 최근 학생 확진자가 늘어 재택 응시 접속량도 폭증할 것이 예견됐음에도 별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먹통’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고등학교 1∼3학년이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온라인 시험을 진행하는‘전국연합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 홈페이지가 접속량 폭주로 인해 마비됐다.
코로나19 확진되거나 격리된 학생들은 온라인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시험지를 내려받아 재택 응시를 하는데, 접속이 불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이 제 시간에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지난해 학년별로 분산 실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고 1·2·3학년이 모두 같은 날 시험을 봤는데, 재택 응시자는 온라인시스템에서 각 과목 시험시간에 맞춰 문제지를 다운로드 받아 시험을 치르고, 자가 채점하는 구조다.
하지만 1교시 국어 영역 시험 시작 시간인 8시40분부터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 접속이 아예 되지 않거나, 다운로드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잇따랐다. 올해 3월 학력평가의 경우 지난해와 달리 1·2·3학년이 동시에 시험을 치른데다, 오미크론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 실시되면서 학생 확진자의 재택 응시 폭증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고등학생 확진자는 3월 첫째 주(2~7일) 3만6898명에서 둘째 주(8~14일) 6만7041명, 셋째 주(15~21일) 6만800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기에 재택응시자의 문제지 다운로드는 별도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아 입시업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속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온라인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입시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교육당국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용자들은 “1교시부터 리듬이 망가졌다”거나 “첫 시험부터 엉망이 됐다”는 비판글을 올렸다.
이번 연합학력평가의 주관 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과 서버 관리를 맡은 경기도교육청이 조치에 나서 2교시 수학 시험중인 11시가 돼서야 복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교시부터는 앞선 국어 문제지와 수학 문제지가 제대로 탑재됐다”면서 “확진자가 폭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만큼 서버 고도화 및 분산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재택 응시를 포함해 학력평가에 응시한 전체 1교시 국어 영역 신청자 수는 전국에서 고3 학생만 41만1039명이다. 고1은 26만2860명, 고2는 27만3399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졸업생 등 일부 허수가 반영돼 실제 응시자 규모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게 시교육청 설명이다. 또 재택 응시한 학생은 성적 처리에서 제외되며 성적표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성적 처리에서 제외되는 인원이 많아 수험생이 이번 학력평가를 통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 대비 평이했다는 평가다. 종로학원은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웠고,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선택과목에서는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했다. 수학도 전체적인 유형은 전년 수능과 동일하고, 쉽게 출제된 가운데, 선택과목 중에서는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순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어휘 수준도 높고, 문장의 길이도 길어 시간 부족을 느끼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당수 학생들이 (재택 응시로) 채점결과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금년도 고3 수험생들의 정확한 학력수준 파악이 더 어려워 수능 난도 조정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능 난이도 조절을 위한 3월 시험통계 자료는 다소 활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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