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시가 41억 보유세가 0원?..신축 45만가구 과세 어떡하나

안장원 입력 2022. 3. 24. 06:00 수정 2022. 3.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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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나온 주택은 보유세를 산정할 기준이 없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준공해 올해 첫 공시가격이 최고 4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올해 보유세 완화 방안 '졸속'

지난해 9월 준공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전용 84㎡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평당 1억원 정도인 35억원을 기록한 고가 주택이다. 24일 시작한 정부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안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179㎡가 41억3900만원이다. 공시가격 산정에 적용한 현실화율(시세반영률)로 추정한 시세가 50억원 정도다.

그런데 23일 정부가 발표한 올해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른다면 이 집의 올해 세금이 0원으로 될까.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이 아파트가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발표돼 지난해 가격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할까. 이럴 경우 보유세가 재산세 1500만원, 종부세 4000만원 등 5500만원이다.

공시가격 동결을 통한 정부의 올해 1주택자 보유세 완화 방안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 리스트에 오른 주택의 과세표준(세금 계산에 쓰는 기준금액)이 없어 세금 계산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으로 측정되는 자산가치가 같아도 세금이 제각각이어서 과세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공시가 데뷔 43만가구

지난해 공시가격이 없는 주택은 신축 주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준공한 주택이 아파트 33만가구 등 43만가구다. 올해 공시가격을 산정한 전체 주택이 1868만가구다.

지난해 들어선 주택 중 준공 시점이 1~5월인 집은 지난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정기공시)이 없어도 6월 1일 기준으로 산정된 공시가격(추가공시)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준공한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등이 6월 1일 자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6월 이후 들어선 29만가구는 지난해 정기공시·추가공시에서 빠져 올해 1월 1일자 공시가 처음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준공하는 주택도 마찬가지다. 6월 1일 추가공시에 공시가격이 나오겠지만 첫 공시다.

업계는 지난해 6월~올해 5월 준공했거나 준공할 집을 전국적으로 45만가구 정도로 잡는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없어 올해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면 올해 공시가격이 같은 다른 집보다 세금이 더 많아 반발이 예상된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0%가량 급등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정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을 쓸 수는 없다”며 “주변 단지와 비슷한 정도로 세금 감면 효과가 나오게 과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같아도 세금은 제각각

과세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를수록 세금도 비례해 늘어야 하는데 거꾸로 세금 감면 효과가 더 크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기대감으로 들뜬 용산이 공시가 동결의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4.2% 오르는 서울에서 자치구에 따라 상승률이 10.6~20.66%로 최고 배 정도 차이 난다. 20%대로 가장 많이 오른 강북의 노원·도봉구에 이어 초고가 주택이 많은 용산구가 19% 올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승률은 평균 수준이다.

용산에서 올해 공시가 상위 2~4위가 나왔다.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가 2위 한남동 나인원한남이다. 2019년 준공 후 10위권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가 이번에 단번에 2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전용 244㎡ 공시가격이 91억4000만원으로 지난해(61억3300만원)보다 30억700만원(49%) 상승했다. 10위권 내 단지 중 최고 상승률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올해 보유세가 올해 공시가격대로라면 세 부담 상한을 고려하지 않고 종부세 1억4400만원, 재산세 3300만원 등 1억7700만원으로 계산된다. 23일 정부 발표에 따라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9500만원으로 절반가량인 8200만원 줄어든다.

시세가 같은데도 세금이 제각각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같아도 지난해 공시가격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더 낮은데 세금이 더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공시 톱3 공시가 상승액과 보유세 감소 금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공시가격 6, 7위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73㎡와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전용 244㎡가 각각 75억8700만원과 75억8200만원으로 비슷하다. 보유세는 1억1300만원과 8900만원으로 2000만원 넘게 벌어진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67억9800만원과 58억4500만원이었다.

공시가격 10위인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 전용 247㎡(공시가 71억5800만원)가 2위 나인원한남 전용 244㎡보다 공시가는 20억원 정도 낮지만 올해 보유세가 2500만원 더 많아진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원 더 비쌌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이 같으면 시세가 같은 것으로 세금도 같은 게 공평한 과세"이라며 "현재 가치에 상관없이 지난해 공시가격에 따라 세금이 들쭉날쭉해지면 공정하다고 보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관없이 들쭉날쭉한 세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명박 정부는 과표 적용비율 인하

과거 노무현 정부를 이은 이명박 정부도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2008년에 보유세 부담 완화에 나섰다. 과세표준을 낮추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다. 공시가격을 그대로 쓰되 세금 계산에 적용하는 비율을 낮췄다.

노무현 정부 계획으로라면 55%인 2008년 재산세 적용 비율을 50%로 되돌렸다. 종부세도 노무현 정부의 90%보다 10%포인트 내린 80%를 썼다.

적용 비율 인하로 과세표준이 10% 정도 낮아졌다. 공시가격 상승률이나 전년도 공시가격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인하된 것이어서 세금도 같은 비율로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의 과세표준 적용비율은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재산세가 40~80%, 종부세가 60~100% 범위에서 정부가 조정할 수 있다. 재산세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60%이고 종부세가 80%였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부터 5%포인트씩 올려 올해 100% 예정이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과세표준을 낮추면 지난해 공시가격이 없는 신축 주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이 허점을 드러내고 논란을 일으키면서 인수위와 새 정부·국회를 거치며 달라질지 주목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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