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핫라인] "범 내려온다" 진도의 백두산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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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취재현장에서 40대 사진작가를 한 명 만났다.
생태나 환경을 주로 촬영대상으로 하는 작가였는데, 최근엔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의 최서남단, 그것도 바다 건너 섬에서 발견됐다는 백두산 호랑이 얘기에 흥미가 갔고, 그 이야기를 따라 진도로 향했다.
그렇게 백두대간에 살았던 백두산 호랑이의 흔적은 한반도의 끝자락, 진도에서도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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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취재현장에서 40대 사진작가를 한 명 만났다. 생태나 환경을 주로 촬영대상으로 하는 작가였는데, 최근엔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호랑이의 해, 임인년을 맞아 찾아가본 이 작가의 작업실엔 옛 백두산 호랑이의 박제 사진이나 흑백사진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오래된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1915년 한 영국인 사냥꾼이 런던에서 출판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을 펼쳐보니 시베리아 호랑이, 만주호랑이로도 불린 백두산 호랑이를 설명한 부분에서 주목되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진도에서 호랑이를 잡았다는 것.

1900년대 초반 전남 진도에서 4마리의 호랑이를 목격했고, 이중 2마리를 잡았던 경험을 당시 사진과 함께 실어놓은 것으로, 지금까지 구체적인 설명이 명시된 것 중 가장 오래된 한국호랑이, 백두산 호랑이의 사진으로 추정되는 것이었다.

한반도의 최서남단, 그것도 바다 건너 섬에서 발견됐다는 백두산 호랑이 얘기에 흥미가 갔고, 그 이야기를 따라 진도로 향했다.
진도엔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의 고장이 하나 있다. 호랑이가 많아 옛 이름이 호동리였다는 회동리인데,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 침입을 피해 마을 앞 조그마한 섬 모도로 피신했을 때,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뽕할머니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며 실제 바닷길이 열리는 매년 봄이 되면 인파로 가득한 축제도 열리는 이곳 외에도 진도엔 30여 개의 전설과 함께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이 많았다.
그중 과거 범골이라 불렸던 향동리. 마을 주민과 함께 인근 야산을 올라가 보니 비좁은 굴 하나가 나타났다. 호랑이 굴이었다. 굴 속으로 들어가 보니 호랑이가 새끼를 넣어 키웠다는 틈이 눈에 띄었고, 새, 맷돼지 같은 야생동물의 배설물 흔적들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다.

이 호랑이굴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호랑이마을이란 곳도 있었다.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린 모습과 닮았다 해서 이름붙여진 호구마을인데, 마을 입구엔 용맹스런 모습의 호랑이 조각상이, 담벼락엔 귀여운 호랑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 호구마을의 한 집에선 진돗개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곳엔 옛날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오면 진돗개가 도망가도록 만들었다는 개구멍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1920년대 할머니가 마루에서 자고 있을 때 개가 그러는 줄 알았는데 실제론 호랑이가 발가락을 물어버리고 도망간 것이었다는 집주인 할아버지의 재밌는 옛 얘기와 함께.

이렇게 100년 전까지만 해도 남쪽 끝 진도에 호랑이가 많았던 이유는 조선 초기 말 공급을 위한 국영목장이 진도에 조성되자 먹이를 찾아 육지의 호랑이들이 앞다투어 헤엄쳐 건너온 거라고 한다.
호랑이는 원래 수영에 능숙하고 산 속보다는 먹이가 많은 저지대 습지를 더 좋아하는데 인간의 농경지가 확대되며 산으로 쫓겨가 살기 시작한 거라고. 그렇게 백두대간에 살았던 백두산 호랑이의 흔적은 한반도의 끝자락, 진도에서도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상현통일방송연구소)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52732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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