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집무실 용산 이전비용 자료 없다"..윤석열 당선인 측 "기재부 추계 맞다"
[경향신문]
기재부 “부처서 예비비 신청 안 해”
“비용 추산·국회 세부내역 제출 별개”
당선인 측은 기재부 관여 거듭 주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496억원이 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기재부가 “(기재부에는) 이전 비용 세부 내역에 대한 관련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23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당선인 측은 “비용 추산을 해준 것과 국회에 세부 내역을 제출하는 건 별개 문제”라며 “기재부가 추산해준 게 맞다”고 밝혔다. 집무실 이전 비용 규모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더해 비용 출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기재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원 산출의 상세 내역을 묻는 질의에 “이전 비용의 세부 내역은 국가재정법 제51조에 따라 각 부처에서 기재부에 예비비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이어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제6조에 따른 ‘독립기관 및 중앙관서’가 신청의 주체”라며 “따라서 집무실 이전이 필요할 경우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부처에서 예비비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집무실 이전 관련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부처의 예시로 국방부를 명시했다. 국방부가 예비비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재부는 비용 추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변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내역을 기재부에서 추산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이전 비용을 묻는 질문에 “1조원이니 5000억원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면서 “거기(집무실 이전)에 들어가는 예산을 전부 기재부에서 뽑아서 받았다. 저희가 만든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예비비 문제는 기재부와 협의해서 법적 범위 안에서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밝힌 집무실 이전 비용은 총 496억원이다. 세부적으로 대통령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352억3100만원, 국방부 청사 입주 기관 이전에 118억3500만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에 25억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의원은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관련 부처가 예비비를 신청하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는데, 이는 기재부가 집무실 이전 비용에 496억원이 소요된다는 추계를 해준 적이 없다는 말”이라며 “만약 국민적 논란이 큰 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해 사업의 비용을 잘못 얘기하거나, 비공식적인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즉각 이전 비용 추계 근거를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히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전 비용 추산 과정에 기재부가 관여한 게 맞다고 거듭 확인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496억원을 기재부에서 추계받은 게 맞다”면서 “기재부가 국회에 답변 자료를 줄 때 (세부적인) 산술자료를 줄 지 안 줄지는 기재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라를 경영할 대통령 당선인이 허위사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기재부가 (추산 비용을) 뽑아준 것과 국회에 세부 내역을 제출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 비용 논란은 비용을 추산한 주체가 어디인지와 관련한 출처 논쟁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선 윤 당선인 측 설명과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성일종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496억원을 인수위에서 뽑았나. (집무실) 이사 비용이 이 정도 한다고 이 정부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에서 뽑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기재부가 뽑은 거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행자부(행안부)가 이사하는 책임”이라며 “기재부는 예산 문제도 있고 협의했을 텐데”라고 답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496억원을 발표한 이후 “합동참모본부가 남태령 이전시 비용은 1200억원”(21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전체적으로 아무리 들어가도 5000억원 미만으로 들지 않겠나”(22일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소속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등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논란을 키워왔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서조차 비용 추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무줄 비용 논란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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