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ㅣ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기 위해선 ①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2022. 3.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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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기상청 사람들', 사진제공=JTBC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이 말은 다수가 인정하는 정설에 가깝다. 대다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머나먼 땅에 보내는 것(유학, 파견, 이민 등)을 주저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런데 이를 조금만 바꿔서 생각하면, 평소 자주 보는 사람에게 마음이 싹 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야기로 치환 가능하다. 주변에 동종업계 커플이나, 사내 커플이 괜히 많은 게 아니란 소리다.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탓에, 현실에서 종종 소재를 차용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일하다가 눈이 맞는 캐릭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치다.

'사내연애'의 시작은 모든 연애와 마찬가지로 '고백'이지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미션은 1)공개냐 2)비밀이냐-이다. 보통의 연인이라면 굳이 비밀 연애를 선택할 이유가 없지만, 사내 연애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러니 사내연애를 택한 이들의 첫 번째 공식 허들인 셈이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등장한다. 총괄 2팀 과장 진하경(박민영)이 특보인 이시우(송강)와의 연애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비단 그가 자신의 후임이고 7살 연하라서가 아니다. 극 중에서는 한 차례 사내연애 실패한 것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일정 부분 작용하지만, 통상적으로 사내연애를 하는 경우 불가피하게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터라는 곳은 협업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쟁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칫 경쟁자에게 업무 외적인 것으로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직장이든 말을 옮기는 것을 숨 쉬듯 하는 인간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데, 그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보면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생겨난다. 특히 진하경 과장은 젊은 나이에 2팀의 관리자가 되면서, 못마땅한 시선들이 적잖이 존재하는 상황이지 않나? 하물며 실제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노골적으로 묻거나, 관여하려는 '꼰대 상사'가 사생활에 개입하고 방해할 가능성도 짙다. 그러니 꼭 그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공개'보다는 '비공개'를 택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사내맞선', 사진제공=크로스픽쳐스

공개와 비공개의 선택을 넘어서면, 또 하나 버티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공(公)과 사(私), 일과 연애의 명확한 구분이다. 일터에서는 각자의 위치와 업무라는 게 있다. 연인이 동기라면 모르지만, 상하관계의 직급이 있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업무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상대를 직접 혼내야 하는 경우 혹은 혼나는 것을 목격하는 경우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곤란하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객관성이 필요한 공적인 부분에 사심이 개입된 것이 되니 업을 하는 '프로'로서 실격이다.

물론 인간이라는 존재가 기계처럼 그런 게 완벽하게 분리될 리 만무하다. 진하경의 전 남친이었던 한기준(윤박)이 뒤늦게 "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공과 사 구분하자고 할 때마다 권위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과, 이를 전혀 몰랐던 진하경의 당혹감은 '사내연애'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물론 이러한 학습이 결국 이시우와 더 나은 사내연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밑거름이 되겠지만 말이다.

'사내연애'에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별 후폭풍'이다. 모든 연애의 이별이 힘들지만, '사내연애'의 이별은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복합적으로 어려운 구석이 많다. 헤어진 사람을 한 공간에서 여전히 봐야 하는 것이 그렇고, 이별 후 멋대로 속닥거리는 주변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벌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비참하기 때문이다. '기상청 사람들'이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라는 부제를 달았던 것 역시, 결혼 직전 파경을 맞게 된 진하경과 한기준의 스토리로 첫 회를 열었기 때문이었다.

'사내연애'는 달콤해 보이지만, 그 달콤함과 함께 쓴맛과 신맛 등 다양한 맛이 함께 딸려온다. 선택해야 할 것도, 고민해야 할 것도, 또 감내해야 할 것도 통상의 연애보다 더 많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달콤한 해피엔딩을 맞는 드라마나 영화는 시청자의 대리만족을 위한 픽션에 불과하다. 혹시라도 그걸 보고 사내연애를 시작해 볼 요량이라면, 조금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결코 드라마가 아니니깐. 다만, 어떠한 연애라도 상대를 향한 뜨거운 마음만큼,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시의적절하게 곁들인다면 현실 속 해피엔딩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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