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이용재 작가 "최민식이 연기한 이학성의 실존인물은.."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가 개봉 3주차에 다시금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오르며 4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가운데, 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용재 작가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이 작가는 신문기자, 증권사 펀드매니저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각본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자 시절의 집필 경험, 증권사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적용한 수학적 분석 등이 미친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각본의 싹은 아마도 책에서 나왔을 것이다. 일천한 독서 편력에서 수학 관련 서적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던 덕분이다. 대개 수학자들의 에세이나 수학사 관련 책들이었는데, 대중 교양서라서 수학 자체보다는 수학자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수학자를 주인공으로 세워둔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소재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특별히 수학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로 덧셈과 뺄셈만 알아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고 운을 뗀 이 작가는 “인공위성을 날리거나, 스마트폰을 만들 때 수학이 필요하다는 얘긴 더러 듣지만 ‘저 세상’ 이야기일 뿐, 수학에 입시 필수 과목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러한 무용함에 인생을 바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무용함에 인생을 거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학자는 유·무용을 따지지 않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며 “덧붙이자면 수학을 잘하지 않아도 수학의 재미는 느낄 수 있다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 우리가 손흥민이 아니어도 관중으로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전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참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한국판 굿윌헌팅’이라고도 불린다. 수학을 소재로 한 기존의 다른 작품들이나 멘토·멘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에 차별점을 두고 싶은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가는 “‘수학자’보다 ‘이상한 나라’에 초점을 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어두운 세상의 그늘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두런두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공감, 우정 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언젠가 실화가 되길 바라며 판타지를 쓴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식이 연기한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은 독특한 인물이다. 수학의 세상에 빠져 혼자만의 노선을 걷는 것 외에도 유독 딸기우유에 집착한다. 그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 작가는 “이학성에겐 여러 수학자의 모습이 녹아 있다. 먼저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 리만가설과 함께 세계 7대 수학 난제로 꼽히는 ‘푸앵카레의 추측’을 2003년 증명했으나, 상금도 필즈상도 거부하고 노모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낡은 아파트에 산다. 외부와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그의 취미가 스도쿠다. 이임학이란 한국 수학자도 있다. 대수학의 한 분야인 군론(群論)에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수학자인데 1953년 캐나다 유학을 갔다가 입국이 거절된 디아스포라였다. 국가의 소환 명령에 불응하고 고향인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헝가리 수학자 에르되시 팔의 모습도 있다. 그는 평생 떠돌이로 살았다. 전 세계 수학자의 집을 찾아다니며 숙식을 해결하고 집주인과 진행한 연구가 끝나면 훌쩍 떠나는 식이었다”면서 “이학성이 딸기우유를 먹는 설정은 오래전 이태원에 살 때 목격한 같은 동네 외국인의 습관에서 따왔다. 백발이 멋진 푸른 눈의 중년 남자였는데 매일 해질 녘이 되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뉴욕타임스를 읽었다. 그의 테이블엔 담배와 소주, 그리고 딸기우유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 광경이 재미있어 머리에 사진처럼 남은 덕분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뿐 아니라 음악의 활용도 돋보인다. ‘파이 송’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등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귀를 즐겁게 한다. 이 작가는 “영화인 만큼 텍스트로 쓰인 수식이 아니라, 시청각적인 해법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청각에 집중했다. 수학을 얘기하며 바흐를 끄집어낼 땐 ‘평균율’이 제격이겠지만, 이학성의 캐릭터를 생각할 땐 무반주 첼로곡이 어울린다고 여겼다. 반주 없는 독주다 보니 여백이 많다. 텅 빈 백지에 목탄 크로키를 하듯 담백하고 서늘한 느낌이 좋았다”면서 “‘파이 송’은 인터넷에 많은 곡이 있다. 3.1415…를 뼈대로 하는 건 같지만 반주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시나리오에 쓴 ‘경쾌하게, 다시 구슬프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란 지문을 이지수 음악감독이 풍성하게 해석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진용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7명 아내 둔 결혼사기범 얼굴 공개…“착하게 생겼는데”
- ‘김어준의 뉴스공장’ 때문에… TBS 성과급 깎인다
- 박군 팬갤러리 폐쇄 위기… 결혼 발표 후폭풍
- ‘늦추면 더 받는’ 국민연금…지급연기 신청 횟수 제한 없앤다
- 尹당선인측 “靑, 협조 거부한다면 통의동에서 국정과제 처리”
- 5월 3일 용산 이전 끝낸다… ‘현장형’ 추진·결단 리더십
- 10년 전 3회 성관계…40대男, 재심 청구 ‘간통’ 무죄
- 구준엽, 서희원 집으로…처제가 춤추며 환영
- 정시 취침·기상 ‘다섯 쌍둥이’… 군인부부 “육아 이상무”
- 정은경 “거리두기만으론 통제 한계”…폐기 수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