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 공백" 제동에, 尹측 "5월10일 靑 개방" 배수진

김주영 2022. 3. 22.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靑,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우려
국방부·합참 등 연쇄 이동 두고
"대내외적 안보위기 상황" 강조
"알박기 인사 등 이슈 덮으려해"
국민의힘, '판 키우기' 의도 의심
"새정부 방해는 대선 불복" 반발
尹 '졸속 추진·불통 프레임' 부담
"尹 정치력 시험대 올라" 분석도
'불쾌'한 반응 속 단호 대응 의지
이번주내 文·尹회동 성사 불투명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역점 사업인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청와대가 21일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정권 이양기마다 신·구 정권 사이의 갈등이 종종 표출됐지만,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사안에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전 용산 이전이 불발될 경우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당선인 집무실을 계속 쓰는 한이 있더라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다만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되면 갈등이 곧 봉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이로 인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동에 대해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과 대내외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고개를 든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이 이슈(용산 이전)로 (회동 무산의 이유로 꼽힌)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등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되는 이슈들을 묻어버릴 수 있게 됐다”며 “여론전에서 불리하지 않으니 이걸로 ‘판을 키우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는데 용산 이전 문제로 민주당과 청와대가 빠르게 결집해 단일대오가 형성됐다”며 “이 부분은 우리의 패착”이라고 털어놨다.

대통령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로 윤 당선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이미 인사권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한 차례 무산됐고, 이날까지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선 직후 ‘허니문’ 기간도 없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신승한 윤 당선인이 정권 이양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집권 초부터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정과제 수행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선 애초 ‘광화문 시대’를 공약해놓고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 지역을 급하게 변경한 만큼 ‘졸속 추진’·‘불통’ 프레임에 갇히는 것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 발표 이후 윤 당선인이 내부적으로는 언짢아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단호하게 대응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입장문에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면서 이같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성명을 내 “청와대가 있지도 않은 안보 공백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방해하는 행위는 대선불복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는 발목잡기를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에 “안타깝다”라면서도 집무실 이전을 굽히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뜻을 전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이전 계획을 제대로 설명하기만 하면 얼마든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전 시 안보 공백 등의) 문제에 대해 소명, 설명이 되면 당장 모레라도 예비비 집행을 해줄 것”이라며 “우리가 불안을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켜줘야 예산을 처리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현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은 군사·안보뿐 아니라 재난재해와 도로교통, 소방 등을 연계하는 종합 컨트롤타워”라며 “5월9일까지 이 위기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데 그 다음날에는 용산에서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건지 설명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결국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의 실타래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과 함께 맞물려 풀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초 이번주 내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만남이 예상됐지만, 예비비 승인으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아무래도 이번 주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김주영·이현미·이도형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