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용산 근현대사 담은 '용산역사박물관', 94년 철도병원에 문 연다

김보미 기자 2022. 3.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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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옛 용산철도병원이 오는 3월23일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 용산구 제공


서울 용산구가 지역에 남아 있는 근현대 역사의 공간들을 문화 자원으로 엮어 낸다. 옛 용산철도병원 건물을 자료와 유물 4000여점이 전시된 용산역사박물관으로 바꿔 오는 23일 개관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일(13일)에 맞춰 ‘애국선열의 도시 용산’을 선포한다”며 “독립운동의 성지로서 용산이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잇고, 미래 세대들에게 역사를 알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월23일 개관하는 용산역사박물관 내부 모습. 등록문화재인 옛 용산철도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외벽의 붉은 벽돌과 내부 흔적들은 최대한 보존해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유지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용산구 제공


이를 위해 옛 철도병원은 용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지역사 전문 박물관으로 바꾼다. 1928년에 건설돼 일제강점기 철도 건설 노동자들이 치료받았던 병원은 건물 자체가 등록문화재다. 외벽의 붉은 벽돌과 내부 흔적들은 최대한 보존해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유지했다는 게 용산구의 설명이다.

지상 2층, 연면적 2275㎡ 규모의 용산역사박물관에는 구청이 공개 구입한 유물 1974점, 일반인과 용산 내 대사관 등에서 기증받은 1946점의 유물·전시품 등 총 4000여 점이 전시된다. 용산의 역사에 한정한 사료이기 때문에 국보급 유물은 아니지만 1932년 무렵 용산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지도나 철도병원을 지을 때 건축물에 관련된 사항을 기록한 일본식 마룻대 등이 포함된다.

오는 3월23일 개관하는 용산역사박물관 내 전시된 조선시대 용산의 모습. | 용산구 제공


조선시대 도성 남쪽 한강의 수운을 끼고 있어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갔던 용산은 이 같은 지리적 이점 탓에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한 철도를 놓으면서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을 이동시키는 병참기지가 됐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군에 이어 미군까지 외국 부대가 138년간 용산에 머물렀다.

용산구는 근현대의 아픈 역사를 겪으며 남게 된 역사문화 자원을 꾸준히 발굴해 왔다. 2016년 의열사를 재정비해 시민들에게 개방했고, 용산 미군기지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담은 역사서도 발간했다. 유관순 열사가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이 됐다가 묘가 실전됐다’는 사료에 근거해 2015년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 내에 추모비를 세웠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을 기억하기 위해 2017년 2월 숙명여대와 추모행사를 진행했고, 이봉창 의사를 기억하는 역사울림관도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이에 지난해 ‘역사문화 르네상스 특구’로 지정돼 국비와 시비 총 51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번 용산역사박물관도 특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옛 용산철도병원이 오는 3월23일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 용산구 제공


2011년 박물관 수립 검토에 들어간 용산구는 건립추진자문단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박물관은 건축물을 충분히 분석해 전시 연출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했고, 디지털 기술로 만든 2~3분짜리 2D와 3D 영상으로 전시 효과를 높였다고 구는 설명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살아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역의 근현대사가 갈무리가 돼 있지 않다”며 “외세 침략부터 가슴앓이했던 세월 길었던 만큼 역사적 유물이 많이 산재해 있다. 누군가 정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장기적인 플랜으로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다음달 11~17일을 ‘애국선열의 도시 용산’ 주간으로 정하고 도시 선포식이 열리는 같은달 12일 7위 선열과 유관순 열사, 김상옥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는 영상을 상영한다. ‘한강과 남산을 연결하는 길이 모두 열린다’는 의미의 ‘보더리스, 용산’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도 열린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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