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백억 들인 北 지원용 묘목..산림청, 동해 산불 복구에 전용한다
남북산림협력사업, 올해 예산까지 274억 소요
'북한과의 실질적 산림협력은 0건'
올해 62만본, 내년 51만본 출하 예정
홍문표 "이식 시점도 모르던 묘목, 사용돼 다행"
정부가 북한의 산림 황폐지 복구 지원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키운 묘목을 동해 산불 피해 복구에 전용(轉用) 하기로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산림협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당장 올해부터 매년 수십만 그루의 묘목을 출하해 이식(移植) 해야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여의치 않아진 상황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이날 산림청이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불 피해 지역 복구에 대북 지원용 묘목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냐’는 물음에 “동의함”이라고 답했다. 산림청은 자체적인 검토 계획 유무에 대한 질의에도 “산불 피해 조사 및 복구 계획에 따라 묘목 사용을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매년 수십만그루의 대북 지원용 묘목을 출하할 예정이다. 산림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나무·낙엽송·자작나무 등 62만본의 대북 지원용 묘목이 출하될 예정이며, 오는 2023년에는 51만본이 출하될 예정이다. 산림청은 출하 계획 변동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계획에 따라 출하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묘목들은 지난 2018년 9·19 평양 선언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된 남북산림협력사업을 통해 키워졌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기존 진행하던 대북 지원용 종자 채취를 위해 각각 3억6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되는 데 그쳤지만, 2019년부터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투입 예산이 57억4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20년에는 48억6800만원이 투입됐고, 지난해 예산은 84억9800만원으로 전년의 두 배에 가까웠다. 해당 사업은 올해에도 76억22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남북산림협력사업에는 지난 2018년 이후 올해 배정된 예산까지 포함해 274억여원이 투입됐지만 실제 묘목 출하와 이식을 위한 북한과의 산림협력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산림청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제출한 북한과의 협력 사업 성과는 ▲강원도 고성 산불, 대북 통지문 발송 ▲산림병해충 공동 방제 제안 ▲양묘장 현대화 물품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면제 승인 취득 등 3건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9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남북 교류 진행 상황을 고려해 남북산림협력사업 계획을 체계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북한이 아무런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짧게는 3~4년을 키우면 이식해야 하는 묘목들을 무작정 키우는 것은 출하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자칫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협력사업을 통해 양묘하는 나무들은 대북용이니 북한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남북관계가 잘 안되면 우리나라 조림 사업에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대북 지원용으로 양묘한 나무를 우리나라 조림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전용(轉用) 규정이 있냐’는 질문에는 “(협력사업 운영에 관한 것을) 법에 다 담아서 써두지는 않는다”며 “사업 계획에서부터 설계가 그렇게 됐다”고 했다.
산림청이 대북 지원용 묘목을 이번 산불 피해 복구에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기존의 입장이 반영된 셈이다. 다만 대북 지원용 묘목이 얼마나 복구에 쓰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불이 발생한 지 213시간 43분만에 꺼지며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산불이 됐다. 해당 산불로 동해안 전체 산림 피해 추정 면적은 2만4940㏊(헥타르)에 이른다.
홍문표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식 시점도 모른 채 양묘돼 오던 수십만본의 묘목이 국내 산불 피해 지역 복구에 사용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제는 막연한 남북관계를 위해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남북 교류 상황을 고려해 체계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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