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맞선' 원작 해화 작가 "강태무 '피식' 웃는 장면 좋았죠"
로맨스 소설 집필 10년.."현대인의 치유에 중점, 필수 요소는 사랑"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구김살 없이 자란 평범한 회사원 신하리(김세정 분). 재벌집 딸인 친구 '대타'로 나간 맞선에서 회사 대표 강태무(안효섭)를 만난다.
직장인 '본캐'(본 캐릭터)와 맞선녀 '부캐'(부 캐릭터)를 오가며 가슴 졸이던 신하리의 정체는 금세 탄로 난다. 그러나 통통 튀는 신하리의 매력에 강태무의 마음이 급진전하며 설레는 로맨스가 펼쳐진다.
신데렐라 스토리, 현실성 떨어지는 설정에 결말도 이미 가늠된다. 뻔할 법도 한데 SBS TV 드라마 '사내 맞선'은 지난 15일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코믹한 에피소드, 또 다른 커플의 '케미'(케미스트리·연기 호흡)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내 맞선'의 원작인 동명 웹소설을 쓴 해화 작가는 20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에 담지 못한 부분인데) 하리가 맞선에 나와 온갖 헛소리를 하며 긴장한 모습을 태무가 목격하고 '피식' 웃는 장면이 무척 좋았다"며 원작보다 드라마에서 잘 살린 부분으로 꼽았다.
해화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 '사내 맞선'을 연재한 건 2017~2018년. 웹소설 인기에 2018년부터 웹툰으로 연재됐고 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IP(지식재산권)가 됐다.
주인공 커플의 로맨스가 '달달'해질수록 해외 반응도 뜨겁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지난 9~10일 기준 전 세계 5위까지 올랐다. 웹소설과 웹툰의 국내외 누적 조회수는 2월 기준 4억5천만 회로 치솟았다. 웹툰은 태국·대만·인도네시아의 카카오 플랫폼 거래액 1위도 각각 달성했다. 텍스트에 머물던 스토리가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하며 생명력이 더욱 강해졌다.
해화 작가는 이런 흐름에 대해 "좋은 작품이 한곳에 머무는 건 아까우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작품을 발굴해내고 질 좋은 각색, 수준 있는 영상 연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들키고 싶은 비밀'로 데뷔해 작가로 활동한 지 10년. 해화 작가는 '연애결혼', '안 좋은 사이', '안녕 벚꽃', '당신의 체온', '낮과 밤의 색' 등 로맨스 소설을 꾸준히 집필했다. 무료 연재 때부터 그의 시그니처 인사말은 "취향 맞으시면 함께 해요!"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해화 작가는 그림 실력에 좌절하다가 소설 연재 플랫폼을 알고서 상상을 글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재미로 한 것이죠. 처음엔 다양하고 많은 소재를 쓰고 싶었지만 점점 안정적인 글을 쓰는 경향으로 바뀌었어요."
그는 기존 로맨스 소설의 통념에서 벗어난 필력으로 독자를 확보했다. 일상 속 평범한 인물이나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받은 존재를 등장시켰다. 인물의 정서적 성장, 연애와 결혼의 현실적 고민, 남녀의 시각차를 섬세한 감정 묘사와 따뜻한 전개로 풀어냈다.
그는 "그간 쓴 소설의 주제는 부자 남자를 만나 구원받는 여성의 서사가 중심이 아니라 대부분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며 "가족이란 이유로 학대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신적인 치유"라고 돌아봤다.
또 "우리나라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나 가족에게서 제대로 독립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 그래서 자신이 꾸린 가족을 우선시할 때, 자신과 선택한 배우자가 중심이 되는 인생을 살 때 결혼도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가치관도 밝혔다.
그런 점에서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기획한 '사내 맞선'은 로맨스 소설 코드를 마음껏 쓴 느낌이다.
"처음 스토리를 짤 때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읽기 쉽고, 내용은 발랄하고, 웹툰화가 된다면 만들기 좋게'라는 마음으로 쓴 건 사실이니 그런 면에서 보면 기획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로맨스 소설 장르는 주체적인 여성 서사가 빈약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문학계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해화 작가는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독자들 의식이 높아지고 로맨스 소설도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주체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성에 의존해 운명을 결정하는 여성 캐릭터는 일부로, 이제는 취향의 다양성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로맨스 소설이 오랜 시간, 꾸준히 독자를 끌어모으는 매력은 뭘까. 해화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사람이 한 번은 하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라며 "대리만족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로맨스 소설의 필수 요소로는 "두 사람의 사랑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스토리, 소재, 어떤 소품이 들어가든 두 사람의 연결이나 갈등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을 많이 넣지 않고 문장도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방해된다면 배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로맨스 소설에 입문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해화 작가의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너를 사랑하던 날'을 꼽았다.
"짝사랑하는 선배에게 갑자기 고백하고 신경 쓰지 말라는 '밀당녀'와 갑자기 고백을 받고 후배에 대한 생각에 빠진 '다정남'의 이야기예요. 일상적이면서도 만화적 요소가 있어 가볍게 접근하려는 분들께 좋을 것 같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로는 "권력을 쥔 악인을 잡는 형사물 같은 걸 써보고 싶다"며 "아직은 그걸 쓰는 저 자신을 상상만 하고 있다"고 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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