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인간의 도시화, 전세계 토끼풀 진화 방향 정했다

조승한 기자 2022. 3.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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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피어 있는 토끼풀(클로버)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인간과 가까운 토끼풀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의 도시화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이 만든 도시가 전 세계에 걸친 생물 진화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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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피어 있는 토끼풀(클로버)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근처 풀숲을 헤맨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토끼풀은 잔디밭이나 산자락 등 풀이 자랄 수 있는 곳이면 도시든 시골이든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인간이 사는 곳이면 지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생물인 셈이다.

인간과 가까운 토끼풀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의 도시화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이 만든 도시가 전 세계에 걸친 생물 진화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 존슨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비롯한 26개국 160개 도시 287명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은 토끼풀이 전 세계 도시 전반에 걸쳐 초식 동물을 방어하기 위한 화학 물질을 덜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18일 사이언스에 밝혔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자연과 동떨어진 환경인 도시를 구축하고 주변 환경을 재편한다. 도시 환경이 인간이 아닌 생물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례는 곳곳에서 이미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마다 기후나 환경 등 특성이 다른 만큼 생물의 진화가 도시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생물학자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토끼풀을 활용해 도시의 영향을 분석하기로 했다. 존슨 교수팀의 도움을 요청하는 트위터 게시글 하나에서 시작해 글로벌 도시 진화 프로젝트(GLUE)가 출범했다. 참여에 흔쾌히 응한 과학자들은 160개 도시와 인근 농촌 지역 6169개 지점에서 토끼풀 11만19개를 수집해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도시 근처에 자라나는 토끼풀은 초식 동물을 쫓는 데 활용하는 화학 물질인 시안화수소를 덜 생산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부터 일본 도쿄, 호주 멜버른, 독일 뮌헨에 이르기까지 어느 도시에서건 똑같은 특성이 나타났다. 26개 도시에서 토끼풀 2074개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도시마다 적응 정도는 달랐으나 도시와 농촌을 구별할 수 있는 적응 진화의 특성은 그대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인간이 도시화를 통해 생물 진화를 주도하는 만큼 도시 환경을 분석해 희귀종의 적응을 돕거나 반대로 해충 등을 피하는 도시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존슨 교수는 “도시화는 농촌과 자연환경을 지구의 생물다양성이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있고 생명의 진화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며 “도시 환경에 대한 생물의 적응이 일반적이라면 인간과 생태계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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