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첫 투표자들이 윤석열 당선인에 하고 싶은 말은?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SDF 다이어리'입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 '통합'과 '협치'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모두 아시는 것처럼 선거 역사 상 최소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기 때문이죠.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갈라져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BS D포럼(SDF)는 이번 선거에서 첫 투표를 한 유권자(만 18~19세)들을 만나봤습니다. 사실 SDF는 2018년부터 투표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10대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왔는데요. 이렇게 만 18세로 투표 연령이 낮아진 뒤, 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유권자들을 취재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청소년 참정권-우리가 투표하고 싶은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rjuFIMVc-6s)
[ https://www.youtube.com/watch?v=rjuFIMVc-6s ]
이번에 투표권을 처음으로 획득한 연령은 만 18세와 19세에 겹쳐 있으며, 인원은 98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2% 정도입니다. 새내기 유권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요? SBS D포럼은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님과 함께 새내기 유권자들의 눈을 통해 본 우리 정치 현실과 향후 5년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실 SDF 멘토는 다수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경험한 30년 차 유권자이자, 정치학 박사인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학부 교수입니다."
"유권자로서 다수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에서 투표 많이 했고요. 교수로 정치학을 가르치는데 정치학 중에서도 '선거'가 제 전공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투표 연령이 하향 조정되면서 2004년 3월 10일 이전에 출생한 국민이 유권자였습니다. 고등학생인 분들도 계셔서 취재하기 전에 부모님 동의를 사전에 받기도 했는데요. 직접 첫 투표 소감 들어보니 어떠세요?"
"투표할 때 울컥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저도 좀 찡하더라고요. 투표는 공동체가 의사 결정하는데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 어른이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말 축하할 일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새내기 유권자들이 제대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을 어른들이 제공했는지 반성도 하게 됩니다."
"첫 투표한 유권자분들께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취재하면서 '투표 연령 하향을 왜 걱정했지?'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더라고요.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많다고는 하더라고요. 어느 쪽이든 말씀하신 대로 정치적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어른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 박준우 님께서 투표권은 주어졌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정치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 있느냐를 두고 다퉜죠. 그런데 정작 투표권을 주고 난 다음에는 정치 교육이 전무합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명분을 '미성숙'을 내걸었지만, 결국 투표 연령 하향 조정이 표 얻는데 유리한가 불리한가만을 따졌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한국의 헌법이 어떻고 정치적 제도가 어떻고 투표를 어떻게 하면 되고, 그런 기술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토론은 어떻게 하는 건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온라인상에서 처음으로 정치 사회화 과정을 겪는 거예요.
앞서 교수님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처음 정치적 사회화 과정을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도현 학생 얘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 정치 교육은 물론이고 토론이라는 걸 경험해 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어요.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겁니다. 결국 온라인상에서 처음으로 정치 사회화 과정을 겪는 거예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온라인상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적어요. 결국 나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과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비단 10대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학에서 토론 수업을 해봐도 굉장히 힘들어해요. 익명의 대상을 상대로 이른바 키배(키보드 배틀) 공격에 익숙한 유권자들은 오답 아님 정답만이 있는 것 같아요. 상호 공통의 영역이 존재한다거나 설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SDF에서도 '공론의 장 붕괴'를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보고 있어요.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들은 늘었지만, AI가 비슷한 생각만 선별해 보여주면서 이른바 '확증편향[1]'이 강화되고, 결국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기보다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젠더 갈등에 대해 짚어준 분도 계셨어요."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았어요. 여성가족부 기능 개선은 동의하지만 폐지는 이해 못 하겠어요."
"20대 대선에서 젠더 갈등을 선거로 끌어들였고, 진보·보수를 가르는 중요 의제로 설정해버렸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어도 이 갈등을 선거에 이용한 사람들은 선거 역사책에 이름을 남겨서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젠더 갈등 이슈가 이른바 아이덴티티 폴리틱스(identity politics: 정체성 정치)[2]이기 때문이에요. 즉 정체성이나 생리적 집단을 근거한 갈등은 해결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미국 같은 경우는 인종 갈등이 그 예죠. 여성과 남성을 갈라서 갈등을 만들면 도저히 합의나 조율이 안되는 거죠."
[2] '정체성 정치'는 전통적인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드넓은 보편 정치가 아닌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의제는 아니죠. 이번에 젠더 이슈가 공정성 이슈와 합해 폭발력을 가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맞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이 인물 됨됨이가 더 걱정스러웠다는 부분은 더 말씀드릴 부분은 없습니다. 보통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이 낮으면 정치를 망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실제 우리가 경험을 하기도 했죠. 그래도 조금 희망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더 나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약속한 것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체제하에서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정치죠."
"국민의 선택은 끝났고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하죠. 오도현 님도 언급한 것처럼 모두 본인이 선택한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데, 초접전을 벌였던 만큼 절반의 유권자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협치'와 '통합'도 화두인데 이제 우린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요?"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하면 자신의 죽은 표, 사표가 됐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당선자에게 던진 표든, 낙선자에게 던진 표든 그 표는 결국 숫자로 남아 있잖아요? 이번 선거도 득표율을 통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처럼, 지지를 했든 그렇지 않았든 투표로 자신을 표현한 것이고 그 결과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또한 선거는 단순히 승자를 뽑는 기계적 과정이 아닙니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의 과정에서 후보들이 나누는 대화와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비전 그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거는 하루로 끝나지만 당선인은 향후 5년을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과정을 꼼꼼히 보고 5년 뒤 선거를 또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생각하는 D>는 지난해 SBS D포럼에 연사로 함께 해주셨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명예 교수의 강연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오늘 SDF 다이어리에 담은 새내기 유권자들의 솔직한 경험담이 대통령에게 잘 '수신'되길 바라봅니다.
(글: 채희선 기자 sdf@sbs.co.kr / hsch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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