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 못 지켜 죄송" 갓성비 한식 뷔페도 결국 값 올려
김홍준 2022. 3. 19. 00:02
“죄송합니다.”
식당에는 대개 두 부류의 ‘님’이 공존한다. ‘손님’과 ‘사장님’이다. 여기에 식자재를 대주거나 배달해주는 ‘기사님’이 낄 때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는 지난 11일 한 기사님이 사장님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재료) 값이 많이 올랐네요.”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사장님이 말했다. “다음 달에 메뉴 가격 올릴 거예요. 죄송해요.”

죄송할 일 천지다. 중앙SUNDAY는 식당에서 주로 쓰는 식재료 30개 품목 가격을 조사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지난 15일 기준 소매가는 최근 5년간 평균 가격보다 12% 올랐다.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6.7%의 두 배에 육박한다. 30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올랐다. 시금치가 69%로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요즘 식당에서 시금치 무침을 보기 힘든 이유다. 풋고추(54%)와 깻잎(49%)을 달라고 할 때 사장님이 주저한 것도 까닭이 있었다. 김치(배추 12%) 자리에 깍두기(무 -12%)가 대신하는 것도 그렇다.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복청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박계숙(60)씨는 “김치 담그기가 무섭다"며 "배추는 물론 소금(45% 인상)·멸치액젓(15%) 값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튿날 내놓을 감자(3%)샐러드에 고명으로 얹을 파프리카(18%)를 다듬고 있었다. 혼자서 만든 15가지 반찬을 곁들인 한 끼를 6500원에 내놓는다. 추가 요금 없이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게 했다. 그 소문에 손님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현장 근처의 한식 뷔페는 값을 올렸다는데, 나도 어찌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집은 오전 3시 30분에 문을 열어 이른 아침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저녁에는 예약에 한해 손님들이 가져온 한우·홍어회 등을 먹게 자리를 마련해 준다. 촘촘한 영업시간이 두드러지지만, 물가 인상이 고단함을 더한다고 한다. 이 사장은 "막걸리 출고가가 올라도 3000원을 계속 받다가 올해 들어 결국 4000원으로 올렸다"고 털어놨다.



한식 뷔페는 메뉴 고민 없이 골고루, 저렴하게 후딱, 눈치볼 필요 없이 혼밥이 자연스러우니 물류거점지역이나 산업단지· 고시촌 근처에도 자리 잡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촌의 한 한식 뷔페에 들르기도 했다. 추가로 돈을 내면 삼겹살 무한 제공하거나 계란 프라이 무한 리필, 반찬으로 나온 젓갈·장아찌 판매 등 곳곳의 한식 뷔페는 갖가지 특화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서울 청량리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권혁일(39)씨는 “일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빠듯한데, 한식 뷔페에서 뚝딱 먹고 일터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경모(27·서울 서대문구)씨는 “6000~7000원에 육해공 메뉴를 매일 바꿔서 내놓는 한식 뷔페는 가성비를 넘어 갓성비(God+가성비)로 부를만하다”라고 주장했다. 한식 뷔페 투어를 하는 20·30세대도 있다.


한식 뷔페의 갓성비는 계속될까. 통계청은 지난 1월 밥상물가로 통칭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5.9%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최대 상승 폭이다. 출고가 인상에 따라 음식점 소주는 5000원. 맥주는 6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식 뷔페 식당은 올해 들어 1000원씩 올려 받는 곳이 많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한식 뷔페 사장은 “7000원을 받다가 한 달 고민 끝에 값을 올렸다"며 "단골에게 죄송해서 한 달째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먹어야 산다. 손님은 먹어서 일터로 나서고, 주인장은 음식을 팔아서 먹고산다. 그런데 요즘 사장님은 가격이 올라 손님에게 죄송하고, 단골은 다른 곳으로 가려니 이 또한 죄송하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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