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K방역'..사망자 급증에 "절반이 기저질환자"라는 정부

강승지 기자 입력 2022. 3. 18. 06:09 수정 2022. 3. 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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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오미크론, 독감 수준 아니다..정부가 유행 부추겨"
국민 인식조사결과, 방역당국 신뢰도 2년 전보다 20%p 하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전망이 나오면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2022.3.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섰고 위중증·사망 등 다수의 인명 피해가 이어지지만, 방역 당국은 연일 "이번 주 정점에 진입했다. 정점이 지나가기를 바란다"는 식의 입장을 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두 달동안 당국의 방역 완화 조치는 물론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관련 메시지가 유행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의료 정보전달 연구팀이 진행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당국의 신뢰도는 2년 전보다 23%p가량 급감, 최저치를 찍었다.

당국은 다음 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종전보다 완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완화하더라도 최소한 고위험·감염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생각도 해달라"며 "대유행은 더 오래, 피해는 더 크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시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인명피해 관망하나

전날(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62만1328명으로 누적 82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전문가용 신속 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숨어있던 확진자가 발견된 데다 직전날(16일) 신고-집계 오류로 누락됐던 7만여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일평균 확진자가 38만7000명 정도로 예상치에 도달한 상태다. 이번 주나 늦어도 다음 주 초 정점에 도달할 것이다. 기대컨대 정점이기를 바란다. 1주일 정도 지켜보면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의 방역 완화 메시지가 유행을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확진자 억제 체계에서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고 일상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 중에서 (방역 강화와 일상회복) 메시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규제를 풀다 보니 서로 다른 메시지가 공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이날 역대 최다규모인 429명으로 집계된 사망자 발생 추이를 두고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사망과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정확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사망자의 50%가 기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황만 보면 고령층 중환자와 사망자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저질환을 앓던 사망자가 많다고 한 설명과 달리 이날 사망자 429명 중 사인이 코로나19 또는 폐렴이 92.1%(395명), 기저질환 악화는 5.4%(23명)로 나타났다.

당국은 확진자 폭증을 '신속 항원검사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많이 찾아낸 결과'라고 표현한다. 거리두기 완화 정책으로 확진자 규모 자체가 커진 데 대한 설명은 없다. 마치 방역완화 결정은, 확진자 폭증은, 일부 인명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도로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사상 첫 60만명대를 돌파한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점검하고 있다. 2022.3.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급진적 방역 완화 →인명피해+국민혼란 가중…"경각심 풀었기 때문"

전문가들은 섣부른 방역 완화로 인한 확진자 폭증이 감염에 취약한 인명의 위중증·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완화 과정에서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메시지를 꼬집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우선 치료할 수는 있지만, 고위험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역정책은 어디에도 없다"며 "독감도 하루에 40만 명씩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된다"고 질타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도 "확진자가 폭증하게 된 이유는 정부의 지속적인 방역 완화 조치와 국민에 잘못 전달된 메시지 때문이다. 최소한 조심해야 한다, 위험하다는 메시지도 함께 내야 한다"며 "정점을 지날 때까지 확인한 뒤 완화하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순영 교수는 "사인 자체가 오미크론 감염이 아니더라도, 오미크론 감염이 되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다. 지난해 델타 유행으로 인한 '코로나19 사망률'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자의 '초과 사망률'이 유사했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같다. 보통 위기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당국의 메시지 전달과 관련한 국민 인식 조사가 최근 발표돼, 생각해 볼 점을 만든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한 바 있다.

감염병 대응 주체 중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등 방역당국을 신뢰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3%가 '그렇다'고 답해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6월 83%, 직전 설문조사인 2021년 11월 73.2% 수준보다 떨어졌다.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 80.6%, 감염·역학 전문가의 신뢰도 77.2%보다 낮다. 유명순 교수는 "방역 당국을 향한 신뢰도, 긍정 인식이 이전보다 낮아졌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방역 신뢰와 관련해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오미크론의 위험은 국민 곁에 더 가깝고 폭넓게 다가와 있다.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하더라도, 오히려 전보다 더 국민 경험과 필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방역 정보 제공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정보를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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