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100만명 확진·600명 사망.."거리두기 완화로 정책 실패"(종합)
정점 멀어질 가능성..전문가들 "오미크론, 독감 수준 아니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김서영 기자 = 17일 0시 기준 62만1천328명이라는 초유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 40만741명에서 22만명 넘게 폭증한 수치다. 이날 신규확진자 집계에는 전날 질병관리청 시스템 오류로 누락된 확진자 수가 포함돼 있다.
이틀간 발생한 확진자를 합하면 102만2천69명으로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틀 동안 하루 평균 5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행이 커지는 시점에서 정부가 섣부르게 거리두기를 완화해서 초래된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대유행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거리두기 완화로 낮아진 경각심…"유행 정점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방역 완화가 확진자 폭증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완화로 발생한 정책 실패"라며 "그런 과정에서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 급작스러운 신속항원검사 진단 기준 변화, 대선 선거운동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방역 완화가 원인"이라며 "영업시간을 늘린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완화 메시지가 너무 강력하게 간 것 같다. 그래서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 높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추정치는 이제 의미가 없다"며 "이제는 검사량에 따라 확진자가 100만명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점 구간은 더 길어졌다"며 "원칙대로 거리두기 정책을 했다면 2월 말, 3월 초에 정점 찍고 내려왔을 텐데 정점은커녕 아직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예측치가 빗나갔음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확산세가 예상보다 높은 상황으로 정점 구간이 다소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근의 변수를 적용해 예측 모델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복수의 연구기관 전망을 인용해 유행 정점이 16일부터 22일까지 형성될 것으로, 정점에서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31만6천∼37만2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확진자 규모는 예측치를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국내 정점 규모는 이미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크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100만명당 확진자는 6천730명이다.
프랑스는 정점(1월 25일)에서 100만명당 확진자가 5천436명이었고, 영국과 미국도 각각 2천681명(1월 5일), 2천425명(1월 15일)으로 한국보다 적었다. 일본은 100만명당 749명(2월 9일) 수준에서 정점을 형성했다.
현재 추세라면 이날 0시 기준 825만592명인 누적 확진자는 다음 주 내 1천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민(2022년 추계 인구 5천162만8천117명) 5명 중 1명, 20%가 코로나19 감염 경험을 갖게 된다.
오미크론 유행을 먼저 겪은 해외 사례를 보면 인구의 20%가 감염되면 신규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가 보인다. 우리나라도 정점 구간에서 인구의 20%가 감염되면서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 안 된다.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엄 교수는 "20% 감염은 최소한의 브레이크가 있을 때의 이야기"라며 확산세가 커진 만큼 감염 비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했지만 고령층 사망자 급증…"의료현장 전쟁터"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정점이 예측대로 형성되면서 의료체계를 준비된 범위에서 대응할 수 있다면, 이번 위기가 코로나19 전반 대응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의 큰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천159명으로 열흘 연속 1천명대를 유지했다. 전날 1천244명보다는 85명 줄었는데, 이는 사망자가 급증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는 429명으로 직전일(164명)보다 265명 급증했다. 이틀간 집계된 사망자는 593명이다.
최근 20일간 사망자는 3천698명으로 전체 사망자(1만1천481명)의 32%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3분의 1이 지난 20일 동안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는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사망자의 61.54%(264)는 80세 이상이다. 70대(94명)와 60대(43명)를 합하면 사망자의 93.47%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정부는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 특성을 고려해 방역정책을 중증·사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고위험군 보호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고령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급증을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의 확진자 폭증에 대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많이 찾아낸 결과라는 식의 설명을 내놓았다.
이상원 방대본 단장은 "신속항원검사 확진 인정에 따라 검사 편의성이 커지면서 그간 검사가 어려웠던 이들의 발견율이 높아졌다"며 "확진자 증가라는 부정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환자를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 정책으로 확진자 규모 자체를 늘린 데 대한 설명보다는 진단체계 변경에 따른 숨은 감염자 발견 효과를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사망자 급증에 대해서도 기저질환자 증가에 따른 영향을 언급했다.
손 반장은 "병원 현장에서는 사망자의 50% 정도는 오미크론보다는 기저질환 영향이 크다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사망자 429명 중 사인이 '기저질환 악화'인 경우는 5.4%(23명)고, '코로나19 또는 폐렴'은 92.1%(395명)로 분석됐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확진자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확진자 폭증으로 보건소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확진 후 통보와 재택치료 안내 등 조치가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다.
중증 병상가동률은 65.6%로 아직 비상 상황(80%)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 감염 등 영향으로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오미크론 치명률이 0.1% 이하로, 계절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망자도 덩달아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확진자수 자체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명률 수치는 낮아질 수 있지만 하루 수백명씩 사망자가 쏟아지는 상황을 놓고 정부가 계속 '독감 수준이어서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데도 사망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상황인데 독감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라며 "독감 수준이라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하루 사망자가 6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봤는데 1천명까지도 가능하다"며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고 전쟁터"라고 상황을 전했다.
정부가 오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최 교수는 "계속 완화했으니 되돌리긴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부분적이나마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3주라도 잘 버텨서 사망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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