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00만 국민주' 삼전 주총 취재기..기대와 질타 속 삼성전자의 미래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1,600명의 주주들
"경북 구미에서 왔어요. 직장인인데 연차 내고 왔어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일흔 조금 안 됐어요."
어제(16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주주총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삼성전자가 제공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온 어르신들까지. 또 주주 명부 확인 데스크만 49개에 동원된 안내 인력만 수백 명에 달했습니다. 그야말로 '500만 주주'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총회다웠습니다.
역대 최고 매출에도…속 타는 주주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소개하며 주주총회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한 부회장의 외침은 주주들에겐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6만 9천800원. '10만 전자'를 넘보던 지난해 초 대비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30%나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주주총회 전날 노태문 MX사업부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17억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달래기에 나섰지만, 가까스로 '7만 전자'를 회복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한 수백만 명의 삼성전자 개미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주주들은 조총에서 "자사주 매입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소각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GOS 논란 · 러시아 이슈 · 파운드리 수율까지…풀어가야 할 문제들
먼저 주주총회장에서는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강제적용 논란이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를 출시하며 게임 등 고사양 앱을 실행할 때 과도한 발열을 방지하기 위해 GPU 성능을 떨어뜨리는 GOS를 강제로 적용 시켰습니다. GOS 사용 여부를 사용자가 정할 수 있었던 이전 스마트폰과는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뺏어갔다며 반발했고, 얼마 안 가 삼성전자는 GOS 정지 기능을 활성화 시켰지만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취재파일] '역대 가장 강력한 갤럭시'라더니…뿔난 소비자들 )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664492 ]
결국 일부 소액 주주들은 오늘 트럭을 동원해 총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를 기획한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카페 대표는 취재진에게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는데도 제대로 된 설명이나 보상 없이 주주총회를 진행했다"며 확실한 대책을 요구함과 동시에 손해배상소송 청구 계획을 밝혔습니다.
주주총회장에서도 관련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한 주주가 "갤럭시 S22의 성능을 제한해놓고 최대 성능이라고 해서 논란"이라며 "회사는 어떤 생각이고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결국 한종희 부회장은 단상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습니다.
"앞으로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이러한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여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
공식 사과였지만, 원론 수준에 그친 시원하지 못한 대답은 주주들의 아쉬움을 사기 충분해보였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커다란 변수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현지에 공장이 있긴 하지만, 해상 물류 차질로 지난 5일부터 물품 선적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주주들은 "현지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 있는지" 등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 부회장은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다양한 방면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 면밀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버스와 로봇을 새 엔진으로
메타버스에도 총력을 기울입니다. 한종희 부회장은 "메타버스를 성장시켜 고객이 언제든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삼성전자는 메타버스 관련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부회장은 신사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인공지능, 5G, 전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큰 탈 없이 끝난 총회…과제는 '신뢰 회복'
총회장에서 만난 주주 가운데 지금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주 김왕성 씨는 "항상 가는 길엔 굴곡이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발전된 상향 곡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겹겹이 쌓인 악재로 삼성 임직원 모두 진땀 뺀 하루였지만, 소비자들의 니즈와 기대감을 놓치지 않도록 앞으로의 방향 설정을 잘 해나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PD : 김도균, 제작 : D콘텐츠기획부)
김보미 기자spri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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