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엎드려 쏴 자세 그대로인 국군 유해, 딸 찾았다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에서 수습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가 고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고 국방부가 오늘(17일)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작년 10월 2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된 유해와 관련해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 조사를 거쳐 딸 조영자 씨를 찾아냈고, 유전자 분석으로 친자 관계를 최종 확인했습니다.

1928년 경북 의성 태생인 고인은 농사를 짓던 중 전쟁이 터지자 1952년 5월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긴 채 제주도 제1훈련소로 입대했습니다.

9사단 30연대 소속이었던 그는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마고지 전투는 6·25전쟁 당시 철원 일대 백마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군 9사단이 중공군과 12차례 공방전으로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접전이었습니다.

작년 10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발굴 당시 고인의 유해는 개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유해는 상반신만 수습됐는데, 탄약류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습니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서는 한눈에 봐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딸 조영자 씨는 부친의 신원 확인 소식에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오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고 국방부는 전했습니다.

국방부는 고인을 위한 '호국 영웅 귀환행사'를 이날 인천에 있는 유족 자택에서 열 예정입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개시된 이후 지금까지 총 185명의 국군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이강 기자lee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