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불붙은 애그플레이션..韓 곡물수입액 월 1兆 시대 열렸다

세종=전준범 기자 2022. 3.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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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방 제재에 "6월 말까지 곡물 수출 중단"
작년 12월 고점 찍은 韓 곡물 수입액 재경신 가능
5개월째 3%대 소비자물가 자극할라.."4%대 전망"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오는 6월 말까지 밀·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과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끄는 것)’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 러시아가 곡물 수출 차단 카드를 꺼내들며 그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 금액은 지난달 7억5800만 달러(약 9433억 원)를 기록하며 1조 원에 접근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1조 원(8억 달러)을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가 상반기 내내 곡물 수출을 중단하며 수입물가를 달굴 경우 한국은 본격적으로 곡물 수입 1조 원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곡물 수입 부담 가중은 가공식품·외식 등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현재 3%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 트빌리스카야 마을 인근 밀밭에서 밀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한 곳이다. / AP 연합뉴스

◇ 韓, 월간 곡물 수입액 9억 달러 돌파 가능성

16일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 금액은 7억5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8억494만 달러, 12월 8억9567만 달러, 올해 1월 8억3865만 달러 등 3개월 연속 8억 달러를 돌파했던 것보다는 감소했다. 하지만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월평균 곡물 수입액(5억7617만 달러)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40%(2억 달러)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곡물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14일(현지시각) 러시아 농업부·산업통상부는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밀·보리·호밀·옥수수 등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정부령을 마련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러시아가 맞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으로 꼽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두 나라는 전 세계 밀·보리 수출의 3분의 1, 옥수수 수출의 5분의 1을 책임진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해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6월 혹은 그 이후까지 차단한다면 밀·옥수수·대두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밀 자급률은 0.8%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비록 한국이 식용 밀은 미국·호주·캐나다, 사료용 밀은 우크라이나 등에서 주로 들여온다고는 해도 러시아산 곡물 공급이 끊기면 가격 상승 압력은 모든 국가가 연쇄적으로 받게 된다.

그래픽=이은현

한국의 곡물 수입액 최고치(월 기준)는 작년 12월의 8억9567만 달러다. 정부는 지난달 7억 달러대로 내려간 수입액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 가격이 진정될 만한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 소비자물가 4%대 진입 우려

애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높아진 인건비와 수확 차질, 공급난 심화, 원자잿값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에 앞서 헝가리도 이달 초 식량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든 곡물의 수출을 중단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인플레이션 고통에 허덕이는 한국에도 반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곡물 가격 상승세도 국내 물가에 반영됐다. 특히 전체 460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시민들이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 식당가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외식 물가의 경우 6.2%나 올랐다. 2008년 12월의 6.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달 4일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개인서비스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의 누적, 재료 원가 상승 등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7.34로, 전월보다 3.5%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9.4% 뛰었다.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국내 물가 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00원을 돌파했고, 국제유가도 100달러를 넘나든다. 시장에서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솔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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