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폐기 .. 美와 동맹 재건·中은 상호 존중 [윤석열 시대]

김선영 2022. 3.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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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과제
(4회) 대북·북핵 정책과 대미·중·일 전략
北 위협에 초점 맞춘 국방정책 주력
국방백서 '북한군은 주적' 명시 공약
대북 선제타격 능력 강화도 거론돼
尹, 바이든 다음으로 기시다와 통화
日과 관계개선 바탕 中 견제 가능성
사드 추가배치는 中 반발 초래 우려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국면 속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고, 한·중 협력과 한·일 관계 개선 등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극명하다. 앞서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브랜드라 부를 수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종전선언’에 피로감을 느꼈던 국민들은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청사진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반면 ‘강대강’ 대립으로 번질 수 있는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강화로 인해 소원해질 한·중 관계, 교착상태에 빠진 대일(對日) 외교 등의 풍랑을 잘 헤쳐나갈지 걱정하는 시선도 상당하다.

◆대북 위협 초점… 북한군 주적 명시하나

5월1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는 윤 당선인이 마주한 외교·안보 현실은 엄혹하다. 우선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15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르면 이번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시험을 위한 추가 발사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움직임도 포착되면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핵실험·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로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일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취임 직후부터 대북 위협에 초점을 맞춘 국방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북한이 실제로 ICBM 최대사거리 발사나 정찰위성을 쏘아올리면, 이에 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사드는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에서 요격하는 미군 미사일방어(MD)체제의 일부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해 부산을 비롯한 남부 지역을 겨냥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도 윤 당선인의 정책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연합훈련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병력·장비를 대규모로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 방식 위주로 진행돼왔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평가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이르면 8월 실시될 한·미 연합훈련에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방백서나 장병 정신교육 등에서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2020 국방백서에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국방백서가 2년 주기로 발간된다는 점에서 내년 초 공개될 2022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정권과 군이 주적으로 명시될 수 있다.

선제타격 능력 강화도 거론된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극초음속미사일 등은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지만,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작전 개념의 명칭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F-5 전투기 추락 사고로 논란이 됐던 노후 전투기 교체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美동맹·日협력·中상호존중의 방정식

윤 당선인의 외교 기조는 명료하다. 미국과는 동맹 재건, 일본과는 갈등 현안 해결을 통한 관계 개선, 중국과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관계 발전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실용외교를 펼친 문재인정부의 외교 기조를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중심축에 둔 ‘전략적 선명성’을 취할 것임이 확실하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치우친 외교를 하면서 무너진 한·미동맹의 재건을 누차 밝혀왔다. 윤 당선인의 대미 기조는 정부 공식 출범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이르면 5월 하순 방일하는 계기에 한국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한반도가 처한 복잡한 현실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 일변도로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교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지적의 중심에는 윤 당선인의 사드 추가 공약 등에 경계 섞인 시선을 보내는 중국이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주한미군 사드 1개 포대만으로는 수도권 방어가 충분치 않다면서 사드를 구매해 추가 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2016년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때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고강도 보복에 나섰던 만큼 사드 추가 배치를 추진하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공약인 쿼드의 단계적 가입에 대한 중국의 견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는 남북 및 한·중 관계 관리에 실패했던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중·러와 관계를 개선하면서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게 했던 노태우정부의 북방 및 대북 정책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에 역대 최악의 관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일본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 이후 외국 정상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한 다음으로 인사한 상대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였다.

결국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최우선에 두고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칫 일본군위안부·강제동원, 경북 울릉군 독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진 등 현안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명분 없는 협력은 국민적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영·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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