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박영준] "중국보다 비싸고, 유럽보다 안 예뻐.. 객관적평가가 국산 살린다"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이경호 부장 2022. 3. 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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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기능 중심 아웃도어 장비 리뷰하는 유튜버
파주 아웃도어 전문매장 ‘산수유람’에 새롭게 스튜디오를 낸 박영준씨.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진 않으나 산수유람 사장과 오랫동안 같이 협업한 사이라고 한다.
유튜브 전성시대다. 이젠 등산장비 정보도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 본다. 사진이나 글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실제 장비의 사용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랩 나스미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산을 가장 많이 즐기는 세대인 40~60대 절반은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한다고 한다.
하지만 등산 장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리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카탈로그에 적힌 내용 그대로를 되풀이하듯 설명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협찬이나 광고를 받아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된 리뷰를 통해 눈길을 끌고 있는 유튜버가 있다. 아웃도어 유튜버 박영준씨다. 채널 ‘박영준TV’를 운영하는 그는 ‘특정 장비를 추천한다’, ‘추천하지 않는다’를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그 제품이 가진 특성을 토대로 해당 제품군에서 어떤 점을 주목해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지 확장해서 설명해 준다. 또한 한국 아웃도어 기업을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아 많은 동호인들에게 공감을 사기도 했다. 최근 파주에 새롭게 스튜디오를 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산장비는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호기심으로부터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는 박영준씨.
-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버 박영준입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운동 선수생활을 했었고, 연세대에 진학해 산악부 활동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모 경제연구소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고요. 워낙 바쁜 생활이라 등산은 잠시 접어뒀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아웃도어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죠. 어떤 제품을 수입하면 인기를 끌지, 또 몇 개 정도 팔릴지 예측하고 상담하는 일입니다.
- 그만뒀던 등산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또 등산장비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요?

40세 무렵 조기축구회에 나갔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어요. 축구를 다시 하기 어려운 몸이 됐죠. 그래서 다른 대체 운동을 찾다가 옛날 산악부 시절이 생각났어요. 다시 산에 가려고 등산용품을 사러 갔는데 너무 비싼 거예요. 그리고 제품에 쿨맥스니 고어텍스니 하는 태그도 엄청 많이 붙어 있었어요. 도대체 이 태그들은 무엇인가, 또 왜 비싼지를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이걸 파헤쳐 보기로 했죠.
박영준씨가 2004년 개설한 카페 고윈클럽. 회원수 3만 4,000명에 월 페이지뷰가 300만에 이른다. 산행장비에 대한 의견과 질문이 주를 이룬다.
- 어떻게 등산장비를 공부했습니까?

일단 서점에 가서 섬유공학책 3권을 구매했어요. 경제연구소에서 일할 때 맡은 회사 산업이 마침 섬유화학이라 어느 정도 베이스가 되는 지식은 쌓아둔 상태였거든요. 책을 보면서 제대로 소재를 이해하니깐 그제야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면을 고려해야 하는지 조금 보이더라고요.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운 정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모르는 걸 배우고 싶어서 2004년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이름은 ‘고윈클럽gowin club’입니다. 여기에 자료들을 쌓아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회원 3만4,000명에 한 달 조회수가 300만에 이르는 큰 카페로 성장했죠. 코로나로 2030세대와 여성회원도 많이 유입됐어요.

-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유튜브는 완전히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어요. 보통 외국 아웃도어 유튜브만 찾아 봤는데 알고리즘 때문인지 계속 국내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연결되더라고요. 그런데 얼핏 보니 잘못 설명하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가령 고어텍스의 기능을 설명할 때 온도 차이가 주 원리인데 반대로 습도 차이라고 설명한다든지 하는 식이죠.

이를 바로잡고자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초기 영상 내용은 대부분 이론 설명입니다. 무척 딱딱하죠.
박영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영준TV’.
- 전반적으로 유튜브 내용이 다소 어렵고 긴 편입니다.
실제로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대부분 ‘그래서 어떤 것을 사라는 거냐? 결론을 말해라’라는 악플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렇게 결론부터 제시하면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봐요. 등산장비는 대부분 무척 비쌉니다. 이렇게 기능적인 제품을 사려면 당연히 공부해야 돼요. 그래서 저는 시청자가 공부할 수 있도록 원리만 설명해 주는 거죠. 그래야 소비자가 자기 등산패턴이나 체질에 따라 속건성이나 내구성이나 핏 등을 고려해 올바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사는 것과 마찬가지죠. 단순히 ‘이 그래픽카드가 좋으니 사라’고 하진 않잖아요? 컴퓨터 사용 목적과 예산을 고려해서 가장 최적의 제품을 고르라고 하죠.
- 유튜브 콘텐츠 소재는 어디서 얻습니까?
고윈클럽에서 주로 얻습니다. 회원들이 질의응답하는 걸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든지, 궁금해 하는 신상품 등을 선정해 유튜브에서 설명하죠.
팀버앤브릭스 방수재킷 라카는 고어텍스를 사용하지 않은 방수재킷이다. 박씨는 천편일률적으로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하기보다 다양한 소재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브랜드 리뷰했다가 들은 ‘쌍욕’
- ‘박영준Tv’를 살펴보면 댓글에서 가장 많은 항의가 ‘왜 국산제품은 리뷰하지 않느냐?’입니다. 실제로 해외제품만 주로 리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고가의 고기능성 제품을 선호하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등산이나 트레일 러닝이나 모두 극한까지 몸을 몰아붙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기능에 예민하고 관심이 많아요. 또 성격 자체가 예민한 편이라 그런 기능의 차이를 잘 알아차리는 편이거든요.
또 하나의 이유는 한 번 국산제품을 리뷰했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10년 전 국산브랜드 A사의 윈드스토퍼 제품을 30만 원 주고 구입해서 사용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해외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에 비해 성능이 형편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운영하던 블로그에 솔직하게 올렸어요.
리뷰 올린 지 30분인가 1시간 만에 그 브랜드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리고는 쌍욕을 퍼붓더라고요. ‘그 글을 보고 반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직접 돈 주고 소비자로서 정당하게 의견을 표명한 건데 왜 문제냐고 항변해도 도무지 듣질 않았어요. 전화를 끊고 조금 이따가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번엔 그 제품을 OEM으로 A사에 납품한 곳이었어요. 살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업체의 영업 자체를 망가뜨리고 싶어서 올린 리뷰는 아니라서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요. 그때부터 국내 업체는 리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2020년에 그동안 언급하지 않던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을 향해 일갈을 날렸습니다. ‘소비자를 호구로 안다’, ‘덩치만 컸지 우물 안 개구리다’라는 비판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왜 국산제품은 리뷰하지 않냐고 욕을 곁들인 악플이 너무 많아서 시달리다가 내놓은 영상입니다.
주 논지는 이겁니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체들이 어마어마하게 큰 업체입니다. 매출이 다 몇천억 원이에요. 그런데 기술개발을 안 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랙다이아몬드사의 매출이 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이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색다르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규모가 몇 배는 더 큰 우리나라 회사들은 특색 있는 디자인이나 감각적인 색깔, 등산 행위를 고려한 디테일한 설계가 모두 결여된 제품들만 내놓고 있어요.
꼭 큰돈을 들여서 엄청난 신기술을 개발해야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령 내구성 좋은 천연섬유와 빨리 마르는 합성섬유의 특색을 둘 다 살리기 위해 폴리에스테르 40%, 면 60% 비율로 섞은 원단을 만드는 것. 이런 아이디어를 살려서 발전하는 업체가 없어요.
박영준씨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제시한 블랙다이아몬드 매출. 약 1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현 환율로는 약 1,800억 원이다. 박씨는 블랙다이아몬드보다 매출 규모가 더 큰 국내 기업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진 ‘박영준TV’ 갈무리.
- 지금까지 이처럼 높은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국내 아웃도어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잘 분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곧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체들에 큰 위기가 닥칠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과거 북유럽 브랜드들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별도로 아시안 핏을 개발해야 했는데 최근 등산을 시작한 2030세대들 대부분이 서구화된 체형을 갖고 있어 별도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독특하고 유니크한 제품을 선호하는 세대인 만큼 유통만 확보되면 크게 인기를 끌 겁니다.
또 하나는 중국의 존재입니다. 중국이 GDP 1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통상 이때부터 아웃도어가 성장하기 시작해요. 우리나라도 1만 달러 돌파할 때 그랬거든요. 이미 중국에서 하이킹 문화도 많이 활성화된 상태고요. 예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유럽산 제품과 가격우위가 분명한 중국산 제품 사이에서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10년 동안 쉬었던 국산 아웃도어 제품 리뷰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필드테스터들, 또 공신력 있는 매체와 함께요.
지금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이 최대 7조 원, 현재 5조 원 정도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면 세계무대에 진출해도 손색없거든요. 앞장서서 이들을 객관적이고, 또 엄격한 리뷰를 통해 자극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국내 업체를 죽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살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팀버앤브릭스 마케 제품을 예로 유럽 브랜드의 우수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는 박영준씨. 마케의 경우 무릎이 굽어질 때 바지가 걸리지 않도록 무릎에 3군데 접힌 부분을 만들어뒀으며, 스패츠가 필요 없게끔 등산화에 걸 수 있는 고리도 바지 하단부에 만들어뒀다. 또한 하체의 움직임을 고려해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패턴과 소재를 달리 적용했다. 이런 디테일이 국산 브랜드에선 돋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박영준씨의 지적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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