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독성 물질 페놀이 낙동강에 흘러들다










(서울=연합뉴스) 1991년 3월 14일 이른바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났습니다.
이날 밤 10시께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위치한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연결된 파이프가 파열됐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관리소홀로 빨리 발견하지 못해 다음날인 15일 오전 6시까지 30t의 페놀 원액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에 흘러들었습니다.
페놀(phenol)은 대체로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유독성 물질로 무색에 심한 악취가 납니다.
발암물질이기도 한 페놀은 콜타르에서 처음 추출됐지만 오늘날에는 석유에서 대량 생산되는데요. 페놀과 페놀의 화학적 파생물은 폴리카보네이트(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 나일론, 세제, 제초제, 수많은 약의 주요 성분입니다.
사고가 나자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대구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조사결과 두산전자는 1990년 10월부터 페놀이 다량 함유된 악성폐수 325t을 옥계천에 무단방류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OB맥주 등 두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자, 당국은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 7명, 두산전자 관계자 6명을 구속하고 관계공무원 11명을 징계하는 등 환경사고로는 유례없는 문책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환경처는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같은 해 4월 8일 두산전자의 조업재개를 허용해 보름 만에 사고가 재발했습니다. 4월 22일 페놀 탱크 송출 파이프 이음새가 파열되면서 페놀 원액 2t이 또 유출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두산그룹 박용곤(朴容昆) 회장이 사임하고 환경처 장관이 경질됐습니다. 대구 시민들은 두산 측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 170억100만원(1만3천475건)의 배상을 청구했는데요.
두산은 그중 1만1천36건, 10억1천800만원만 배상하고, 임산부의 정신적 피해, 확인하기 어려운 물질적 피해 등 나머지는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페놀 오염 사건은 마시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환경문제가 곧 인간의 생존권 문제라는 사실을 각인했습니다.
당국은 유해물질을 고의로 배출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 등을 제정하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 관련법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해 1994년 1월 낙동강 수원지에서 다량의 벤젠·톨루엔이 검출되고 수돗물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물오염 사건이 재연됐습니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이 사건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못한 듯한 상황이 이어지는데요.
한 환경단체는 이 사건 30주년인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놀사태를 야기한 낙동강 상류의 구미보다 더 위쪽인 경북 봉화에서는 오염기업인 석포제련소가 여전히 낙동강을 위협하고 있고, 작년 11월 마포의 한 아파트 수돗물 온수에서는 페놀이 검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창엽 기자 김지효 크리에이터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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