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M 강연자를 만나다]①눈에 안 보이는 것을 수식으로 푸는 수학자

김미래 기자 2022. 3.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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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프랑스 파리 앙리 푸앵 카레 연구소에서 찍은 사진. 가장 왼쪽이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이고, 맨 오른쪽이 60년 난제를 함께 푼 밀턴 교수. 강현배 제공

세계 최대의 수학 학술행사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올해 7월 6~14일 온라인에서 펼쳐집니다.  4년마다 열려 수학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원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현지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대회 프로그램은 온라인에서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가 초청 강연자로 나섭니다.  초청 강연자는 각 분야에서 많은 수학자가 알아야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연구를 한 수학자가 선정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는 영광으로 여겨집니다. 이 자리에 초대된 수학자 중 국내에서 활동하는 수학자로는 강 교수가 유일합니다. 강 교수가  ICM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미리 만나봤습니다. 

Q. ICM에서 강연할 내용을 소개해달라.

지난 20년간 해 온 합성물의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합성물을 이루는 성질이 강한 물질들끼리 서로 가까워지면 물질들 간에 스트레스가 생겨요. 성격이 강한 사람끼리 부딪히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수학을 활용해 스트레스의 크기를 알아보는 연구를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면 합성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양을 수치화하는 건 중요합니다. 최근엔 스트레스와 관련된 재미난 발견도 했습니다.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

Q. 어떤 발견인가.

앞서 말한 성질 중 하나가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도성’입니다. 전기가 아주 잘 흐르는 물질을 ‘전도체’라고 하는데 전도체는 수학으로 보면 전도율이 무한대입니다. 전도율은 물질에서 전류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낸 값입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두 물질이 갖는 전도율이 둘 다 무한대거나 둘 다 0이면 두 물질 사이에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재밌게도 한 물체의 전도율이 무한대고 다른 하나가 0이면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거든요. 최근에 이 내용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어요. 또 전도율의 변화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니 스트레스가 아닌 다른 물리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이 내용도 함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Q. 이런 합성물 연구는 수학의 어떤 분야인가.

저는 함수를 연구하는 ‘해석학’에 다른 분야를 적용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합성물뿐 아니라 눈앞에 벌어진 현상을 분석해 수학 문제로 만들면 많은 경우 해석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구하는 해석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알 수 있는 ‘미분 방정식’을 만들었듯 말입니다. 그런데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석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은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해가 있는지, 있다면 성질은 무엇일지 등을 연구합니다.

Q. 해석학을 연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 진학해 해석학 수업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해석학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증명해야 해서 대부분 학생을 수학과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해석학을 잘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해석학 개론을 배우고 첫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완전히 망쳤어요. 시험지를 보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 4명이 0점을 받았는데, 저도 거기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석학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해 보니 어려운 학문인 것은 맞지만 당연한 것을 좀 더 엄밀하게 증명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껴 계속 공부했습니다. 

Q. 60년 된 난제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어떤 문제인가.

‘포여-세괴 추측’과 ‘에슐비 추측’이에요. 포여-세괴 추측은 1951년 헝가리의 수학자 포여 죄르지와 가보르 세괴가 제안한 문제이고, 에슐비 추측은 1961년 영국의 수학자 존 에슐비가 낸 문제입니다. 두 문제는 약 60년간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램 밀턴 미국 유타대 수학과 교수와 함께 두 추측이 결국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한 문제를 풀었는데 두 문제를 푸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2005년부터 연구해 3년 만에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는데, 두 추측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6개월 만에 증명을 마쳤습니다. 두 추측이 수학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난제 해결의 실마리였던 겁니다.

엄청난 발견은 예고 없이 다가옵니다. 저 역시 밀턴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하다가 툭 나온 말에서 단서를 얻어 함께 문제를 풀었습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오랜 연구 생활을 마무리할 정년퇴직이 앞으로 3년 남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하고 있는 합성물 간 스트레스 연구가 현재 매우 각광받는 연구 주제이기도 하고, 프로젝트 기간이 3년이라 남은 기간 동안 연구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재밌는 수학 문제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빠서 깊게 고민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제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삶을 살라’입니다. 저는 수학 연구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매 순간 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새로운 문제도 제기하고, 난제도 풀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 시켜서 사는 삶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 강현배 교수가

60년 만에 해결한 난제는

흐르는 물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이 다른 모양으로 흐르듯이 어떤 유체가 흐를 때 유체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넣으면 유체의 흐름이 변합니다. 물에 던지는 돌멩이의 성질에 따라서 물이 요란하게 변하기도 하고 잔잔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돌멩이의 ‘편극텐서 고유치’의 합이 작을수록 물이 잔잔하게 바뀝니다. 3차원상에 나타나는 한 모양이 있다면 그 모양에 대응되는 양(量)이 있는데, 편극텐서는 모양에 관한 특별한 성질들을 내포하고 있는 양을 의미합니다.

강 교수가 증명한 추측은 유체에 어떤 모양을 넣었을 때 유체가 큰 변화 없이 흐르는 모양 중 편극텐서 고유치의 합이 가장 작은 모양은 타원체일 것이란 내용입니다.  강 교수와 그램 밀턴 유타대 석좌교수는 이 추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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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3월호, [ICM 초청 강연자를 만나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수식으로 푸는 수학자

[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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