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고립된 푸틴과 최측근 코발추크.."옛소련 영광 부활에만 몰두"

강영진 2022. 3.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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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경제, 사회문제, 팬데믹 등에 짜증만 내고
과거에 사로잡혀 소련 영광 부활에만 몰두
최측근도 푸틴 만나려면 1주일 격리해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 망칠까 걱정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인들도 푸틴 닮는 중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2022.02.2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푸틴은 어떻게 현실에 흥미를 잃게 됐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실은 러시아 독립 TV 도즈드의 보도국장이던 미하일 지가르의 기고문 제목이다.

필자는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외부 세계와 고립이 심해져 러시아 국민들조차 푸틴을 닮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탓에 러시아는 전에 없이 고립됐다. 경제는 제재를 받고 해외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언론 매체들이 더욱 통제되면서 편집증과 민족주의 거짓이 난무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갈수록 외부세계와 소통이 차단되면서 푸틴을 닮아가고 있지나 않은 지 걱정스럽다.

몇 년 동안 러시아 고위 기업인들과 크렘린궁 내부자들과 대화한 끝에 2016년 푸틴 이너 서클에 대한 책 "크레믈린 사람들(All the Kremlin"s Men)"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후에도 속편을 쓰기 위해 정보를 모았다. 국가보안국(KGB) 간부 출신인 푸틴은 항상 비밀스럽고 음모를 꾸미는 듯해 정보 수집이 어려웠지만 내게 귀뜸한 소식통은 정확했다. 지난 2년 동안 푸틴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은 걱정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은둔과 소통 차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배 회복에 대한 강력한 신념, 이데올로그와 아첨꾼으로 둘러싸인 모습 모두가 유럽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푸틴은 2020년 봄과 여름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간에 있는 발다이의 별장에서 격리된 채 보냈다. 정부내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은 유리 코발추크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러시아은행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국영매체 다수를 통제하는 코발추크는 1990년대부터 푸틴의 친한 친구이자 보좌관이다. 2020년에 그는 러시아내 사실상 2인자 지위를 구축해 측근 가운데 푸틴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크다.

최근 2년 새 푸틴이 주변 인물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푸틴은 현실 세계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경제, 사회문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모두 짜증만 냈다는 것이다. 반면 푸틴과 코발추크는 과거에 사로잡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푸틴이 역사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푸틴은 자신이 과거의 굴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으로 생각한다. 1990년대 처음 만난 푸틴과 코발추크는 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함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서방이 러시아의 약점을 악용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대한 러시아 국경 가까이 접근하려 한다고 믿었다. 푸틴은 현재는 상황이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서방이 약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푸틴이 신경쓴 서방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뿐이었다. 그가 퇴임한 지금이 러시아가 1990년대의 굴욕을 복수할 적기인 셈이다.

주변에는 다른 의견을 낼 만한 사람이 없었다. 푸틴은 측근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새, 특히 팬데믹이 시작된 뒤로는 푸틴은 보좌관, 친구들과의 연락조차 끊었다. 푸틴은 과거 자신이 화두를 던져놓고 신하들이 왈가왈부하면서 다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황제처럼 즐겼지만 지금은 가장 친한 옛 측근들로부터도 고립돼 있다.

푸틴의 경호원들은 엄격한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다. 푸틴을 만나려면 일주일간 격리해야 한다. 수행비서 출신으로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책임자인 이고르 세친도 예외가 아니다. 세친은 매달 2~3주씩 격리해 푸틴을 가끔 만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렘린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푸틴 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푸틴이 원하는 바를 예상하려고 애쓰는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푸틴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했다. 이 "푸틴 집단"은 지금도 존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날 푸틴이 한 사람씩 지명하며 의견을 물었던 고위당국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임무가 대통령의 생각을 자신들의 말로 표현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모든 러시아 TV를 통해 중계된 이 장면이 러시아 고위당국자들 얼굴에 먹칠을 했고 푸틴이 자신들의 측근들에 짜증이 나 있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외정보국(FIS) 세르게이 나리슈킨 국장이 발언 실수를 바로 잡으면서 머뭇거리자 푸틴은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푸틴이 모두 예스맨들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푸틴 측근들 중 일부는 푸틴이 러시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을 오래도록 푸틴에게 주입시켜왔다. 다른 누구도 러시아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푸틴은 2003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 대부분 KGB 출신들이다. 푸틴은 지금 그걸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측근들이 자신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측근들조차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제재와 고립 속에 세계와 맞서는 러시아는 푸틴의 이미지를 닮았다. 푸틴의 최측근들은 갈수록 갈수록 똘똘 뭉칠 것이다. 전쟁 희생자가 늘어나도 푸틴은 고집을 부릴 것이다.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선전 포고"라고 말하고 있다.

푸틴은 완전한 고립 덕분에 자신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러시아를 떠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주 동안 저항 지식인, 기업인, 배우, 예술가, 언론인이 서둘러 해외로 망명했다. 푸틴과 코발추크는 이로 인해 러시아가 한층 강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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