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대만 그리움 녹여 한국인 못지않은 '한지민속화' 작가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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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으로 기억합니다.
대만 중부 타이중시 동해대학의 농구장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주말이면 종종 시합을 했습니다.
2005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역전되기 전에는 대만이 한국보다 부유했습니다.
그 격차가 더 컸던 1980년대 대만인들 사이에 한국은 심한 남존여비로 여자를 폭행하고, 하루 세끼 김치만 먹는다고 알려져 있을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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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으로 기억합니다. 대만 중부 타이중시 동해대학의 농구장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주말이면 종종 시합을 했습니다. 게임에서 이기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면 세상 행복의 전부라 생각하던 시절, 한 동료 유학생이 대만인 여자 친구와 함께 농구장에 나타났습니다. 대학 건너편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했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그 모습이 더욱 눈부셨지요.
30여 년이 지난 뒤 대학원 동문으로부터 그 대만인 간호사가 서울에서 화가로서 ‘한지민속화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문황 작가와 우리 동문들은 대만이 아닌 서울에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2005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역전되기 전에는 대만이 한국보다 부유했습니다. 그 격차가 더 컸던 1980년대 대만인들 사이에 한국은 심한 남존여비로 여자를 폭행하고, 하루 세끼 김치만 먹는다고 알려져 있을정도였습니다. 1989년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인과 결혼한 그는 시부모와 함께 신혼살림을 시작했답니다.

시어머니나 시누이의 시집살이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기에, 어머니는 딸에게 시댁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라고, 무슨 일이든 앞장서고 손발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항상 가족 친지 이웃에게 웃는 낯으로 대하며 무슨 일이든 대만 사람이라서 못한다는 말을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하였답니다.
실제로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나면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새댁은 남편의 퇴근 발자국 소리만 기다리던 나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어서 매운 김치만 가득한 식사 시간이 새댁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런 며느리를 위해 시어머니가 갈치를 구워준 적도 있었지만 시댁 식구들 틈새에서 젓가락이 갈 수가 없었답니다.
그무렵 대만인의 한국관광 붐이 일어나며 새댁은 한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생업에 뛰어듭니다. 남편 말고는 대화 나눌 기회조차 없던 작가는 대만에서 온 관광객을 가족처럼 돌보며 고향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별하는 공항은 늘 눈물의 송별이 되었습니다. 형수를 위해 시동생이 3000원짜리 전화카드를 사주기도 했는데, 두 모녀는 공중전화기를 들고 그저 “엄마~~~!” “문황아~!” 겨우 이름만 부르고 눈물만 흘리다가 뚜뚜 신호음이 들리면 “안녕!” “건강해라!” 대화의 전부였답니다.

타국살이 30여 년! 그는 그리움을 한지로 수놓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상을 받고 개인전도 열었습니다. 2015년 1월엔 한 달간 대만의 루강문화원에서 한지민속화 전시회를 열어 두 나라 모두에서 화제가 됐지요. 그때 전시장을 찾은 나도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때 그는 10년 넘게 의식을 잃고 누워지내던 어머니에게 매주 목욕봉사를 해준 단체에 전시 수익금을 모두 기부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누구 못지 않게 한국을 더 사랑하는 한국인 나문황 작가!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지난해 봄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 목동의 목운초등학교에서 1700여 명의 학생과 120여 명의 교직원이 오가는 중앙 현관에서 특별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동료 박명희 작가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말까지 계속합니다.
이 땅에 뿌리 내리고 누구보다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유년의 기억과 이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나문황 작가. 그의 의미 있는 전시회를 축하합니다.
김동호 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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