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듯… 울진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
8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마을 옆 야산은 새까만 민둥산이 돼 있었고 주택은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전준수(57)씨는 “마을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의 집도 지붕이 폭삭 내려앉았다.

신화2리는 닷새째 이어진 이번 산불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4일 뒷산에서 넘어온 불이 마을을 덮치면서 전체 주택 28채 중 22채가 불에 탔다. 나머지 6채도 외벽이 검게 그을렸다. 전씨는 “산불이 내려오는 걸 보고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집은 300년이 넘은 담양 전씨 종갓집인데 이번에 다 타버렸다”고 했다.
전종협(62)씨 집도 이번 불로 숯 더미가 됐다. 20여 년간 객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산 보금자리였다. 그는 “부모님을 위해 구한 소중한 집이라 모든 걸 잃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도 주민들은 일상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마을 청년들은 돈을 모아 마을회관 뒤편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집 잃은 노인들을 모시기로 했다. 전씨는 “이재민 대피소보다 불편해도 마을에 계시는 게 심적으로 더 좋을 것 같아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면서 “마을은 사라졌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원 강릉·동해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동해시 묵호동도 전쟁터 같았다. 불에 탄 철제 지붕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담벼락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묵호동은 이번 산불로 주택 19채가 전소됐다. 동해 주택 전소 피해(45건)의 절반가량이다. 이날 묵호동에서 만난 유재수(68)씨는 “마을에 불길이 들이닥친 지난 5일은 악몽 같았다”며 “주민들이 양동이로 물을 뿌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은 닷새째 이어지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구 달성 산불도 계속됐다. 강원 강릉·동해와 강원 영월 산불은 이날 진화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은 65%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 추정치가 2만2461ha라고 밝혔다. 서울 면적(6만520ha)의 37%에 달한다. 주택 352채를 포함해 시설 577개가 피해를 보았고, 이재민 347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6일 경북 울진·강원 삼척에 이어 이날 강원 강릉·동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동해=정성원 기자, 울진=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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