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 간암이라고?[암(癌)&앎](13)

2022. 3. 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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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간암은 간을 이루는 세포에서 발생한 원발암을 지칭한다. 인접 장기인 담관세포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간으로 전이된 경우도 간암이라 부른다.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간질환은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간암센터 김도영 교수가 간암이 의심되는 환자의 방사선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간암은 발병해도 특별한 증상이 없고 여타 질환과 오인해 치료하다 조기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 암이 상당히 진행돼 간암세포가 주변 혈관을 침범하고 다른 장기로까지 퍼지면 체중 감소나 부종,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간암에서는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등 간암으로 생각하기엔 어려운 일반적 증상만 나타난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의 건강상태를 살펴야 한다.

김도영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교수(소화기내과)는 “간암은 주로 위험 요소를 가진 환자군에서 발생하므로 고위험 발생군에 속한다면 주기적인 검사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3대 간암 발병 위험군이라 할 수 있는 간경변증 및 만성 B·C형 간염 환자는 매년 2회의 간 초음파검사, 혈액검사를 통한 간암 종양표지자(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B·C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들은 항상 간암을 경계해야 한다.

B형간염은 1980년대부터 시행한 국가 간염백신 접종사업과 함께 1990년대 산모에서 신생아에게 수직 전파를 차단하는 백신 접종 의무화로 ‘주산기 감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1980년대 8%가 넘던 B형간염 유병률은 현재 3% 정도로 많이 낮아졌다. 여기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치료를 적절하게 시행하면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치료율 향상도 간암 증가율을 한풀 꺾는 계기로 작용했다.

국가암 통계자료를 보면 1999년을 기점으로 간암은 연평균 4.1%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간암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 환자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장기 생존에 따라 고령 환자에서 간암의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간암의 특징 중 하나는 남녀의 발생 비율이 8 대 2라는 점이다. 성별 생활습관의 차이, 호르몬의 차이로 남성에게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간암은 40~50대 연령대의 남성들이 특히 많이 걸린다.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최근 B·C형 간염도 없고 음주도 하지 않는 이들 중에 간경변증이 발병하고 간암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들 환자군은 대개 당뇨나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이들 만성 대사질환 환자군은 자신의 간 상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간암은 수술을 통한 외과적 치료와 함께 간동맥으로 항암제를 투여하고 종양에 연결되는 혈관을 막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오랫동안 표준 내과적 치료로 시행했다. 최근에는 간동맥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직접 주입해 강력한 항암효과를 발휘하는 ‘동맥경유 방사선 색전술’을 점차 확대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간암에 효과적인 항암 약물이 없었으나, 최근 속속 표적항암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도입해 폐와 장 등에 전이가 있는 진행성 간암 환자들에게서도 좋은 치료결과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치료에서도 기존 X선 방식 치료기의 한계점을 넘어 더 강력한 암세포 사멸 치료 효과를 가져다주는 중입자 치료기의 국내 운영을 내년 초로 예정하고 있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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