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잠잠해 불 머리 제압 기대했지만..다시 확산할까 긴장(종합)
강릉·동해 진화도 속도 못 내..축구장 2만3천여 개 규모 잿더미
이재민 "집 모두 타 희망 없어".."주불 진화는 8일 오전 예상"
(울진·삼척=연합뉴스) 이승형 손대성 김선형 박영서 기자 = 동해안 산불이 7일로 나흘째 접어들었으나 현장에 짙은 연기와 안개로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아침에만 해도 바람이 잦아들고 기상 여건이 좋아 불 머리(화두)와 주불을 잡는데 총력전에 나서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특히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향하는 서쪽 불길을 제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공중과 지상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강릉·동해 등 다른 강원 산불은 오전 중 주불이 잡힐 것으로 예상해 오후에 헬기를 울진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나흘간 이어진 산불로 짙은 연기와 안개가 공중을 뒤덮은 채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진화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금강송 군락지 접근 화두 제압 목표 달성 난항
산림 당국은 현재 가장 위급한 울진지역에 진화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나 이날 중 주불 진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동해안 산불 진화에 투입한 헬기 89대 중 53대를 울진·삼척 산불에 배치했다. 이 가운데 51대를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사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불길은 금강송 군락지 500m 앞까지 근접한 상황이다.
이날 중 금강송 군락지로 향하는 불 머리인 서쪽 화두를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연무로 인해 헬기 운영에 제한이 있었고, 오후가 되어서야 시계가 확보돼 방어선 구축에 주력하는 형편이다.
또 연기가 강릉 비행장까지 확산하는 바람에 시계가 불량해 연료 보급 후 헬기가 한때 이륙을 못 하기도 했다.
울진 산불의 불길은 60㎞에 이르고 이 가운데 50%가 진압됐다.
전체 화선을 모두 제압하는 주불 진화는 다음 날인 8일 오전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늘 주불을 다 진화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내일 오후부터 위협적인 동풍이 불기 때문에 그 전인 오전까지 반드시 화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낮에 주불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강원도 강릉·동해 쪽 산불도 진화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바람 방향이 남서풍으로 바뀌어 연기와 안개가 강릉 도심으로까지 밀려가면서 낮 동안 시내가 온통 뿌옇고 메케한 냄새로 가득 찼다.
당국은 강원 쪽에 투입한 헬기 중 18대 정도를 울진 방어에 추가로 돌릴 방침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강원 쪽 진화율은 강릉·동해 50%, 삼척 30%, 영월 50%를 보인다.
서울 면적 4분의 1 이상 피해…"집 다 타 희망 없어"
동해안 산불로 7일 오전 6시까지 1만6천755ha의 산림 피해(산불 영향구역 면적)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면적은 이미 서울 면적(6만500㏊)의 4분의 1 이상을 넘었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57.8배에 해당하며 축구장(0.714㏊) 2만3천466개 넓이다.
울진 1만2천39ha, 삼척 656ha, 영월 80ha, 강릉 1천900ha, 동해 2천100ha다.
산불로 512개 시설에 피해가 났다. 울진 272개, 동해 63개 포함 343개 주택이 소실됐다. 문화재 중에서는 동해시 어달산 봉수대(강원도 기념물 13호)가 피해를 봤다.
울진에서는 주민 594명이 마을회관과 체육관 등 16곳에 대피 중이다.
개인용 텐트 64개(3∼4인용)가 설치된 국민체육센터 이재민 대피소에는 180여 명이 머물고 있다.
대다수 이재민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산불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60대는 "집이 다 탔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지금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와 입고 있는 옷이 전부입니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한 80대 이재민은 걱정이 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서 택시를 호출해 잿더미로 변해버린 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산불 원인 수사…실화 가능성
당국은 이번 대형산불이 자연발화에서 시작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원인 조사와 함께 용의자를 찾고 있다.
산림 당국과 경찰 등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 앞을 지나간 차량 3대의 소유주 등을 파악하고 있다.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차량 번호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 반경을 주변으로 확대하고 있다.
CCTV에서는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1∼7분 전 차량 3대가 인근 도로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불과 관련한 용의자는 아직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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