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못 참아서 '화(火)' 부르는 사람들..절반이 40·50대, 60대 이상도 증가 추세

이유진·윤기은 기자 입력 2022. 3. 6. 17:11 수정 2022. 3. 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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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5일 새벽 강원 강릉시 옥계면 일대 산림이 불에 타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6일 진화 작업이 한창인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60세 남성 A씨의 방화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새벽 1시쯤 토치를 이용해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 있는 자택 등에 불을 질렀다. 이 불이 인근 산림으로 옮아붙으면서 대형 산불로 번지게 됐다. A씨는 범행 하루 만에 현주건조물방화와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A씨는 체포 과정에서 “주민들이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같이 ‘화’를 참지 못해 ‘화(火)’를 일으키는 방화범죄자 절반 이상이 중장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확인한 결과, 지난 5년(2016~2020년)간 입건된 방화범죄자 6414명 중 40·50대 연령이 전체의 53.5%(343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비율도 2016년 10.8%부터 2020년 15.9%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83.5%(5357명), 여성이 16.5%(1057명)의 비율이었다.

같은 기간 방화범죄는 연평균 1374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1477건, 2017년 1358건, 2018년 1478건, 2019년 1345건, 2020년 1210건으로 최근 3년 동안 범죄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방화범죄 유형 중에선 사람이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건물 등에 불을 지른 현주·공용건조물등방화가 가장 많았다. 2020년 기준으로 현주·공용건조물등방화 사건은 715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사람이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건은 32건으로 집계됐다.

방화범죄는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주취자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 5년간 전체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강간)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0%인데 비해, 방화범죄의 주취자 비율은 2016년 47.5%~2020년 41.7%로 꾸준히 40%대를 유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격성을 표출하는 범죄 중에서도 방화는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특히 중장년층 이상의 경우 세상살이에 대한 좌절을 경험하면서 쌓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인 대상의 직접 공격이 아닌 간접적인 폭력 행사이기 때문에 죄책감도 상대적으로 덜 느낀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방화는 다수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테러 범죄”라면서도 “사회적 억눌림에 따른 분노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차별을 해소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유진·윤기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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