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산불에 헬기분산, 진화 난항..울진삼척 재난지역선포(종합)
여의도 면적 49배 산림 피해..울진 시가지·금강송 군락지 방어 사활
울진삼척 산불 원인 조사 "담뱃불 가능성"..자원봉사·구호물품 줄이어
(울진·삼척=연합뉴스) 이승형 손대성 김현태 박영서 기자 =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 삼척으로 북상했다가 다시 울진으로 남하하면서 사흘째 이어지자 산림 당국은 울진읍 시가지와 금강송 군락지 등 방어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삼척은 불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으나, 강원에는 강릉, 동해 등 다른 산불이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이처럼 동해안 곳곳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 산불 영향 구역이 워낙 넓은 데다 헬기 등 진화 전력이 분산돼 산림 당국이 진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헬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우성도 나오고 있다.
산림 당국은 오전에는 바람이 전날보다 많이 잦아들면서 강풍이나 짙은 연기에 따른 어려움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후 들어서 다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계속 늘어 동해안 산불에 따른 산림 피해는 오전 11시 현재 1만4천222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상태에서만 2000년 동해안 산불 다음으로 피해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울진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날 오후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울진읍·금강송 군락지 방어…헬기 대거 울진행에 강원 '진화 답보'
당국은 산불 영향구역이 광범위한 울진에 헬기 등 진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울진 중심지인 울진읍 고성리 지역과 금강송면 소광리 방향에 공중진화를 위해 헬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500m 근처까지 산불이 번진 상황이다.
소광리는 2천247ha의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가 있다.
산림 당국은 울진읍 시가지 방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울진읍 외곽 고성리 쪽은 화선이 1.2∼1.5㎞로 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일출과 함께 헬기 51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인력은 군부대 1천117명을 포함해 5천417명과 지상 진화 장비 296대를 8개 구역으로 나눠 배치해 주불 우선 제압에 나서는 등 확산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헬기가 울진에 집중 배치되면서 강원 산불 진화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릉 옥계·동해는 진화율이 20%, 영월은 50%에 머물러 있다.
헬기를 보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위가 워낙 넓어서 하루 안에 모든 불을 진압하기는 어렵지만, 확산이 예상되는 큰불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진 진화 장비와 인력을 포함해 동해안 산불을 끄기 위해 헬기 89대, 지상 장비 834대, 진화 인력 1만6천42명이 투입됐다.
여의도 면적 49배 산림 피해…463개 시설 소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동해안 산불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1만4천222ha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이 49개가량 모인 규모다.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1만9천918배에 달한다.
울진 1만1천661ha, 삼척 656ha, 강릉 1천656ha, 동해와 영월 각각 169ha 등의 산림 피해가 났다.
시설물은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가 소실됐다.
산불로 공공시설, 마을회관, 학교 등 임시주거시설 28곳에는 885세대 1천75명(울진·삼척 680세대 753명, 동해 187세대 302명)이 머무르고 있다.
당국은 산불 첫날 불길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던 울진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는 현재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동해안 산불 산림 피해 규모는 2000년 4월 7∼15일 동해안 산불(강원도 삼척 등 5개 지역) 2만3천794㏊ 다음으로 많다.
강원 도로 통행 재개…열차는 오후 1시부터 운행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산불로 인한 교통 통제가 확산 위험이 낮아짐에 따라 이틀 만인 이날 모두 해제됐다.
동해고속도로 옥계 나들목∼동해 나들목 14.9㎞ 구간과 42번 국도 동해 신흥동∼정선 백복령 구간은 이날 오전 통행이 재개됐다.
강릉에서 동해를 잇는 7번 국도와 해안도로는 전날 통행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이날은 통제 없이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동해∼강릉 구간 선로 시설물 안전 점검을 마치고 오후 1시를 기해 동해발 누리로 열차부터 모든 열차의 운행을 재개했다.
다만 강릉역으로 운행구간을 변경한 동해역 KTX 열차는 이미 많은 승객이 강릉역으로 예매를 한 상황을 고려해 혼선을 막고자 이날 막차까지 출발·도착역을 강릉역으로 유지한다.
문 대통령, 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대피 주민들을 만난 뒤 오후 2시 50분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난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국가가 직접 복구에 나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아침 현장 상황 회의에서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100채 준비, 피해 주민 지원 방안 마련, 향후 산불 전문 특수진화대 50명 선발과 자체 초대형 헬기 2대 구매 검토를 지시했다.
울진 삼척 산불 원인 본격 조사…"도로 옆 배수로 담뱃불 가능성"
이번 울진·삼척 대형 산불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산과 바로 붙어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을 먼저 조사한 산림과학원에서 아직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미상이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담뱃불도 가능성 있는 여러 발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일에 현장을 찾아 1차 조사를 끝냈다.
1차 조사에 참여한 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최초 발화지를 추정했으나 특정 원인은 추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실화·방화인지 담뱃불 등인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동 조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산림 당국은 경찰·소방당국과 발화 원인에 대한 합동 조사·감식을 할 계획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 154 일원에서 발화해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다시 남하해 울진읍 외곽까지 확산했다.
이와 별개로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를 이틀째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 옥계 산불은 60대 방화범이 토치로 낸 불이 발단이다.
봉사활동, 구호 물품 줄이어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큰 피해가 나고 이재민이 속출하면서 전국에서 봉사자들과 도움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경북협의회 봉사자 등은 산불현장과 현장지위본부를 드나드는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군인 등 수천명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고 있다.
적십자봉사회는 이재민이 모인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도 급식차 2대로 밥을 지어 이재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울진군 간부 공무원 부인 모임, 울진 죽변면 여성자원봉사회와 새마을단체, 군 공무원 등도 음료수와 도시락을 나눠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업과 단체 등 전국에서 진화 인력과 이재민, 대피 주민을 위한 구호 물품이 이어진다.
haru@yna.co.kr, sds123@yna.co.kr, mtkht@yna.co.kr,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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