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투표 전 필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은?

미래팀 2022. 3. 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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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 인터뷰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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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둔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는 이렇게 코로나 팬데믹, 기후위기 같은 큰 위기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시대에 과학기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국가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 질문>[1]을 발표하면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바 있습니다.
 
복합적 위기의 한복판에 선 지금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긍정적인 미래를 열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관점을 갖고 행동으로 이어가야 할까요?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나 과학기술 정책과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1]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질문: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열 가지 과학 질문은 교수진과 학생들이 도출한 의제들로, ‘시급함’, ‘포용과 평등’, ‘사회기술적 상상력’ 등 세 가지 핵심어로 아우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 현안들을 담아냈다.

Q.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막연히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학기술 정책 분야가 얼마나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역인지, 조금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웃음) 과학기술 정책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 중에서 한쪽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학기술계를 위한 정책이죠. 어떻게 하면 연구개발비를 더 늘릴 것인지, 아니면 요즘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부총리가 필요한지 아니면 장관이면 되는지, 사실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주제잖아요.
 
그런데 과학기술 정책의 또 다른 측면은 과학기술로 인한 변화에 대한 정책입니다. 그러니까 과학기술로 인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들이 있고, 과학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죠.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재 진행형인데, 예를 들면 플랫폼 노동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비대면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알고리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잖습니까. 그 안에는 과학기술이 다 들어가 있고 이처럼 과학기술과 우리 일상은 불가분의 관계인데요. 그런 면에서 이런 과학기술로 인한 경제적, 산업적, 사회적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들을 정부가 규제할 수도 있고 진흥할 수도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우리 생활과 밀접한 많은 것들이 과학기술 정책의 영역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지요.
 
 
Q. 지난 1월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 질문>을 소개하고, 후보자 캠프와 토론회를 개최하셨는데요. 이 질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질문 자세히 보러가기
[ https://stp.kaist.ac.kr/0603/view/id/1245 ]
 
지난해 초였어요. 2021년을 시작하자마자 "다음 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다. 정말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미래를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 한번 정리를 해보자" 해서 거의 1년 작업을 했습니다. 보고서처럼 만들었으면 굉장히 딱딱해서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 질문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항상 '내일은 더 좋을거다'라는 것을 당연히 전제로 삼고 살아왔지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열심히 하면 다 될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우리가 2000년대 들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론 경제가 커질수록 성장률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 침체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저출산 같은 문제들은 단순히 출산율이 적다라는 게 아니라 이게 사회 모든 문제를 좀 응축한 것 같아요. 인간이라는 것도 영장류의 한 부류인데, 자기가 사는 사회가 ‘살만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자식을 안 낳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계속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많이 활용을 했었고, 과학기술이 더 좋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는데요. 그런데 지금 청년들도 그렇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도 그렇고 "과연, 그럴까?"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좀 다른 담론, 다른 상상이 필요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냥 열심히 기술개발을 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잘살게 되고 하는, 굉장히 단선적인, 선형적인 주장이라는 게 더 이상 먹혀 들어가지 않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고민이었습니다.
 
 
Q. 돌아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은 경제적 부흥에 항상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 역시 중요하지만 이제는 관점을 바꿀 때가 됐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죠. 제가 다른 연구 때문에 우리나라랑 일본, 대만, 중국의 헌법을 보게 됐는데 헌법에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복무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드러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과학기술계에서 이 헌법 조항을 바꾸자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과학기술이 경제산업 발전에만 복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주장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구개발 예산을 목적성으로 분류하면 당연히 경제개발, 산업 부분이 주요국 대비 굉장히 높거든요. 그런데 경제 발전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잖아요. 도전적인 이슈들이 많이 있죠. 예를 들어 우주도 가야 하고요. 우주 과학기술을 산업적 측면으로만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다른 여러 가지 이슈들을 기타 등등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 주류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진짜 대박을 일으키는 창업자들 인터뷰를 해보면 돈 벌려고만 창업한 사람들이 그렇게 큰 창업을 하지는 않고, 사실은 굉장히 다른 목적으로 했다가 그게 대박이 터져서 정말 돈을 번, 저는 그것을 ‘돈을 쫓아가면 돈을 못 벌고, 돈이 쫓아오게 해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약간 주객이 전도되어서 돈을 벌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죠.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다가 그것이 돈으로도 연결되고, 과학적 발견으로도 연결되는 것일텐데 말이지요.
 
저는 과학기술이 사회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어떤 게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이 답답함을 해결하려고 하면 거기에 당연히 수요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굉장히 사회적으로 적실성 있는 그런 연구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 질문>에서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역량으로 '사회 기술적인 상상력'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그러니까,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과학기술인들이 하고 싶은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풍부한 상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예를 들어서 지금 AI가 막 뜨고 있으니까 학생들이 다 AI 분야로 몰려간다는 것이죠. 왜냐? 거기로 가면 직업도 안정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과학기술을 가지고서 훨씬 더 불안하고,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상상력,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건 돈이 되는 기술이니까, 이건 유망하니까 이런 게 아니라요.
 
그리고 저희가 예전에는 발전, 성장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전환’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그게 굉장히 상징적인 것 같아요. 지금 체제,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상당한 공감이 있는 거예요. 각자 그 이유가 다를 수는 있지만, 기존에 수십 년 동안 쌓여왔던 생산 시스템, 기술 시스템 이런 것들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공감대 아래, 단순히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른 세계로 가야 한다는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죠. 기후변화 같은 것은 워낙 큰 이슈이고, 여러 번 타이밍을 놓쳤지만 지금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절박감들이 선진국들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정책이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카이스트 과학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 연구실

여기서 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여기서 전제하는 사회기술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다 개별적인 소비자라는 상상력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교통을 상상할 때, 전기차나 자율주행 자동차만을 프로모션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는 데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는 것, 그런 상상이 얼마든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직장에서 저기까지 차를 가지고 이동한다’라는 그런 상상력을 가지고서는 거기까지만 기술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Q. 대통령 선거가 꼭 일주일 남았습니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잘 짜인 것인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봐야 할까요?
 
첫 번째는 과학기술계라고 하는 좁은 이익 집단에 국한된 정책이라서는 안된다. 과학기술계의 민원해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거듭 강조하지만 과학기술을 훨씬 크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 과학기술계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과학기술을 그 어려운 용어를 안 쓰고서도 설명할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대통령이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다’라는 게 그 사람이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소화했다라는 것이든요.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말씀드리는 것인데 과학기술에 대해 듣거나 접하고 이걸 보통 사람들의 표현으로 할 수 있다면 과학기술과 사회, 그 양쪽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굉장히 복잡한 과학기술계의 이슈가 늘어날 텐데, 그걸 대통령이 직접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김소영 교수님에게 우리가 미래를 열기 위해 해야 할 담대한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은 SDF의 공식 슬로건입니다.) 

김소영 교수는 “음.. 그러니까 저는 어떻게 하면 서울을 탈출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라면서 어쩌면 꿈같은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주변부에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리고 그런 것을 믿게 되는 것이에요. 결국 어디서든지, 누구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과학기술은 일종의 문화활동이기도 하니까, 이런 게 가능하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나라가 사실 생각보다 크지도 않은 나라인데, 이렇게 한 곳에 몰려서..제가 보기엔 정말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서울에 가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과학기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더 큰 ‘상상’을 강조했던 김소영 교수님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해 어떤 상상을 하고 계신가요?
 
SDF다이어리, 다음편은 뇌과학자 김대식(카이스트(KAIST) 전자및전기공학과)교수와의 인터뷰입니다. 오늘날 가장 핫한 화두인 ‘메타버스’를 주제로 다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3월 16일 수요일 오전, ‘SDF다이어리’에서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글: 최예진 작가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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