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초접전, 사전투표 첫날 17.57% 역대 최고

심새롬 2022. 3. 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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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4 사전투표 첫날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시스]
20대 대선 사전투표 열기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4일 776만7735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면서 첫날 사전투표율(17.57%)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19대 대선 때 첫날 사전투표율(11.7%)보다 5.87%포인트 높은 수치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만 명을 넘어선 와중에도 마감 세 시간 전인 오후 3시(12.31%)에 이미 19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을 넘어섰다. 2020년 4월에 치른 21대 총선 첫날 사전투표율은 12.14%였다. 대선 사전투표는 5일까지 이어진다. 선관위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국 단위 선거 사전투표율 최고 기록인 21대 총선 때 26.69%를 넘어 3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산시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스1]
시간대별로는 오후 2~4시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전남(28.11%)과 전북(25.54%)·광주(24.09%)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고 경기(15.12%)와 대구(15.43%)·인천(15.56%)이 최저였다.

여야는 이날 경쟁적으로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첫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흐름”이라며 서로의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이날 오전 부산시 남구청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한 뒤 “사전투표 첫날부터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첫날의 높은 투표율에 대해 “반복된 촛불시위 등으로 각 세대의 정치 효능감이 한껏 올라갔고 탄핵 등 정치적 경험 또한 유권자들 사이에 누적되면서 ‘두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 표가 죽은 표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식이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 등 다른 변수도 있어 최종 투표율도 높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이 후보는 38%, 윤 후보는 39%로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주와 동일했고 윤 후보는 2%포인트 올랐다. 이번 조사는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하기 전에 진행됐으며, 조사 결과 안 대표는 지난주와 같은 12%,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포인트 내린 3%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단일화 악재 극복 위해 역결집” vs 국민의힘 “이대남 등 젊은 층 적극 나서”

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있는 대전시청 사전투표소에서 올해 만 18세가 된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 유권자들이 생애 첫 투표를 마친 뒤 인증샷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도 이날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민주당은 ‘사전투표는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과거 공식을 이어가려는 듯 당 전체가 사전투표 독려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사전투표했다. 투표하면 이긴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당초 유세 일정에 맞춰 강원도 속초에서 사전투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전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한가운데서 투표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청년들과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서 투표를 독려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대표가 제주에서 투표하는 등 당 지도부도 사전투표에 앞장섰다. 이 후보와 단일화를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충남 논산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세몰이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에서는 첫날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단일화 악재 극복을 위해 여권이 막판 ‘역결집’을 이루며 투표율이 크게 오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전남·전북·광주가 사전투표율 전국 1~3위를 기록한 걸 염두에 둔 해석이다. 민주당의 한 호남 의원은 “호남 민심은 예전엔 본투표 당일에도 ‘오후에 투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 지역을 주시하며 전략적 투표를 했다”며 “이번엔 과거로 회귀하려는 윤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위기감으로 총결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사전투표율 상승을 더 이상 유리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전과 달리 국민의힘도 강하게 사전투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특정 정치 지향보다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미리 투표를 마치려는 유권자가 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초반 세몰이에 당력을 모았다. 특히 지난 총선 이후 보수층 일부에 남아 있는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집중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사전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사전투표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 후보도 경북 경주 유세에서 “부정 의혹을 걱정하고 계시는 걸 알지만 이번엔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며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도 ‘이대남’을 비롯한 신규 지지층의 영향력으로 해석했다.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에게 우호적인 20대 남성 등 젊은 층은 본투표보다는 사전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적극 나서면서 정권심판론의 거센 흐름이 사전투표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보 단일화로 사전투표율이 올랐다는 주장도 폈다. 당 관계자는 “야권 후보 단일화로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며 “오미크론 등 본투표 직전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변수를 고려해 윤 후보 지지층이 서둘러 투표를 마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부인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투표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배우자(김혜경씨)는 본투표일인 9일 자택 근처에서 투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이날 오전 자택 근처인 서울 서초구 서초1동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마쳤다. 양 캠프는 후보와 부인이 따로 투표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정치권에선 “부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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