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선 앞두고 목소리 높이는 靑..'말년 없는 정부' vs '선거개입'
선거 앞두고 목소리 높이는 靑…"말년 없는 정부" vs "선거개입"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우선 논란이 됐던 사례들을 한번 볼까요.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집권시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었습니다. 특정 후보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달 25일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간 입장 차이가 있는 원전 이슈에 대해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문 정부의 원전 정책이 '급격한 탈원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3.1절 기념사에선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김영삼 대통령과 문민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며 선거용 편가르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역 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문 대통령은 전북 군산에서 열린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은 "텃밭의 표심을 챙기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선거관리를 하라"고 논평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TV토론에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청와대 참모가 "대한민국과 일본은 군사동맹이 아니다"며 직접 반박한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답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반응이 나왔습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해달라"...역대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 살펴보니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 57일 전인 2004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경인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뒤인 2월 24일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을 노무현 뽑았으면 나머지 4년 일 잘하게 해 줄거냐, 아니면 흔들어서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거냐는 선택을 우리 국민들이 해 주실거다"고도 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내렸고, 이후 탄핵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대선판에선 이례적 선거 개입 논란…왜?
이렇게 보면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을 부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데에는 40% 넘는 높은 지지율이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이 설득력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대선이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친문 진영의 결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여당의 '기대'와 야당의 '의심'이 손뼉을 치듯 논란을 키우는 형국입니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불쏘시개 삼아 보수 결집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할 법 합니다.
그래서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대통령의 행보는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살펴본 역대 사례와 같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보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예민한 정치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늘어나면, 선거개입 의도가 있든 없든 논란에 휘말리게 될것인데, 이것이 유권자들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선거 100일 전에 했을 때와 선거 10일 전에 했을 때 그 파장은 다를 겁니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는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하는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한 마디로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설령 청와대 입장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투표일 전까지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 고쳐 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게 한 유권자로서의 바람입니다.
문준모 기자moonj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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