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꿔올수도 없는 '에너지섬' 한국.."원전 없인 탄소중립 못해"

민동훈 기자, 안재용 기자, 최민경 기자, 김훈남 기자 2022. 3.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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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이념적 '탈원전'을 넘어(上)

[편집자주]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흔들림이 감지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선 당분간 원전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 데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했다.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 '감원전' '복원전' 등의 백가쟁명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원자력 정책을 찾아본다.

尹 '복원전' vs 李 '감원전'..."새 정부, 원전 수명 늘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에너지 정책인 '탈(脫)원전'이 기로에 섰다. 대선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가운데 거대 양당 대선후보 모두 원전 정책의 수정을 공언한 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을 줄이는 '감(減)원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을 되돌리는 '복(復)원전'의 입장에 서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생각하면 탈원전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유럽 등 전 세계가 공감한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의 역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저전원이 없고, 한국은 유럽과 달리 지리적으로 외국에서 전력을 빌려오기도 어려운 '에너지섬'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2017년 이후 5년째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검토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들의 수명연장 검토, 원전의 지속가능한 가동에 필수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탈원전 5년의 그늘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업이 중단된 원전은 △고리 1호기(설계 수명도래) △월성 1호기(조기 폐쇄) △신한울 3·4호기(건설중단) △천지 1·2호기(계획취소) △대진 1·2호기(계획취소) 총 8기다. 이 가운데 설계수명 도래로 일찌감치 폐쇄가 결정됐던 고리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7기의 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 사례다.

이 같은 결정은 한수원을 비롯해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한수원이 추계한 탈원전 손실금액을 살펴보면 월성1호기의 경우 조기폐쇄로 한수원의 유형자산 손상처분액 명목으로 56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의 경우 △두산중공업 주기기 제작비 4927억원 △지역지원금 1400억원 △공사용역비 1006억원△사업관리비 411억9000만원△기타 45억1000만원 등 7790억3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지선정 등 사업 초기단계에서 백지화된 천지 1·2호기의 경우 총 979억2000만원의 손실이 났다. 그나마 사업진척이 늦었던 대진 1·2호기에선 34억5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취소에 따른 손실만 추계한 것으로 전후방 연관산업 피해와 일자리 감소, 원전 운영에 따른 기대이익 등이 사라진 간접적 피해, 원전 가동률 축소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확보비용까지 더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직간접 사회적 손실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단계적 정상가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는 '복원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최근 전 세계적 에너지 정책의 추세는 원전으로의 복귀에 가깝다. 프랑스의 경우 탈원전 기조를 접고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장 공격적인 '복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SMR(소형모듈화원전)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U(유럽연합) 역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서 원전을 녹색사업으로 분류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한국형 택소노미를 발표한 한국에서도 원전을 녹색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전력풀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탈핵론자들이 지적하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도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원전기술력에 비춰볼 때 과도한 우려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원전은 방사능 유출이 없도록 다중방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설비가 여러 개로 독립·분산돼 설계상 안전성을 갖췄다. 지진에 대한 대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한울 원전은 규모 6.5, 새울·월성·한빛·신한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도높은 안전성 검사와 보완이 이뤄졌다. 국내 가동 원전 전체가 7.0에 맞춰 성능이 강화됐다.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의 경우 유럽사업자요건(EUR)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다.

스위스 베른주 구타넨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지하연구시설 그림젤연구소 입구 전경. 알프스산맥 해발 1700m의 암벽 안에 연구소를 만들었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사진=유영호

다만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다. 국내엔 원전 이외의 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보관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가 위치한 월성원자력본부의 경우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의 증설이 결정되지 못했다면 올해 초 대구·경북지역 수요전력의 21.9%를 담당하는 월성 2·3·4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론 임시저장시설이 아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다.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리 원전과 한빛 원전, 한울 원전이 2031~2032년 우선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 원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장시설의 83.8%가 포화됐으며 한울 원전은 저장용량의 80.8%, 한빛 원전은 74.2%의 포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 80년 쓰는 美원전

고리원자력본부

두 유력 대선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가동되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예정대로 사용하되 신규 원전은 새로 짓지 않겠다는 '감원전'을 공약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의 즉각적인 재개를 포함해 원전의 활용도를 높이는 '복원전'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념보다 과학에 근거한 현실적 대안으로 신규 원전 건설은 자제하되 현재 40년인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원전 건설, 폐로 등의 금전적 비용과 부지 선정, 고압선, 고준위 폐기물 문제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25기(24.7GW)의 원전이 운영 중인데 2025년엔 총 26기가 가동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은 고리 2호를 포함해 총 10기다. 미국은 최근 설계수명 40년인 원전을 최대 80년까지 가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미국이 운영하는 원전 94기 중 86기(91%)의 수명이 연장됐다. 일본도 원전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역주민 등의) 수용성 문제 때문에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 사용연한을 연장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서 그린수소(무탄소 청정수소) 생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탈원전 5년…"멀쩡하던 원전부품사, 1인 기업 된 지 8개월째"
= 새울원자력본부는 28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서 신고리 5호기 원자로건물 격납 철판(CLP:Containment Liner Plate) 3~5단(191톤)을 지상에서 조립해 성공적으로 원자로 건물에 인양 설치했다. 이번 격납 철판 인양에는 국내최초로 2300톤급 크레인이 사용됐다. 2018.2.28/뉴스1

"일감 떨어진 걸 버티다 못해 작년 6월부터 직원들 다 내보내고 저만 남았습니다. 원전 생태계를 다 파괴해놓고 원전이 주력 기저전원이라니 부질없는 소리입니다."(부산 원전 부품업체A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에도 원전 납품업체들은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다. 원전주가 급등하는 등 장밋빛 희망을 꿈꾸는 증권시장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특히 중소 원전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망가져버린 원전 생태계를 복구하긴 늦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대기업은 2014년 8월 신고리 5·6호기 수주 이후 신규 수주물량이 없어도 원자력발전소 유지·보수 등 일감이 있었다. 원전 외에 기계 등의 부품을 만들던 기업도 다른 생산라인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등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원전 부품만 납품해오던 중소기업들은 버틸 방안이 없었다.

창립 30주년이 넘은 부산 원전 부품 납품업체 A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5년째 일감이 끊겼다. 일감 없이 버티던 A사 대표 이모씨는 결국 지난해 6월 직원들을 다 내보냈다. 이 대표는 "1년만 매출이 없어도 회사가 못 버티는데 그 세월이 5년간 지속됐다"며 "옛날 업계종사자들을 돈을 더 주고 데리고 오는 등 방법을 찾아 지원하지 않고선 살아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조금 더 규모가 큰 경남 창원 소재의 원전 부품업체 B사는 원전 부품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산업공작기계 등 다른 부품 생산라인으로 배치했다. B사에 재직 중인 김모 이사는 "4년 전 마지막으로 수주해놨던 물량을 납품한 지 오래"라며 "2년 사이에 발주품이 아예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설비 유지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은 전환 배치했다"고 말했다. B사도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3년이 넘었다.

김 이사는 "못 버티고 다른 업종으로 간 인력들도 관련 일을 하지 않다 보니 기술력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원전 부품 제작 기술들이 유지돼야 한국 원전 기술력이 유지될 수 있는 건데 이미 원전 제작 기술들은 침체기에 들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전 주기기의 대형부품을 납품하던 경남 함안군 소재 C사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액정에 들어가는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한 때는 전체 회사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원전 주기기 대형 부품 매출은 2020년엔 10%대로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즉각 재개하지 않는 이상 진정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완공된 것과 다름없는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를 빠른 시간 내 가동하겠다는 발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되더라도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은 1~3년 후에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김 이사는 "원전업계를 살리기 위해선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당장 일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당장 재개되더라도 실제 납품 계약을 맺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오른쪽 3호기, 왼쪽 4호기)

원자력학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관련 전공 학·석·박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석사는 182명에서 106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이 줄어들면서 원자력 전공 재학생도 같은 기간 2543명에서 2190명으로 13.9% 줄었다.

원자력을 전공하더라도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대학원 진학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대학원 진학생 중 원전과 관련 있는 원자력시스템공학 전공자는 2017년 22명에서 2021년 13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방사선공학과 전공자는 1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학원생 중 원자력발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줄고 원자핵공학과를 전공한 학생들 대부분이 핵융합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원자력·양자공학과는 2012~2016년 5년간 94명이 진학했지만, 2017~2021년엔 31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는 같은 기간 87명에서 19명으로 급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공을 2학년 때 선택하는 카이스트·유니스트와 달리 경희대 원자력공학과는 신입생이 줄진 않았다"면서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과생이 많아지고 반수생도 체감상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 연구·개발의 목표가 수출이었던 만큼 원전 정책이 정상화돼야 원전업계도 학계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원전' 부르짖던 독일, 이젠 옆나라서 전기 꿔오는 신세
[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 앞서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선거 이후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마무리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각료회의가 총리로서 마지막으로 여겨져 이 꽃다발을 받았다. 2021.11.24.

2011년 최악의 원전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과 프랑스는 함께 탈원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독일과 프랑스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의 결과로 전력 부족과 전기요금 상승에 허덕이고 반면 프랑스는 이런 문제를 피해 복원전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3개국이다. 이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펴는 국가는 단연 독일이다. 2022년 '원전 제로화' 정책을 추진 중인 독일은 현재 원전 3기만을 가동하고 나머지 33기는 폐쇄했다. 원전 발전량은 4.05GW로 세계 14위에 머물러 있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을 주로 조달하는 '에너지 전환'을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기본방향은 독일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오늘날 독일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0년 기준으로 평균 ㎾h(키로와트시)당 389.2원으로 프랑스 219.5원에 비해 77% 이상 비싸다. 원전 대신 비중을 높인 신재생 에너지는 그 특성상 발전 효율이 낮고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독일에선 발전 비용 부담이 커졌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프랑스 등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독일은 2020년 기준으로 4만7600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주변국으로부터 사왔다.

특히 지난 겨울 대규모 풍력단지가 몰려있는 북해 연안의 바람이 줄어들자 풍력발전량이 10% 가량 줄었다. 원전을 포기한 독일이 할 수 없이 선택한 대안은 천연가스와 석탄발전의 일시적 확대다. 천연가스와 석탄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먼 에너지원이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면 독일은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이미 독일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독일 연방 감사원은 지난해 3월 정부와 의회에 제출한 '에너지 전환 특별 보고서'를 통해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에 따른 전력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원은 치솟는 전기요금이 중소기업과 가계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독일은 지리적 위치상 주변국으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비싼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경제력 덕에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독일이 원전에서 벗어나려 가장 많은 전기를 사오는 국가는 역설적으로 원전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프랑스다. 현재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량은 61.37GW(기가와트)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집계됐다.

한때 독일과 함께 탈원전을 추진했던 프랑스는 이미 복원전으로 정책방향이 바뀌었다. 2028년까지 기존 원전 부지에 새 원자로 6기를 짓고 2050년까지 8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소형모듈화원전(SMR)에 10억 유로를 투자하고 노후 원전 수명도 50년까지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프랑스가 복원전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과 달리 사용 후 핵연료 처리장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프랑스는 EU(유럽연합) 내 복원전 기조를 주도하고 있다. EU가 지난달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전을 포함한 것도 프랑스가 강력히 주장한 때문이다. 프랑스는 기후위기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전환에 있어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위로 내세웠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의뢰로 작성된 '발전원료별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of Electricity Generation Options·LCA) 보고서도 프랑스가 주도하는 복원전 전선에 힘을 보탰다.

LCA 보고서는 원전에 대해 방사선 노출량을 제외한 전 지표에서 친환경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특히 온실가스 부문에서 원자력 발전은 ㎾h(키로와트시당) 5.1~6.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60㎿(메가와트) 이하 수력 발전은 이보다 높은 ㎾h당 이산화탄소 6.1~11g을 배출한다.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전원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명제 앞에 프랑스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의 복원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무공해 전력으로 원전을 명시했다. 노후한 원전의 보수와 수명연장 등을 위해선 6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입키로 했다. SMR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도 미국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를 만든 '원전 종주국'이지만 1990년대 이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가 제시되자 새로운 원전 건설과 SMR 개발을 선언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원전 발전 비중이 70% 가량인데도 원전을 추가로 늘리며 탄소중립 사회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 등도 다시금 원전을 늘리는 것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 방안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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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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