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플라이! 고메 버터의 깊은 풍미..어떤 음식도 天上의 맛으로

전설리 2022. 3. 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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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레몬딜버터, 앙버터산도, 프리차드 무염·가염버터./ 컬리 제공


방탄소년단(BTS)의 ‘버터’가 지난해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자 미국의 버터 소비는 1960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미국 버터협회가 BTS에 감사 인사를 했을 정도. 버터 전성시대가 열린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Smooth like butter’란 가사처럼 한국 미식 시장에도 스며들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왕족의 보약’이었던 버터

버터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식품 가운데 하나다. 기원전 3500년 수메르, 기원전 1500년 이집트 기록에도 나온다. 버터는 고대 문명 초기 중앙아시아 등의 유목민들이 우유를 보관하기 위해 발명했다. 소, 염소, 양, 야크 등의 젖에서 얻어낸 지방을 가죽 주머니에 넣고 저어 버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따뜻한 온도에서 쉽게 녹아버리는 버터를 로마 등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선 선호하지 않았다.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 플리니우스는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했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버터 대신 올리브유가 최상의 음식 재료였다.

한국에선 고려와 조선 초기에 몽골 등의 영향으로 버터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가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주요 식재료보다는 죽이나 차에 넣어 마시는 형태로 활용했다. 왕족이나 귀족, 양반 등은 보약으로도 먹었다고 한다.

 ‘고메 버터’ 전성시대

버터는 우유에서 지방만을 모은 것으로 열량이 매우 높다. 100g당 720~750㎉로 밥 한 공기(200g) 정도 분량이 성인 1일 기초대사량인 1440㎉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열량 때문에 ‘다이어트의 적’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버터는 ‘미식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라 콩비에트’를 비롯해 풍미가 깊고 다양한 고메 버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라 콩비에트는 1896년부터 프랑스의 3대 버터 생산지인 샤랑트푸아투 지역에서 생산된다. ‘버터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있는 정도로 깊은 풍미를 낸다. 사탕처럼 귀여운 소포장이 특징이다. 지난 1~2월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버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라 콩비에트 이전 ‘에쉬레’가 있었다.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깊은 맛과 향이 나는 버터다. 청정지역 에쉬레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이다.

우유 본연의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면 ‘앵커 버터’를 추천한다. 뉴질랜드산 앵커 버터는 유크림 100%의 버터로 고메 버터 가운데서도 ‘가성비 끝판왕’이란 평가를 받는다.

 ‘레몬딜 버터’를 아시나요

고메 버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국내 버터 시장 규모는 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2026년엔 359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버터 판매량이 2017년 이후 연평균 140% 늘었다”고 말했다.

고메 버터를 쓰는 베이커리도 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고급 베이커리 패션5는 에쉬레와 이즈니 버터만 쓴다. SPC그룹 관계자는 “최고급 버터를 적용하는 제품 종류만 70여 가지에 이른다”며 “생식빵, 패션 뺑드미 등 식빵류와 베이글, 까눌레, 타르트에도 모두 에쉬레 버터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버터는 갓 만든 순간이 가장 맛있고, 그 뒤로는 시간 단위로 맛이 떨어진다. 보관할 때는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실온에서 물러지면 화학 구조가 변해 풍미가 떨어진다. 풍미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분해 냉동실에 보관한 뒤 사용하기 전 냉장실로 옮겨 해동하는 것이다.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선 레몬딜 버터, 앙버터 등 레시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몬딜 버터는 버터에 레몬과 딜을 넣어 만든 버터다. 빵에 발라 먹거나 스테이크, 해산물 요리에 넣어도 좋다. 빵에 버터와 팥을 넣어 먹는 앙버터는 이제 웬만한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이 됐다. 홀그레인, 트러플, 와사비 등을 넣은 버터도 나왔다.

고단한 금요일 퇴근길, 고메 버터 하나를 사서 장바구니에 담아보자. 갓 구운 빵에 버터 한 조각이면 주말 아침 식탁이 브런치 카페로 변신하는 마법이 펼쳐질지 모르니.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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