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5억원으로 은마아파트 입주한다고?

채신화 2022. 3. 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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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용적률 500% 상향·세입자에 입주권
전월세 급등·되레 일반분양 축소 등 우려

강남 재건축 대장인 '은마아파트'를 5억원에 분양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수요가 몰리다 못해 광풍 수준으로 들이닥칠 듯한데요. 

여당에서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해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은마아파트 등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준다는 게 골자인데요.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니 조합원은 이익을 더 얻고 세입자는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과연 정치권의 기대처럼 모두가 웃을 수 있을까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은마아파트 세입자 '5억받고 따따따블!'

대선(9일)을 일주일 앞두고 부동산 공약에 불이 붙고 있는데요.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여야 대선 주자 모두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용적률 500% 상향'을 내걸었는데요. 여당에선 올린 용적률을 세입자에게 우선 공급하겠다고 해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이같은 내용을 약속했는데요. 그는 현행 200~250% 수준의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면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의 분양 가구도 두 배 이상 늘어 집주인은 이익이 생기고 세입자도 쫓겨나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979년 준공된 아파트로 올해 43년차를 맞은 노후 아파트로 현재 거주민의 50% 이상이 세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렇게 되면 세입자 입장에선 '로또'입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세는 5억원 전후, 매매는 20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세입자는 향후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되면 전세보증금은 돌려받고 가치가 20억원이 넘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거든요.  

더군다나 여당은 세입자들이 분양받을 수 있도록 분양가액도 평당 시세 8000만원의 반값인 평당 4000만원 수준으로 제공한다고 했는데요. 평당 4000만원이면 전용 76㎡은 11억~12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남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가격으로는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죠. 

은마아파트 전세 시세./네이버부동산 캡처

이같은 정책은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를 통해 강남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서울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500%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 상태입니다.  자녀를 세입자로 하면?…'친족아파트' 될라

시장에선 뒤따를 여러 부작용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고 있습니다. 

입주권을 받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의 전·월세로 거주하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렇게 되면 전셋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나아가 매맷값까지 반등할 우려가 있습니다. 

보통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노후하고 재건축에 들어가면 집을 비워야하는 등의 이유로 전셋값이 시세보다 낮은 편이라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큰 편인데요. 전셋값이 오르면 '갭'이 줄어들면서 재건축 투자 열풍이 불 수도 있고요. 

입주권을 주기 위해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들에게 세를 주는 경우도 나올 수 있습니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녀에게 세를 줘서 향후 자녀가 입주권을 얻게 되면 합법적 증여가 될 수도 있고요. 결국 '1주택 2입주권'이 되면서 가진자가 더 갖게 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겠죠. 

친인척에게 세를 주고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면 일반 수요자들은 임차가 어려워질테고요. 친인척 세입자들이 입주권까지 우선 배정받게 되면 청약문은 더 좁아질 수 있습니다.

애초에 조합원들이 재건축 추진 자체를 반대해 일반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용적률을 상향해 가구수를 늘리면 공사비 등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조합원은 부담금도 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내야하기 때문에 결국 리모델링이나 일대일재건축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겠죠. 

전문가들은 정책의 취지 자체가 기형적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낮고 부작용이 클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애초에 정비사업 취지는 소유자들의 건축물을 정비하는건데 소유권이 없는 임차인에게 입주권을 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낙후됐어도 도심 주요지역에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신혼부부 등의 임차 수요가 꾸준히 있는데 이런 분들의 임차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아울러 용적률 상향에 따른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재건축 추진을 포기하거나 리모델링 등으로 선회하면서 일반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재개발에 비해 재건축 사업의 세입자 보호가 미흡한 만큼 정책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재개발은 공익 목적으로 보고 임차인에 대해 크게 △임대주택 △이주비(주거이전비) △이사비(동산이주비) 등의 보상을 해주는 반면, 재건축은 임차인 보상 대책이 전무하거든요.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개발과 재건축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 세입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다만 편법 및 불법 투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차인 거주 기간에 따라 입주권을 제공하는 등의 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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