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3억으로 6200억 사옥 지어 판 '두산의 마법'

이원석 기자 2022. 3. 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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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재명 성남시의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이후 막대한 이익 얻어
철저히 계산된 장사였나..성남시와 '처분 금지' 약속 불구, 곧바로 매각 계획 세운 정황 확인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경기도 성남시 신분당선 정자역에서 도보로 단 5분, 분당의 '금싸라기땅'으로 꼽히는 정자동 161번지엔 두산그룹의 새로운 사옥이 웅장하게 서있다. 지난해 초 완공된 깨끗한 새 건물이다. 지상 27층, 지하 7층 규모의 'ㄷ'자를 엎어놓은 아치 형태로 미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건물의 귀퉁이엔 두산그룹의 로고 'DOOSAN'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휩싸인 분당두산타워 전경ⓒ시사저널 박은숙

이렇듯 멋있게 들어선 현재의 가치와는 별개로, 해당 건물이 지어지기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벌어져왔다. 최근 들어 해당 논란이 다시금 조명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관된 사안인 탓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지난 2015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랫동안 방치됐던 두산건설 소유의 병원 부지를 돌연 상업용지로 바꿔주고 용적률도 대폭 높여줬다. 이후 두산건설은 이 시장이 구단주로 있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및 광고비로 42억원을 후원했다. 이 시장이 두산건설에 특혜를 주고 대가성 후원을 우회해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네이버 등 다른 기업의 사례도 알려지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두산은 이러한 특혜 의혹으로 얼마의 이익을 얻게 됐을까. 실제 두산은 해당 용도변경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은 최초 해당 부지를 의료시설 용지로 73억원에 매입했다. 용도변경이 되자 그룹 차원에서 돈을 모아 지금의 사옥을 짓기 시작했다. 시공은 두산건설이 직접 맡았다. 완공되기 직전 두산은 건물을 62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두산은 여전히 건물 소유권을 일부 갖고 있다. 부동산 펀드와 유사한 리츠(REITs)화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직접 새 사옥을 짓는 데 돈이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천억원의 차익까지 얻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정적인 원인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에 있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두산의 계획적인 꼼수 및 약속 위반, 장사 등이 이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성남시와 협약하면서 '서면 동의 없이 처분 금지' 등의 조항에 합의했지만, 애초부터 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정황들도 확인된다. '계획적인 장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5년 7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병화 두산건설 사장이 '두산의 성남 이전' 협약식을 갖고 있다.ⓒ성남시 제공

병원 용지 매입해 방치하다 용도변경 요구

2015년경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취재에 따르면 두산의료재단은 1996년 정자동 부지 3000평가량(9936㎡)을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병원을 짓겠다'는 목적으로 매입한 후 방치해 놓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해당 부지 소유권은 2003년 두산건설이 이전받았고,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성남시에 해당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유는 '분당 지역 병원 포화상태'를 들었다. 두산 고위 임원이 성남시 담당자나 고위 관계자를 접촉하는 등 용도변경을 겨냥한 물밑작업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성남시 입장에선 용도변경으로 기업이 얻을 이익에 대한 특혜 논란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는 2014년 9월 두산 측에 병원 공사를 중단하고 장기간 방치했다며 2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두산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2015년 7월 성남시가 두산건설의 정자동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당시 성남시의 '성남시-두산건설 기업유치 관련 정자동 의료시설 개발이익 공유방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시는 두산건설 요청에 따라 '용도변경, 종합병원→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기본 용적률, 250%→670%(건축 시 허용용적률 900% 이상)' 등을 내용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다만 시는 개발 이익에 따른 공공환수 목적으로 부지 면적의 10%(993.6㎡, 301평)를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 해당 보고서엔 '두산건설 측이 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에 따라 성남시에 경제효과가 높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부채납 면적 최소화를 요구'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같은 달 말 성남시와 두산건설은 검토된 내용 그대로 공식 협약을 맺는다. 당시 이재명 시장과 이병화 두산건설 사장은 성남시청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의 주 내용은 두산건설을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 5개의 본사가 성남시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협약과 함께 시는 두산 병원 부지 용도변경 사실 등에 대해 공식 발표를했다. 다만 당시엔 협약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성남시와 두산의 협약서. '서면 동의 없이 처분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성남시와의 협약 내용 비공개 요청

이후 협약서 등이 공개되면서 몇몇 사항이 추가로 확인됐다. 협약서엔 정자동 부지에 '상호 양해된 두산 계열사 두산건설(주), 두산엔진, 두산 DST, 오리콤, 매거진 등이 이전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각 당사자는 상대방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본 협약서상의 지위, 권리 또는 의무를 임의로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도 있다. 협약의 대상인 용도변경 부지에 대한 동의 없는 처분을 금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 여전히 두산 측의 요구로 공개되지 않은 양측의 협약 사항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협약의 모든 내용에 대해 시의회에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협약 및 시의 용도변경 방침에 대해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셌지만, 성남시는 결국 2015년 말 용도변경을 최종 승인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당시 협약 내용을 봤을 때 의문점이 몇 가지 있다. 이 지점에서부터 두산이 애초 철저한 계산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첫째, 새 사옥을 짓겠다던 두산의 2015년경 재정 상황 문제다. 당시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두산은 재무구조·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여 있었다. 2015년경 주력사인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기도 했다. 수천억원이 소요될 새 사옥 건설을 계획하기엔 무리인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둘째, 계열사 입주의 불확실성이었다. 당장 협약의 주체인 두산건설은 분당에 사옥이 완성돼도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두산건설은 서울 논현동 사옥을 지난 2013년 매각하고 다시 임차했다. 기업들이 급하게 자금 확보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다. 당시 맺은 임대계약이 2028년까지였다. 분당에 입주하려면 논현동 사옥을 처리해야 하는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두산건설은 현재도 분당두산타워에 입주하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건설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두산그룹의 매각 계획 등으로 협약 당시 입주가 불확실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당시 협약의 내용은 상당 부분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의 성남 이전이라는 큰 제목은 지켜졌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불완전한 부분이 많았다. 우선은 입주하기로 약속됐던 계열사가 실제 회사의 매각 등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다. 두산에 따르면 현재 분당두산타워에는 두산그룹 본사의 일부,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두산큐벡스,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관련 회사 7개사가 입주한 것으로 확인된다. 기존 5개사보다 개수는 더 많지만 규모 등에서 기존에 약속된 것보다 작다는 지적이 있다. 두산 측은 "정확한 인원을 확인하긴 어렵다"고 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이미 매각된 회사지만 계획대로 입주는 한 상황이다. 추후로도 계열사 매각 등으로 인해 이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다. 특히 두산은 계열사 매각이 상당히 활발한 회사다.

더욱 결정적인 건 결국 두산이 용도변경을 통해 지은 새 사옥을 입주와 함께 매각했다는 점이다. 협약 속 조항대로 성남시에 서면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두산의 재정 상황 등을 비롯해 여러 이유에서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시사저널은 두산이 성남시와의 협약에서 '처분 금지'를 약속했음에도 애초부터 부지를 매각할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을 파악했다. 두산건설은 11월 용도변경 직후인 지난 2015년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정자동 부지를 '매각예정비유동자산'에 넣었다. 일반적으로 1~2년 내에 토지 등 비유동자산을 팔 계획이 있을 때 이러한 공시를 한다.

실제 두산건설은 지난 2017년 해당 부지를 두산 계열사들이 출자해 만든 두산그룹 자회사 디비씨(현 두산프라퍼티)에 1700억원가량에 매도했다. 당시도 '먹튀(먹고 튀기)' 우려가 생기며 논란이 있었다. 이에 이병화 두산건설 사장이 다시금 이재명 시장을 찾아 두산그룹의 성남 이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약하며 진화했다. 당시 두산은 그룹 차원의 새 사옥 건축을 위해 자회사에 소유권을 넘긴 차원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청난 특혜 통해 수천억 차익… 바람직하지 않아"

이후 두산건설의 시공으로 사옥 건축을 시작했고, 약 3년 만에 건물은 올라갔다. 그러나 두산은 결국 부지와 건물을 매각했다. 건물이 완공된 즈음인 지난해 초 땅과 건물을 6200억원에 '분당두산타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라는 이름의 리츠 회사에 매각했다. 리츠는 투자를 받아 부동산 수익을 배분하는 부동산집합투자기구다. 해당 리츠는 두산 자회사인 디비씨가 출자해 만들었지만, 다른 투자자들과 지분을 나눠 갖는다. 두산은 리츠에 임대료를 내면서 건물을 임차하는 셈이다.

취재에 따르면 두산은 건물 매각 수익 중 4000억원가량은 건축비로 쓰인 대출금을 상환하고 1000억원 이상을 남겼다. 시공도 두산건설이 직접 하면서 그룹 차원의 순수 차익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두산은 2020년 동대문 사옥을 8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두산은 25년 전 73억원에 매입한 병원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통해 건축비를 하나도 들이지 않고 새 사옥을 지어 입주했고, 수천억원의 자금 확보까지 한 셈이 됐다. 25년 전과 비교해 물가변동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이익 실현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 교수는 시사저널에 "두산이 처분 금지 협약을 맺자마자 해당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의도의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한 것이 상당히 놀랍다. 매우 의도적이고 계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두산이 시의 부지 용도변경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통해 해당 부지의 가격을 계속 높여서 결국 수천억원의 차액을 얻은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두산그룹에 정자동 분당두산타워 부지 특혜 용도변경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실관계와 입장을 물었으나 "말씀드릴 입장이 따로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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