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km 진군행렬' 러, 키예프 완전 포위 후 난타 예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부근에서 위성사진에 포착된 64㎞가 넘는 러시아군의 행렬이 키예프를 포위한 채 총공세를 퍼붓기 위한 용도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분석했습니다.

전날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키예프 도심에서 약 27㎞ 떨어진 안토노프 공항에서 북쪽으로 64㎞ 넘게 러시아군 행렬이 늘어서 있다고 밝혔습니다.

맥사는 27일에는 우크라이나 북서부 이반키프 부근에서 5∼6km 길이 러시아군 행렬이 포착됐다고 밝혔고 이후 27㎞에 달하는 행렬이 포착됐다고 공개했었습니다.

러시아군 행렬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행렬은 장갑차·탱크·대포·지원차량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러시아 전문 연구원인 마티외 불레그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기본적으로 (이전과 다른) 두 번째 국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불레그는 "이전보다 더 잔인하고, (서방의 시선 등에) 눈치를 보지도 않고, 제한 없는 전쟁이 벌어져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혈사태도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행렬에 식량, 연료 등 병참 물자뿐 아니라 중화기 무장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행렬에 공습을 가할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공습이 이뤄질 시 러시아가 즉각 보복할 가능성이 높아 어려운 선택지라고 NYT는 전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군사분석가 프레더릭 케이건은 러시아군이 이 행렬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한정된 공군력을 이에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NYT는 우크라이나군 지휘부가 이 러시아군 병력이 키예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놓아둔 후 시가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좁은 도시 지형에서는 건물로 인해 통행이 어려워집니다.

이에 더해 주민들이 아군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대전차 미사일로 탱크를 상대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에서 적을 맞겠다는 판단인 셈입니다.

구름 탓에 위성사진상 행렬이 지나간 지역 전체가 뚜렷하게 포착되지는 않아 여러 정황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런 운용의 정확한 목적을 단언하긴 아직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행렬이 우크라이나 북서쪽에서 적 세력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운용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초기 전략이 통하지 않자 전세에 맞게 전략을 조정 중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문제로 불거진 보급을 강화해 장기전을 준비하면서 화력을 증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입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타격해 정권의 항복을 받아내는 전략을 계획했으나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진군이 지체된 상황입니다.

케이건은 이 행렬이 병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행렬에서 포착된 트럭들이 필수 물자들을 옮기는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러시아군이 전쟁에 앞서 병력을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 증강할 때만 해도 이런 식으로 병참을 챙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미흡한 보급 사정이 러시아가 애초 목표로 한 빠른 점령이 실패한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이는 이번 침공이 미흡하게 계획됐고, 수행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이 행렬은 이번 침공을 준비하고 수행했던 방식 탓에 불거진 문제들을 조정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