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확진 후 끙끙 앓은 아들.."자동취소" 원격진료 소용 없었다

류준영 기자 2022. 2.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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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가족의 원격진료 플랫폼 체험기

[편집자주] 오미크론 변이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2월 28일 기준 코로나19(COVID-19) 누적 확진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21일 200만명을 넘어선 지 1주일 만이다. 자가격리자가 늘면서 '닥터나우'와 같은 원격진료 플랫폼 사용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진료부터 약 배송까지 모바일로 단번에 해결 가능한 솔루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이 서비스를 허용했는데 지난 2년여간 이 서비스를 통한 진료가 300만 건 이상 시행됐다. 편리함도 있지만 일각에선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원격진료 현황과 함께 기자가 직접 겪은 원격진료 플랫폼 사용 경험을 독자와 나눈다.

코로나19 검진키트 옮기는 의료진/자료사진=뉴스1

'두줄'이 선명했다.

연일 '오미크론 신규 확진 최고 기록' 뉴스가 쏟아진 가운데 그 중에 한 명이 우리 가족에게서 나올 거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외출과 미팅이 잦은 기자만 조심하면 된다고 여겼다.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 병원에서 실시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아들이 코로나19(COVID-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3월 2일 개학을 앞두고 외출 자제령, 손씻기 등 방역에 혼신을 다했던 터라 허탈감이 밀려왔다.
한번도 아픈 적 없던 귀가 아프다는 아들…가족간 감염 우려
병원에서 나눠준 검사 전 신속항원검사 키트/사진=류준영 기자
아들은 전날 저녁부터 약한 인후통과 38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픈 적 없던 오른쪽 귀를 부여 잡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인터넷에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코로나 치료 후일담을 보니 '귀 통증' 얘기가 간간히 나왔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날이 밝자마자 근처 동네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1분 뒤 의사는 "류??군 나갑니다"라고 말했다. 음성이면 "김 모씨 음성"이라고 외치고, 양성이면 해당자 이름을 불러 간호사에게 인계하는 방식이다.

대기하던 간호사가 기자에게 다가와 "부모님 모두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코로나19 검사신청서'를 내밀었다.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친 기자와 배후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당장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잠복기'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곧바로 병원에서 챙겨준 서류를 들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향했다. 보건소는 일요일엔 1시까지만 운영됐다. 오전 10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지만 보건소 관계자는 "이미 신청서 접수가 끝났다. 저 건물 뒷편으로 줄이 더 늘어져 있다"며 다른 곳을 찾아보길 권했다. 일반 병원에서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로 방향을 틀어 달려갔다.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약 4시간 동안 응급차가 20차례 오갔고, 병원 응급실 문을 통해 총 3개의 관이 나와 대기하던 운구차에 실렸다. 줄 선 대기자들 사이로 그때마다 정적이 흘렀다. 결과는 당일 저녁 문자로 통보됐다. '2022-02-27 시행한 코로나19 RT-PCR 결과는 양성(Positive)입니다.'
대기인원 초과에 번번이 자동 진료 취소
닥터나우 앱 화면캡쳐
아들은 증상이 나타난지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일요일 저녁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오한에 근육통이 겹쳤다. 해열제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주말 저녁이라 병원도 문을 닫았고 일반 상비약으론 약발이 안 먹히던 상황이라 전문의의 처방약이 필요했다. 그때 기자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건 비대면 원격의료 플랫폼이었다.

일단, 국내 1위 원격의료 플랫폼인 '닥터나우' 앱(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닥터나우 진료 방식은 화상과 음성 진료 두 가지이다. 의사를 선택하고 진료 요청을 하면 진료요청서 작성 화면이 뜬다. 주민등록번호, 증상 등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증상과 관련된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5명의 의사가 원격진료 상태로 떴지만 이름 하단엔 '대기인원 초과'로 표시돼 있었고, 신청 후 한참을 기다렸지만 대기가 밀려 자동 취소되는 경우가 수차례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비대면 진료 수요가 함께 늘면서 매칭률이 현격히 떨어졌던 것이다.

혹시 다른 앱은 괜찮을까. '똑닥' 등 비슷한 앱을 급히 깔고 시도해 봤지만 허탕이었다. 상황은 닥터나우 때와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어른 약 중에 비슷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약을 작게 쪼개 먹였다.

아이를 재운 뒤 원격진료 플랫폼 사용후기를 찾아보니 진료 실패담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오픈 시간 일찍 문의를 안 하면 대기시간 경과로 자동 취소된다.", "30명 신청제한을 풀어라.", "예약 신청때마다 매번 인적사항을 써야만 하나", "병원 측 거절에 페널티를 주거나 매칭성공률을 표시해 달라"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또 클릭수가 많이 나온 댓글엔 "겨우 진료를 받고 처방전이 약국에 넘어가 배달되기까지 나흘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난 다 나았다. ", "앱에 지도 보고 집 근처 300m라고 해서 예약했는 데 막상 가보니 1km가 넘어 결국 택시 탔다" 등 보완이 긴급히 필요한 서비스를 질책하는 내용들이 올라와 있었다.
"덕분에 살았다"…원격진료 플랫폼 2년간 폭풍성장
기자가 써본 원격진료 플랫폼들이 서비스를 본격화한 건 2020년 2월부터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자 보건복지부에선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등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특히 곁에 챙겨줄 사람이 없는 615만 '1인 가구'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주로 이삼십대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엔 이미 해당 앱들을 추천하며 유행처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반까지의 사용후기를 보면 "덕분에 살았다"는 감사의 리뷰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다만, 이용자가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급격히 늘면서 이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허점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자를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폭발적 수요를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년간 비대면 원격진료 플랫폼은 '사회적 베타테스트'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닥터나우의 경우 2020년 12월 서비스를 개시한 후 1년 간 누적이용자 수 90만 건을 기록했다. 다운로드 숫자는 45만 건으로 업계 1위이다. 현재 360여개 동네 병·의원, 약국들이 입점해 있다. 제휴 의료기관도 전국 45개시에 분포해 있다. 2030세대가 전체 고객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2월 24일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각각 인기 앱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재택치료 시대 필수앱'으로 자리를 굳혔다. 의료 카테고리에서 질병관리청 COOV에 이어 2위를 기록, 민간 의료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유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동종의 다른 앱들의 성적표도 비슷하다. 모바일 진료 예약접수 서비스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는 2021년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진료비 결제 건수가 214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2년간 비대면 진료는 300만건 이상 시행됐다. 원격진료 플랫폼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10억원을 넘어섰다. 대면 진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재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얼마 되지 않고, 이제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진료의 단계적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코로나19 진료비·약값 무료' 내건 업체들의 속내
국내 원격진료 플랫폼들은 최근 '코로나19 재택치료 진료비 약값 약배달 0원' 이벤트를 내걸고 출혈경쟁하듯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에 나선 상태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가입자를 일단 유치하고 서비스 유료 전환을 시도하는 전통 운영 방식을 취한 전략이겠거니 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다.
닥터나우 이벤트 화면/앱 화면 캡쳐

서비스를 써본 이용자들을 최대한 늘려 '우호 여론'을 구축한다는 속내가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열린 시장으로 지금 의사와 환자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 돈이 목표가 아닌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동네병원도 처음엔 원격진료 플랫폼 도입에 반대했다. 원격진료로 거리에 관계 없이 원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 큰 상급병원으로 몰려 경영 악화를 겪게 될 게 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20년부터 이뤄진 300만건의 진료 중 71%가 이용자 근처 동네의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2년간 비대면 의료는 대부분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이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열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게 어렵고 눈치 보이는 일이 됐는데, 내원을 할 수 없는 이런 환자들이 원격진료로 몰린 것이다.

코로나로 문을 닫던 동네병원들도 원격의료 플랫폼의 활성화와 함께 매출개선을 이룬 사례가 적지않다. 닥터나우 측은 "비대면 원격의료는 동네병원과의 상생모델"이라며 "동네병원에 환자가 돌아오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대선후보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비대면 원격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안철수는 선거운동기간에 닥터나우를 방문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원격이라는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원격진료 관련 논의는 2002년부터 매 정부 때마다 있어 왔다. 이제껏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이후 한시적 허용이 내려지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규제완화 관련 정부 정책을 보면 소극적으로 시늉만 하다마는 꼴로, 원격진료 플랫폼 역시 코로나19 이후 자동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네이버가 해당 서비스가 있음에도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사례를 그 이유로 들었다.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라인은 2020년 12월부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이용한 원격진료 서비스 '라인 닥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이후 불법이 되기 때문에 네이버가 사실상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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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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