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패닉
[경향신문]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1995년 1월 등장한 듀오 그룹 패닉(Panic)은 반역 그 자체였다. ‘왼손잡이’와 ‘달팽이’를 담은 데뷔앨범은 무게감이 남달랐다. 리더인 이적이 작사·작곡·편곡을 담당했고, 들국화 출신 최성원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왼손잡이가 어때서? 내 개성이니 상관하지 마’라고 말하는가 하면, 달팽이를 보고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라고 노래했다.
달팽이 머리를 하고 피아노를 치는 이적의 옆에 색소폰을 부는 김진표가 있었다. 대중은 그들의 외모가 아닌 메시지에 열광했다. 그들의 뒤에 ‘매일 그대와’나 ‘제주도 푸른 밤’을 만든 최성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지만, 패닉은 그 이전의 아티스트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패닉보다 앞서서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넓힌 서태지와아이들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음악 세계를 갖고 있었다. 이들이 타이틀 곡으로 내놓은 노래보다도 ‘달팽이’나 ‘왼손잡이’가 더 인기를 얻으면서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패닉은 2집에서 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 독설이 가득 찬 노래들을 발표했다. 김진표는 래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했고, 이적은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음악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김진표는 ‘Fly’와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히트시켰고, 이적은 김동률과 함께 프로젝트 앨범 <카니발>을 내놨다.
지금도 여전히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면서 음악 동네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굳건히 하고 있다. 가끔은 그들이 ‘나는 왼손잡이야’라고 노래하던 그때가 그립기는 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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