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협상 결렬되자..'졸렬한 안철수' 만들기 나선 윤석열

장나래 2022. 2. 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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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윤 후보가 직접 회견 나서서 '표리부동' 지적
배포한 '경과파일' 원 제목은 '못 만나면 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오전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1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간의 협의 상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고, 그 내용은 ‘삼고초려 윤석열’과 ‘표리부동 안철수’로 요약됐다.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 가는 중이라도 차를 돌려 찾아뵙겠다”며 협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실상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에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호소해 지지층을 묶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직접 회견…결렬 책임 피하려 협상일지까지 공개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그는 ‘완주 철회 명분을 더 달라’는 안 후보 쪽 요청에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며 한껏 낮춘 자세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실무협의 뒤 안 후보 쪽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려고 “저도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했고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성심을 다해 실무협상에 임했고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이 잡힐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이 틀어지게 된 건 안 후보 책임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이런 기조는 윤 후보 회견 뒤 배포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라는 제목의 5장짜리 문건으로 더욱 확연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해 ‘안철수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며 단일화 조건을 선 제안”했다는 내용부터 이날 오전 9시 이태규 선대본부장의 결렬 통보까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나아가 안 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인 23일과 24일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만남을 청하며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안 후보님을 직접 뵙고 정권교체를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제안드립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파일의 초기 제목은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로 확인되면서 협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협상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협상이 깨질 것에 대비해 결렬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미리 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공보단 관계자는 “한글문서를 피디에프로 바꾸면서 예전 표를 덮어쓰기 하던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 쪽과의 협상 상황을 윤 후보 본인이 세세하게 공개한 이례적 행동은 최근 박빙으로 돌아선 선거 판세와 무관치 않다. 윤 후보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초경합 상태로 나타나자 후보 단일화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단일화’(안철수)와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외한 모든 제안 수용’(윤석열)이라는 입장 차이는 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안 후보 쪽의 ‘결렬 통보’를 받고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그간의 노력을 부각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 경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 후보의 문자 메시지 내용.

 ‘윤핵관’ 장제원, 무보직으로 전권대리…비선 논란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는 ‘윤핵관’ 논란과 아들 문제로 물러났던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의 대리인으로 전권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협상 상대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이었지만 장 의원은 지난해 9월 캠프 총괄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선대본부 안에서 직책이 없는 상태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으며 윤핵관 논란이 다시 불거졌던 지난해 11월에도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에게 ‘전권 대리인’ 역할을 맡겼고 이에 대해 “장 의원의 매형이 카이스트 교수인데 안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 서로 의사전달 하는 데 편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안 후보도 장 의원을 협의에 참여시키는 데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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