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원전 정책 뒤집기'?..원전, 현실적 한계와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확충과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핵심은 원전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습니다.
탈원전 정부 기조 바뀔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탈원전을 강조해온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막판에 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 신문에서는 '대선 직전 뒤집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보면, 문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기조는 2017년 6월 '탈핵'을 선언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논란이 된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발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해 기존 에너지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정부가 이번 회의 때 탈원전 기조를 바꾼 게 사실이라 해도, 대통령 임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큰 의미를 두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관계 없이, 원전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위기와 기후 문제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신규 건설은 현실적으로 불가"
정부에서 원전 문제를 담당했던 한 간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믿음을 나타내면서도 신규 원전 건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사회 전반에 원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를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겁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간부의 지적이 맞다면, 에너지 위기나 기후 문제 해결을 원전만으로 푸는 건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즉, 에너지원을 화석연료나 원전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에너지 대체 속도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는 각국의 여건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에너지 전환 정책도 이런 점을 감안해 설계됐습니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원전 신규 건설은 어렵지만 현재 가동 중인, 혹은 건설 중인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즉, 기한이 도래하는 원전을 가동 중단시키는 대신 철저한 유지 보수를 거쳐 '계속 운전'할 수는 있는 겁니다. 물론 이에 필요한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다만, 오래된 설비를 깐깐해진 안전 규정에 맞게 고치는 데에는 상당한 돈이 필요합니다.
다음 달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각자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후보도 있고, 원전 활용을 늘리겠다는 후보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득실이 따르겠지만 불가능한 방안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앞서 언급했던 '신규 원전 건설 현실적 불가능'도 어디까지나 '주민 설득'이란 조건이 붙은 것에 불과합니다.
다만, 어느 쪽이 에너지 위기 대응과 기후 문제(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 문제란 관점까지 포함해서) 해결에 보다 적합한 지가 유권자들이 따져 봐야할 부분입니다. 또 남북 대치로 사실상 바다 한 가운데 고립돼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에너지 문제는 환경과 경제는 물론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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