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전입, 여러 대 사전예약..전기차 보조금 쟁탈전 '불꽃'
전기차 선착순 보조금 언제까지
# B(43)씨는 지난해 10월 기아 EV6를 계약했다. 당시 딜러는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하다며 출고 대기 기간 1년을 예상했다. 이후 지난 14일 충북 옥천군의 전기차 보조금 신청 공고를 본 B씨는 딜러에게 ‘취소차’를 알아봐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옥천군은 ‘접수순’으로 보조금을 준다는데 B씨가 사전예약한 EV6는 출고 대기 3번이라 불안했기 때문이다. 취소차란 누군가가 계약한 차가 출고됐지만 단순 변심에 의해 구매 의사가 철회됐거나, 지자체 보조금이 다 떨어져 인수가 포기된 차량을 말한다. B씨는 “취소차가 구해져서 옥천군에 보조금 신청을 했더니 1주일 뒤 옥천군으로부터 지급 대상으로 ‘잠정’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자체 대부분 출고등록순 보조금 지급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지급되는 형태다. 국비는 동일하지만 지방비는 지자체 간 천차만별이다. 가령 전기 승용차 기준 서울시민이 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때 부산에선 350만원, 전남 진도에선 최대 9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지자체마다 가용할 수 있는 전체 예산 규모가 달라서 그에 맞게 전기차 쪽의 예산과 물량 편성을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재정 자립도가 다르고 인구 구성 등에 따라 (전기차) 수요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다보니 일부 소비자가 전기차 보조금을 더 많이 받으려는 마음에 ‘위장전입’을 했다 적발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미국선 구매 후 리베이트로 보조금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미국 주정부에선 소비자가 친환경차 구매 후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 리베이트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는 최대 4500달러의 보조금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지자체별 보조금 지급 기준이 천차만별인 데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보조금에서 지방비를 없애는 방안도 고민해봄직하다고 전한다. 손 박사는 “지금 방식은 지자체가 더 과감하게 친환경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지자체 간 혜택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며 “보조금에서 지방비를 없애고, 지자체들이 그 예산을 (충전소 확충 등)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쓰도록 하는 게 소비자에게 더 효과적 정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의 지급 방식을 큰 틀에선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현재 보조금 지급 정책은 얼마나 많은 친환경 자동차를 나오게 하느냐가 최우선 목적이기 때문에 출고대기순으로 선지급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다만 하루이틀 차이로 보조금을 못 받는 등의 극단적 경우를 방지하려면 전체 지자체 지원 대수 중 80~90%는 출고등록순으로 하고, 10~20%는 후순위를 부여해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국산·수입 전기차 보조금 동일…전문가 “국산 인센티브 줘야”
「 현행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내 제조사와 수입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고를 털어 해외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너무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차종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순 없다. 이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규범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호성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엔 환경적 가치 외에도 신산업 분야 선점에 따른 ‘실익’ 개념이 엄연히 포함된다”며 “세계 주요국에선 보조금 지급 때 자국의 실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정부가 장려하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BaaS)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가격 기준(30만 위안 이하)에서 예외로 둔다. 일본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순수 전기차(B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대부분에 재난 발생 때 비상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외부 급전 기능이 장착된 점을 고려, 외부 급전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엔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과)는 “정부가 국내 기업의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거나, 국내 생산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조 과정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석 교수는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엔 보조금을 더 지급한다거나,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국내 기준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산과 외제 전기차를 차별하진 않지만 (국산 차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