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로 국내 반도체·자동차업계 빨간불
[경향신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미국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금융기관 제재와 함께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공개했다.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적용됐을 경우 수출이 제한돼 국내 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미 상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첨단 기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컴퓨터, 레이저, 통신장비 등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 제재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과거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적용했던 규제로, 미국 밖에서 제조된 제품이어도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다면 수출이 금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재 기술 대상에는 반도체,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대부분 들어가는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도 영향을 받는다. 다만 지난해 한국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액은 7400만달러(약 88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06%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전자제품 수출 제한으로 반도체 사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수출은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약 30%로 1위다.
자동차와 부품 수출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러시아 수출 품목 중 자동차는 25.5%, 차량 부품은 15.1%를 차지한다. 미국산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간 자동차 수출도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도 서방의 제재로 한국의 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이듬해 62.1% 급감했고 타이어도 55.7% 줄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은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납품되고 있다. 이번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다면 현대차의 현지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됐다.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의 28.3%도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산이었다.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희귀가스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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