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전세계가 놀란 '조커 피규어'..한국서 만든 사실 아시나요? [인터뷰]

강민호 2022. 2.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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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극사실적 피규어 제작 박정환 JND스튜디오 대표
박정환 JND스튜디오 대표가 경기 용인시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나온 셀레나 카일을 다루고 있다. 박 대표는 "도자기 장인처럼 피규어를 잘 만드는 사람도 장인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이거 사람 아니야?"

지난해 11월 JND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배트맨&브루스 웨인' 스태추 피규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DC코믹스 캐릭터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마블코믹스 캐릭터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인기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한 피규어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핫토이, 사이드쇼 컬렉터블 등 국외 제작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피규어 시장에서 높은 퀄리티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박정환 대표가 2019년에 설립한 JND스튜디오는 2020년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을 선보이며 첫 작품부터 주목받은 데 이어 '원더우먼',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 '셀레나 카일',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까지 연달아 작품을 내놓으며 매번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실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스태추 피규어가 서 있는 사무실에서 박정환 대표에게 26인치 속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품들이 출시되면서 연달아 주목받았다.

▷처음부터 화제가 됐던 건 아니고 제품이 계속 나오면서 점점 화제성이 커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속도에 비해 반응이 너무 빠르고, 크게 나타나서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워너브러더스 정식 라이선스를 가지고 이 정도의 하이엔드 컬렉터블 사업을 시작한 게 처음인데 그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언제부터 피규어에 관심을 가졌나.

▷피규어를 모으기 전부터 RC카, 레고 등 다양한 수집을 하는 취미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영화 '다크 나이트'가 나왔을 때 많은 회사에서 영화 속 캐릭터를 실사에 가깝게 만든 피규어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로 그 피규어를 보게 되었고 감회를 느끼게 됐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작품 속 모습과 같이 리얼리티를 살려서 피규어로 소장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또한 전부터 다양한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집과 문화 콘텐츠, 이 두 가지가 결합된 피규어 수집이라는 취미를 시작하게 됐다.

―사업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마케팅에서 고객의 니즈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고객 입장에서 볼 때 피규어 제작사들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시제품을 먼저 보여준 후 사전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일정도 잘 지켜지지 않고 시제품하고 실제 받은 제품하고 퀄리티가 너무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 판이 원래 그런 거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답답해서 도색, 의상 등을 만드시는 분을 고용해 제품을 만들어봤다. 일일이 찾아가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잘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한편으로 기존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가운데 2019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회사를 시작하면서 4가지 핵심을 세우고 시작했다. 첫 번째는 시제품과 양산품의 품질을 동일하게 해야겠다. 두 번째는 수집의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한정된 수량만 만들겠다. 하나당 50만원에서 비싸면 200만~300만원까지 하는데 너무 많은 수량이 생산된다. 이렇게 되니 수집의 희소성이나 가치가 퇴색되는 경우가 생겼다. 다음으로 정해진 시간을 꼭 지키겠다. 시제품을 출시하고 정해진 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점에서 실망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은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인데 중국 등에서 불법으로 복제해서 노력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많은 제작사들은 거의 대응을 안 한다. 왜냐하면 이미 제작사 입장에서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행동하는 회사가 되겠다. 4가지는 수집하면서도 느꼈던 아쉬움이다.

―드림팀으로 구성된 제작팀이 잘 알려져 있다.

▷최고의 피규어 아티스트인 고준 작가가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 오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뵙고 싶어서 3~4개월 정도를 쫓아다녔다.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 프로젝트 관리까지 뛰어나신 분이었다. 고 작가에게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 설명했는데 우리 둘의 생각이 같았다. 그렇게 해서 회사 임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이후 고 작가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팀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 분씩 합류하게 되었다.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계획을 세워놓으면 개발에서부터 배송이 이뤄지기까지 1년에서 1년3개월의 스케줄을 잡는다. 이후 영화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고유한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장면과 포즈를 잡는다. 포즈를 정한 후 어떻게 구현할지와 각각 디테일을 어떻게 표현할 건지 등을 회의한다. 해부학 등을 기초로 디테일하게 인체 설계 과정을 거친다. 여러 파트로 개발이 진행되고 3~4개월 동안 4~5회 정도의 샘플링을 거쳐서 이 기준으로 상품화하겠다는 프로토타입 샘플이 나온다. 원작사의 승인도 중요한 과정이다. 모든 과정에서 원작사의 승인을 거친다. 최종 3번의 확인 과정을 거치고 마무리되면 마케팅 플랜을 짠다. 통상 프리오더라고 하는 판매 개시 시점으로부터 한두 달 전에는 어떻게 마케팅할 건지에 대한 내부적인 플랜을 세운다.

박정환 JND스튜디오 대표가 `다크 나이트`의 조커 캐릭터 피규어를 다루고 있다. [이승환 기자]
―다른 회사와 특별히 다른 점은.

▷다른 회사들과 다른 점은 이 작품이 어떤 장면을 나타냈는지 설명하고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10분 내외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한 달 정도 전에 만든다. 고객들한테 말하는 게 '제품만 발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제품 발매와 프로모션 비디오를 개봉하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발표하는 회사다'라는 콘셉트로 소통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직접 판매도 하고 이후 50여 곳의 유통사들이 주문을 한다. 주문 수량과 함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수량을 결정한다. 프로덕션, 즉 생산을 할 때 보통 중국에 있는 공장에 일괄생산을 맡기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안구 복제 기술, 헤드 복제 기술, 실리콘 채색 기술 등을 자체 개발해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공장에 나눌 수 없다. 그래서 핵심 파트를 다 직접 제작한다. 전체 품질을 검수하고 배송이 진행된다.

―워너브러더스 라이선스 취득은 어떻게 했나.

▷맨땅에 헤딩했다. 제안서를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등에 보냈는데 아무 데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수십 차례 두드렸다. 당시 워너브러더스의 책임 있는 인사가 회신을 주었고, 그분의 제안으로 3개월간 제안서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반려가 됐다. 이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서 막연하게 다음날 바로 출국해 비행기를 끊고 그분에게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었고, 결국 출국 이틀 전 그분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뒤져 전화번호를 찾았고 미팅을 성사시켜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원래 라이선스 계약 자체가 신생 회사나 작은 회사가 진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워너브러더스는 우리의 열정을 보고, 다른 외적인 조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이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줬다.

―좋은 작품의 기준은.

▷속성을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태추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캐릭터나 장면을 이 작품을 보고 충분히 떠올리고 공감하며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은 피규어다. 액션 피규어라면 그야말로 액션이 되어 가지고 놀 수 있는 피규어야 한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운 점은.

▷국내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기 있을 만한 캐릭터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없었다. 좋은 국내 인력이 대부분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에서 회사를 나왔을 때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경력이 단절되거나 라이선스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개인적으로 작품 활동, 즉 판매 활동을 한다. 다른 하나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30%의 계약금을 받고 제작하는 데 최소한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고 그걸 가지고 열심히 양산품을 만들어야 되는데 1년이고 2년이고 우리가 갖고 있는 돈으로만 이걸 만들어서 어려운 측면이 좀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엄격하다.

―피규어를 어떻게 보면 좋겠는가.

▷흔히 '오타쿠'로 대표되는 '덕후' 문화가 피규어 문화로 그려지고 이에 따라 비하되고 편견에 싸여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꼭 잘못된 것도 아니고 피규어 문화의 전체도 아니다. 피규어를 제작하는 데 있어 '하이퍼리얼'이라는 예술 사조를 지향하며 실사와 가까운 높은 기술력으로 재현하려고 하는 업체들이 있다. 피규어를 기술의 우수성, 예술적인 표현의 한계를 계속해서 깨뜨려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알아줬으면 한다. 또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문화로 다양성 측면에서 해석되길 바란다. 도자기 장인처럼 피규어를 잘 만드는 사람도 장인으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에 '안톤 시거'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공포감을 보여줬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꼭 한 번 만들고 싶다. 국내 작품 중에서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아이유가 연기한 '이지안'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이지안이 가진 특별한 감성이 있어서 만들어보고 싶다.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회신이 없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 중에서 감정을 담아 만들어내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수집의 가치를 존중하는 회사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또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노력하는 우리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 박정환 대표는…

1980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국내 최초 스태추 리뷰 전문 웹진 JND를 운영했다. 2019년 10월에 JND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JND스튜디오는 2020년 4월에 국내 최초로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캐릭터에 대한 피규어 제작 및 퍼블리싱 월드와이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JND는 2020년 7월에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을 첫 작품으로 출시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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