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 이이담, 외유내강 [인터뷰]

김종은 기자 2022. 2. 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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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도시, 이이담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부드럽고 여린 인상과는 달리 속은 단단하고 강인하다. 데뷔 5년 차만에 맡은 첫 주연작을 담대히 해낸 배우 이이담이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극본 손세동·연출 전창근)는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성진그룹의 미술관을 배경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치열한 욕망을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드라마. 이이담은 극 중 재희(수애)의 주변을 맴도는 아트스페이스진 도슨트 김이설 역을 연기했다.

최근 대부분의 미니시리즈가 12부작이나 16부작 편성을 하는 것과 달리 '공작도시'는 20부작으로 구성하며 다소 긴 호흡으로 작품을 끌고 갔다. 장장 1년에 달하는 여정. 특히 전작이 14부작의 '보이스 시즌4'였던 만큼 긴 촬영이 부담됐을 수도 있을 터인데, 이이담은 "힘든 건 없었다"라고 담담히 답했다.

"작품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비교할 만한 작품도 없었다"라는 그는 "다만 한 가지 힘든 점이 있다면 이설이가 갖고 있는 에너지와 긴장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길다 보니 감정들이 누적돼 있는 게 많이 힘들었다. 다만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도 따로 하지 않았다. 그저 이설을 어떻게 하면 잘 연기할 수 있을까 만을 고민했다. 오히려 촬영하는 동안 힘들어야 이설로서 더 나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힘듦을 이겨내려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이담은 권력에 의한 피해자 이설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가장 큰 초점을 둔 건 이설이가 겪었던 트라우마, 그리고 준혁(김강우)과 재희를 향한 마음이었다. 특히 감정선을 중요시 생각했다. 비밀이 드러난 후 이설이는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모하는데, 감정선이 제대로 잡혀야 흔들림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이런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개인적으론 이설이의 감정 그래프를 그려보기도 했다. 이설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이담은 "감독님이 여러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라며 "'초반엔 많이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이 어떤 장치인지 모르게끔, 궁금증을 자아내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심경 변화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말씀하셨다. 초반엔 재희를 향한 감정이 복수와 경계였다면, 중후반부터는 사람 대 사람으로 받아들이길 원하셨다. 계속 관심이 가고 눈여겨보게 되고, 내 속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그런 이설이를 희망하셔서 그런 점을 신경 쓰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이이담은 "겉으론 옷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밝히면서 "초반엔 힘없이 흐물흐물한 옷들, 마치 대학생처럼 입었다면 중후반부턴 각 잡힌 재킷을 입었다. 단단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표출하려 했다. 다른 캐릭터와 하는 대사에서도 조금 더 힘 있게, 말하고자 하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이설과 함께였던 만큼 이이담은 그와 점차 닮아가기도 했단다. 초반에는 완전히 다르다 느꼈지만 점차 비슷한 면모를 찾을 수 있었다고. "대본을 읽으며 항상 저랑은 거리가 먼 인물이라 느꼈다. 트라우마를 마주했을 때 난 이설처럼 그렇게 단단하게 맞서 싸울 자신이 없을 것 같았다"고 답한 이이담은 "이설은 그런 트라우마를 직진으로 돌파한 인물이지만, 난 아니다. 그래서 그런 점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비슷한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한 것 같다. 만약 이설이와 같은 일이 내게 생긴다면 나라도 그런 복수의 마음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작도시'는 재희가 권력에 굴복하고 여대생(김현수)과 새로운 날이 오길 희망하는 배드 엔딩으로 종영했다. 진실을 밝히려던 이설은 한숙(김미숙)에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엔딩에 시청자들은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내놓기도. 이와 관련 이이담은 "개인적으로는 이설로서 엔딩을 보게 됐고, 거기서 느낀 감정은 뭉클함이었다"면서 "이설이 이제 죽고 없지만 이설과 같은 상황에 놓인 소녀를 재희가 구해내지 않았냐. 상상이지만 이설이 재희를 향해 웃는 모습이 많이 뭉클했다. '더는 이런 세상이 오면 안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엔딩을 받아들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드라마 말미 담긴 사망 신에 대해선 "시작부터 이설이 죽는다는 건 힌트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직접 눈으로 보니 감회가 또 남달랐다. 많이 기다렸던 장면이었으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했다. 동시에 뭔가 영화 같다는 생각에 절로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이담은 '공작도시'의 또 다른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는 "만약 이설이가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재희를 이혼시켜 재희가 자기 삶을 살게 했을 듯하다. 더 독한 말로 재희를 자극해 성진가에서 빼냈을 것 같고, 또 어떻게든 준혁의 진실을 밝혀내 대선 출마를 못하게 했을 것 같다"면서 "아들 현우(서우진)에게는 끝까지 엄마인 걸 밝히지 않았을 것 같다. 불현듯 나타난 것처럼, 그렇게 사라지는 게 맞다고 본다. 재희라는 사람을 좋아했으니 최대한 재희가 자신의 인생을 살게끔 그대로 놔뒀을 것 같다"고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처럼 이설은 남다른 대본 분석력과 캐릭터 해석으로 자신의 첫 주연작 '공작도시'를 훌륭하게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수애와 김강우, 김미숙 등 대선배와 호흡을 맞추면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대중의 인정을 받은 것. 마치 두터운 내공을 보유한 듯해 보이지만 이이담은 비교적 늦게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데뷔한지 이제 막 5년 차에 접어들었을 정도. 심지어 이이담은 고등학교 때서야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고민하던 찰나에 연극반 동아리에 들었고, 그때 연극의 매력을 느끼게 됐죠. 우리가 준비한 걸 보여주고, 우리의 연기에 몰입해 주는 관객들의 반응에 매력을 느꼈어요. 자연스레 연기를 해야겠다 싶었죠."

그렇게 대학교까지 연극영화과를 준비했지만 결과는 좋진 않았다. 하지만 재수를 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으로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스무 살 때부터 학생 작품을 하면서, 프로필을 돌려가면서 달려오기만 했다"는 이이담은 "현장에 나가서 한 첫 작품은 철없는 사춘기 딸과 아빠의 이야기였는데, 그땐 정말 아무런 스트레스 없어 연기했던 것 같다. '진정성 있게 해야지'라는 고민도 없었다. 그저 열정으로만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짧지 않은 무명 시기를 겪은 만큼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이이담은 "아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응원해 주고 있지만, 사실 엄마는 조금 반대하셨다. 내가 오랫동안 뭘 붙들며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의 꿈도 오래 못 갈 거다 생각하셨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끈을 놓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해주기 시작하셨다"라고 답하며, "개인적으로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도 없다. 연기를 시작한 뒤에도 여러 사회생활을 해봤지만 지금은 내가 연기를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생각될 정도로 마음이 완전히 와 있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사실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그저 뭔가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운이 좋게 '보이스'와 '공작도시'를 연달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쁠 뿐이다. 나름 제 속도에 맞춰 잘 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지난 5년을 되돌아본 이이담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많은 분들이 찾는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 '공작도시'에서는 다소 무게 있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다음번엔 시청자분들이 절 보며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공작도시 | 이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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