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가라니"..군 마트 화장품 납품 중소업체들 퇴출 위기
[경향신문]
‘교란품목’ 지정…“대기업이 장악할 것” 반발
25일 국군복지단 심의회의 거쳐 최종 결정
군 마트(PX)에 화장품을 납품해 오던 중소업체들이 최근 신설된 ‘교란품목’ 규정으로 인해 퇴출 위기에 놓였다. 판매원가를 시중가보다 높인 뒤 할인폭이 큰 것처럼 꾸며 낙찰받던 업계의 관행이 시장 교란행위에 해당한다고 군이 판단하면서다. 매출 대부분을 PX 납품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들은 군의 조치에 반발하며 “PX가 대기업 제품에 장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PX 위탁물품을 선정·판매하는 국군복지단은 지난해 12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납품업체 물품 선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PX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들이 정상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큰 할인폭을 제시해 낙찰을 받는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개선 대상은 영양크림·수분크림·스킨·로션 등 17개 업체에서 판매 중인 40개 제품이다. 국군복지단은 오는 25일 계약책임이행심의 회의를 열고 이들 제품의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중소업체들은 군에서 교란행위 근절을 위해 신설한 ‘집중관리 제도’가 대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시중 판매 실적을 점수로 매길 때 올리브영·롭스 등 화장품 종합유통 전문점이나 백화점 입점 상품의 가점을 기존 1.5점에서 2.5점으로 높인 반면 일반 중·대형 마트나 중소형 판매업체 판매 제품의 점수는 0.5점씩 낮췄다는 것이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결국 중소업체보다 대기업에 유리해진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라인이 올해부터 새롭게 PX에 납품하게 된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자사 제품들이 PX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체는 군에 제출한 구제요청서에 “처음 입점된 이후 수년째 계약을 이어 오고 있다”며 “자부심을 갖고 성실하게 계약 내용을 이행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해마다 판매 실적 하위 30% 제품이 PX에서 퇴출되고 있는데, 수년간 자리를 지킨 제품은 그만큼 장병들 만족도가 높다는 것으로 판매를 중단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소업체들도 그간 할인율 경쟁이 과열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합리적인 해법 마련을 호소했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시중가를 높이는 관행이 있던 건 사실이다. 할인율을 높게 반영하던 기존 국군복지단 심사 기준을 맞추느라 불가피했다”면서 “할인율이 우선되던 심사 기준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지 한순간에 교란품목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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